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임박한 인도적 재앙을 경고하며 유엔헌장 99조를 발동했습니다. 중국과 EU 지도부가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무역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그리스를 방문해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하마스 간 분쟁 관련 소식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분쟁이 국제적 위협이라고 지적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전쟁이 기존 위협을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 이번 위기를 끝내기 위해 모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유엔 사무총장의 권한을 행사했죠?
기자) 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유엔헌장 99조를 발동했습니다. 이 조항은 사무총장에게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주의를 안보리에 환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헌장 99조를 발동한 것이 아주 오랜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971년 나중에 방글라데시가 되는 동파키스탄 관련 분쟁 때 발동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6일 기자들에게 “유엔헌장 99조 발동은 구테흐스 총장의 매우 극적인 움직임”이라면서 “가볍게 이 조항을 발동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구테흐스 총장은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군요?
기자) 네. 구테흐스 총장은 “인류의 고통과 물리적 파괴, 그리고 집단 외상을 유발하는 두 달 간의 전쟁 뒤에 가자지구의 인도적 체제가 붕괴 위험에 처했다”면서 “민간인들이 더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7일 동안 이어진 휴전이 끝나고 이스라엘군이 공세를 재개했는데요. 이후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서한에서 “이스라엘군 폭격이 지속되고 대피소와 필수품이 없는 가운데, 이런 절망적인 상황으로 공공질서가 완전하게 무너져 제한적인 인도적 구호조차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구테흐스 총장 지적처럼 가자지구 내 구호작업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말이 유엔 쪽에서 계속 나오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테흐스 총장은 “가자지구 내 구호체제가 완전하게 무너지면 팔레스타인 전체, 그리고 역내 평화와 안보에 잠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이 안보리 이사국들 사이에 회람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유엔헌장 99조를 발동한 구테흐스 총장 서한에 근거해 아랍에미리트(UAE)가 초안을 잡은 결의안인데요. 결의안은 “인도적인 즉각 휴전”을 요구하고 “가자지구 내 재앙적 상황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고통에 대한 심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구테흐스 총장 서한과 유엔헌장 99조 발동에 대해서 이스라엘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대사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99조를 발동해 이스라엘을 압박했다면서, 구테흐스 총장이 “새로운 도덕적 최저점”에 다다랐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은 그간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구테흐스 총장의 발언을 계속 비난해 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에르단 대사는 “구테흐스 총장의 휴전 촉구는 사실상 가자지구 내 하마스 테러 정치를 유지하라는 요구”라며 “구테흐스 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하마스의 책임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테러분자들의 자수와 인질 귀환을 요구해 전쟁을 끝내는 대신 하마스 손에 계속 놀아나기를 선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구테흐스 총장 서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부대사는 미국 정부가 현재로서는 안보리의 추가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로이터’ 통신에 “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되고 가자지구에 더 많은 구호를 제공하며, 민간인들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어렵고 민감한 외교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쪽에서 나온 반응도 있나요?
기자) 네.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자치정부 대사는 “유엔에서 가장 힘이 있는 안보리가 분쟁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즉각 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유럽연합(EU) 지도부의 정상회담이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그리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가 시 주석과 회담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 자리에서 무역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EU와 중국이 많은 현안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죠?
기자) 네. 이와 관련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과 EU가 차이점을 책임 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유럽의 대중국 정책이 더 경쟁적인 접근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EU와 중국은 특히 경제 분야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EU 측은 특히 대중국 무역적자에 관해 불만을 제기해 왔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개월 동안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EU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27개 EU 회원국의 중국 시장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중국 측에 요구해 왔습니다. 또 중국 민간기업들이 전쟁에 쓸 수 있는 이중 목적 물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것도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EU의 대중국 무역적자에 대한 중국 정부 입장은 뭔가요?
기자) 네. 정상회담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의도적으로 무역흑자를 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열린 수입-공급망 박람회가 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을 장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쪽도 경제 문제와 관련해 EU 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분야가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EU가 중국 정부가 유럽 시장에 진출한 자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 중국 수입품, 특히 핵심 광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EU의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EU가 미국과 함께 첨단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것에도 불만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이 문제와 관련해 왕이 외교부장은 “EU가 대중국 수출을 크게 늘리기를 기대하면서 중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강력하게 제한한다면 이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현안 가운데 경제 문제 외에 눈길을 끄는 현안으로 또 무엇을 들 수 있나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 문제가 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강력한 힘을 가진 중국과 EU가 국제적 책임과 안보와 평화 분야에서 공동 이익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끝내고, 유엔헌장에 부합하는 정의롭고 지속하는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지적에 대해 시 주석은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중국 관영 ‘CCTV’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EU와 중국이 민감한 국제 현안들의 정치적 해결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CCTV’는 전하지 않았습니다. 그간 중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는 등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고요.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는 휴전을 촉구해 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튀르키예 대통령이 그리스를 방문했다고요?
기자) 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7일 그리스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그리스 방문은 6년 만인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개선과 협력을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오랜 갈등을 겪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의 갈등 관계는 고대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전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역사적으로 오래됐습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 전신인 오스만제국 간에 전쟁을 벌인 적도 있고요. 1990년대에 들어와서도 전쟁 직전까지 갈 만큼 관계가 좋지 못한데요. 두 나라는 에게해 주변 섬들에 대한 영유권, 지중해 자원 탐사, 키프로스 독립 문제 등을 둘러싸고 충돌해 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그리스를 찾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 나라는 지난 2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 그리스가 신속하게 구호물자를 제공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냉랭했던 관계가 확연히 누그러졌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에 그리스를 방문한 건데요. 두 나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무역, 에너지, 교육,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15개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특히 튀르키예 국민이 튀르키예에 가까운 그리스 10개 섬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고요?
기자) 네. 두 사람은 당초 예정했던 시간보다 길게 정상회담을 진행했고요.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양국 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에게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고 싶다면서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취할 공동의 조처를 통해 세계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출국 전에도 양국 간에 얽혀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리스로 향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양국 간에는 “물론 의견 차이가 있고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깊은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또 당장 해결할 수 있고 협력의 기반을 넓힐 수 있는 분야도 있다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유리한 접근법(win-win approach)’을 가지고 아테네로 갈 것”이라며 관계 개선 의지를 다짐했었습니다.
진행자)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의 발언 내용도 들어보죠.
기자) 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7일) 기자회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친애하는 타이이프’라고 부르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아울러 양국 간 회담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대화를 더 발전시켜 ‘배타적경제수역(EEZ)’ 확정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자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튀르키예를 방문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는데요. 미초타키스 총리는 내년 봄에 앙카라를 방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기도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튀르키예와 그리스의 갈등과 대립은 나토 동맹과 결속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리스는 튀르키예의 적이 아닌 나토 동맹의 소중한 회원국이며 서로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에도 함께 가입해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그리스는 EU 회원국이지만 튀르키예는 EU 회원국이 아닙니다. 튀르키예는 20년 넘게 EU 가입을 추진해 왔는데요. 하지만 법치와 사법권 독립, 인권 보호 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가입 협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투르크족 등 소수민족 인권 침해 논란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지지를 조건으로 협상 재개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EU가 튀르키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가입 신청 철회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