북한 “신형 IRBM용 고체연료엔진 시험 성공”…전문가 “괌 미군기지 등 기습 능력 강화 의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했다며 15일 공개한 사진.

북한은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IRBM에 사용할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괌 등 미군 기지에 대한 기습 공격 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새형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용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들을 개발하고 1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 분출 시험을 11월 11일에, 2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 분출 시험을 11월 14일에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15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계단과 2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 분출 시험들에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이룩됐다”며 “이미 확보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분야의 설계와 제작 기술력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다시 한번 뚜렷이 검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엔진시험이 진행된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지난 2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과 중거리탄도미사일 즉 IRBM의 갱신을 올해 중대 과업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시험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ICBM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약 11개월 만에 새로 공개한 고체연료 엔진 시험입니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이번 시험은 나라 앞에 조성된 엄중하고 불안정한 안전 환경과 적들의 군사적 공모결탁 책동이 더욱 악랄하게 감행될 전망적인 지역의 군사 정세에 대비해 공화국 무력의 전략적인 공격력을 보다 제고하기 위한 필수적 공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IRBM이 일반적으로 사거리 3천∼4천km인 점과 미사일총국이 “적들의 군사적 공모결탁”을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괌 미군 기지와 그 주변에서의 미한일 군사협력 등을 겨냥한 무기 개발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한미의 SCM 공동성명도 있었고 한미일 간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 이후의 협력 이런 부분들에 대응해서 중거리 전력을 더욱 실질화해서 견제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일본은 중거리가 아닌 준중거리로 공격을 해야하는 것이고요, 그러면 괌을 포함한 소위 미국의 발진 기지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액체연료 탄도미사일은 발사 전에 연료 주입이 필요하지만, 고체연료는 연료 주입 단계가 필요 없어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KN-23’(이스칸데르), ‘KN-24’(에이테큼스), ‘KN-25’(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형’, 그리고 ICBM급인 ‘화성-18형' 등에 이런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화성-12형’ 등 북한이 보유한 기존 IRBM은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성-12형’은 1단으로 개발됐는데 이번 엔진시험은 1단과 2단으로 나뉘어 이뤄진 데 대해선 엇갈린 관측들이 나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화성-12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1단으로 개발됐지만 신형 고체엔진 미사일은 2단 엔진을 적용해 사거리를 늘이려는 것”이라며 괌과 알래스카 등 미군 기지에 대한 기습 공격이 가능한 IRBM을 보유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괌까지는 약 3천500km, 알래스카까지는 약 6천km입니다.

괌에는 B-52 등 미군 전략자산이 배치돼 있고, 알래스카에는 지상발사형 ICBM 요격체계가 있습니다.

북한이 기존 극초음속 미사일 엔진으로 화성-12형 액체 연료 엔진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IRBM급 고체 연료 엔진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의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중국의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 27’이 2단 고체연료엔진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권 전 교수는 또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 즉 SLBM 전력화를 위한 고체연료 엔진시험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열병식 때 ‘북극성-4ㅅ’과 ‘북극성-5ㅅ’ 등 SLBM을 선 보였지만 아직 시험 발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권용수 전 교수입니다.

[녹취: 권용수 교수] “북극성 4ㅅ이 사거리가 3천km, 5ㅅ이 3천, 4천km로 우리가 분석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자기들이 공개한 것을 보면 북극성 4ㅅ 또는 5ㅅ이 다단이거든요, 1단이 아니고. 그래서 SLBM 용도의 중거리 미사일용 엔진시험을 한 것이고 머지 않아 그것에 대한 시험발사가 있지 않을까.”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의 엔진시험 공개가 최근 러시아가 대륙간 SLBM인 불라바를 캄차카 반도 쪽으로 시험 발사한 데 이어 나온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북러 간 공조 차원으로 해석했습니다.

지난 5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최신 전략 잠수함 ‘임페라토르 알렉산드르 Ⅲ’가 불라바를 백해에서 캄차카반도 쿠라 지역으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러가 서태평양에서 이렇게 미국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에 대해서 가시화시키는 행보를 한다는 것은 서태평양에서의 대미 억제에 양쪽이 물적 공조를 느슨하게나마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볼 수 있어요.”

북한이 1단과 2단 엔진 시험을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신형 고체연료 IRBM 발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ICBM용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고 이를 토대로 지난 4월과 7월 신형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ICBM인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한 바 있습니다.

양욱 박사는 이런 선례로 볼 때 북한이 향후 6개월 안에는 신형 IRBM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북한이 이미 고체연료엔진 ICBM을 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형 IRBM 시험발사가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북한은 빠르면 18일 미사일 공업절에 신형 고체연료엔진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해서 축제 분위기 속에서 김주애 공식 등장 1주년을 맞이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만약 준비 부족으로 18일전에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어렵다면 올 연말까지라도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가면서 올해 국방부문의 중요 성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미한 정보당국이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군사기술 동향과 활동,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포함해 다양한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엔진시험을 포함한 관련 동향을 계속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