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위 당국자 “북한 이달 중 ICBM 발사 가능성”…전문가 “정찰위성 이은 ‘화성-18형’ 발사 배제 못해”

김태효 한국 국가안보실 1차장 (자료사진)

북한이 이달 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 정부 핵심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북한이 핵 미사일 공격체계 완성 차원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이어 ICBM 발사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태효 한국 국가안보실 1차장은 14일 제2차 미한 핵협의그룹(NCG) 회의 참석차 미국으로 가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지금 12월에도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차장은 미한 당국간에 공유한 정보냐는 질문에 “더 이상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한국 군 당국도 북한의 ICBM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북한이 그동안 ICBM 발사 장소로 활용해 온 평양 순안 국제공항 등에서의 발사 준비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판단에 북한이 조만간 ICBM을 발사할지 또 쏜다면 어떤 기종을 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실제 ICBM 발사에 나설 경우 평양엔 15일 오후까지 비가 내린 뒤 16일까지 구름이 끼는 등 기상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번 주말 이후부터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개최 전이 도발 시점으로 예상됩니다.

연내 발사가 이뤄지면 올 들어 5번째 ICBM 발사로 이는 북한의 한 해 기준 역대 최다 발사 기록이 됩니다.

북한의 가장 최근 ICBM 시험발사는 ‘신형 고체연료 ICBM’이라고 북한이 주장한 지난 7월 12일의 ‘화성-18형’ 발사였습니다.

4월 첫 시험에 이은 7월 두 번째 시험발사에서 화성-18형은 최고 고도 6천㎞로 1천㎞를 비행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올 2월과 3월엔 액체연료 엔진 기반의 ICBM인 화성-15형과 17형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시험발사에 나선다면 실전배치 무기체계라고 주장하고 있는 화성-15형 또는 17형 보다는 화성-18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화성-18형은 발사의 신속성과 은밀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고체연료 추진체계가 적용된 신형 ICBM입니다.

2차 발사 때 사거리와 고도 등 데이터 상으론 최고의 성능을 보였지만 고작 두 차례 시험발사로 실전 단계의 안정화된 무기체계가 되긴 어렵다는 게 양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올해 화성-15 한 번 쏘고 화성-17을 한 번 쐈다는 말이죠. 그 발사를 전부 실전발사라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건 뭐냐 하면 이미 15하고 17은 자기들 입장에선 실전배치된 체계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화성-18을 쏘면서 마치 실전배치가 됐다라는 식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최근 고체연료 추진체계 적용을 시사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쓰인 장거리 로켓 ‘천리마 1형’을 채택한 미사일 발사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화성-18형을 이미 성공한 모델로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추가 시험발사를 해야 할 기술적 수요가 없어 보인다며 개발 막바지 단계인 다른 미사일 시험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지난 번 고체연료형 신형 중거리 미사일 엔진실험을 했기 때문에 그 엔진실험의 결과가 최종 단계였을 것으로 보여지고 그것에 따라서 아마 이 엔진을 본격적으로 발사체 형식으로 발사하는 실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북한이 지난달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에 보다 완성도가 높은 ICBM 시험발사를 또 다시 감행함으로써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한 핵 미사일 공격체계를 과시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정찰위성을 김정은 위원장이 ‘눈’에 비유하면서 자화자찬했는데 연이어 ‘주먹’에 해당하는 ICBM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연말 연시 대내외 극적 선전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위성 발사하고 나서 자신들이 ‘눈’을 가졌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제 더 확실한, 완성된 ‘주먹’을 갖게 되는 의미니까 김정은이 지금까지 발전시켜왔던 핵 능력 이른바 ‘과시의 정치’가 완성되는 그런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북한이 연내 추가 IC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한국의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미 충분한 엔진추력을 보여 준 화성-18형을 추가 발사할만한 기술적 수요가 분명하지 않고, 북한이 관영매체들을 통해 정찰위성 발사 성공과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를 올해 최대 성과로 결산한 상황에서 ICBM을 연말에 발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권 전 교수는 하지만 북한은 실전타격 능력을 높인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분명한 것은 내년엔 여기서 더 발전된 군사적 효과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ICBM을 개발하는 한 해, 구체적으론 초대형 핵탄두 또는 다탄두 두 개 다겠죠.”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빈도가 잦아지고 핵 미사일 기술이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고도화하면서 미한일 3국은 곧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를 가동할 방침입니다.

김태효 차장은 “미한일 간에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 시스템이 완성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미국의 주도 하에 벌어지고 있는 3자 간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놀음은 명백히 지역 정세를 더욱 험악한 대결 국면으로 몰아가기 위한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이달 안에 ICBM을 시험발사할 경우 미한일의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 시스템의 첫 활용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차장이 북한의 연말 ICBM 발사 가능성을 제기한 발언은 미한일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도발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