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과 유엔을 비난하며 핵에는 핵으로 맞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한국 정부는 힘에 의한 대북 억지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은 지난 18일 단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에 참여했던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축하 격려했다고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화성-18형 발사에 대해 “공화국의 주권 사수에 임하는 우리 무력의 충실성과 강경한 입장에 대한 과시”라며 “적이 핵으로 도발해올 때에는 주저 없이 핵 공격도 불사할 우리의 공격적인 대응 방식과, 핵전략과 핵 교리의 진화에 대한 명백한 설명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디에 있는 적이라도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능력과 임전태세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방위력이고 공고한 평화 수호”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1일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ICBM 도발 논의를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안보리는 또 다시 공화국의 반응을 촉발시킨 직접적 동기인 미국과 대한민국의 수사적, 행동적 도발은 배제하고 공화국의 자위권 행사만 문제시하는 회의 판을 벌였다”며 “유감스럽고 또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안보리가 미국과 그 추종 국가들의 강도적 요구로 공개회의를 소집해 공화국의 주권적 권리를 문제 삼아 토의에 상정시킨 것 자체를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미국과 대한민국이 예고해 둔 앞으로의 대북 군사적 대결 각본들을 공화국이 그 성격을 어떻게 규제하고 간주하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주겠는지 적대 세력들은 지금부터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스스로 국제사회 일원이길 부정하는 내용이라며 자위권과 이중기준을 내세워 한반도와 지역 정세의 긴장 고조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북한이 그들의 계획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다양한 무기체계를 개발해오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 한미는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면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21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북한이 한반도와 역내 긴장 고조 행위를 지속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국 본토 타격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액체와 고체연료 추진체계 기반의 다양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회의에서 “북한의 변함없는 야욕을 억제할 수 있는 건 오직 강력한 힘뿐”이라며 “응징이 억제이고, 억제가 곧 평화라는 건 인류 역사가 증명한 교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비핵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핵 보유국이라는 입장에서의 내용들이라며 사실상 한반도가 핵 대 핵의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8형 발사에 이어 최고 수뇌부들까지 직접 비난전에 나선 것은 최근 미한 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 결과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박용한 박사는 북한이 그동안 핵 무력을 증강한 것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해 온 확장억제 능력과의 간극을 좁히려는 의도였는데 NCG가 확장억제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결과를 도출하면서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용한 박사] “미국에서 2차회의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한미 정상이 합의할 수 있는 핵과 관련된 별도의 채널 또 훈련과 교리 또 작전에 대한 연습 등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한미간 핵 사용에 관한 협의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이렇게 반응을 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이 NCG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다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미한 양측은 지난 15일 NCG 회의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라 내년 연합 군사훈련부터 처음으로 ‘핵작전 시나리오’를
반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최고 수뇌부의 발언으로 미뤄 핵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장기전을 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핵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자기들식의 대미 대남 강압전략을 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식의 강압 전략 그러니까 한미와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강압전략이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역으로 북한이 핵 강압전략으로 전환했고 여기에 탄력을 부여해주는 게 러시아다 이렇게 볼 수 있죠.”
북한 수뇌부들의 대미 비난은 내년 11월 미 대선을 겨냥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작으로 보이도록 최대한 부각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중러와의 협력관계를 토대로 유엔 안보리를 무력화시키면서 고도화된 핵 무력 도발로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극대화해 바이든 행정부를 흔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일본과의 군사협력을 통해서 확장억제력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북한의 위협수준은 더 고조된 측면들 이런 측면들을 북한이 스스로 핵 무력 강화를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그런 의도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는 지난달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강도를 높이는 양상이라며 다음주로 예고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정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11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북한이 국방성 담화, 국방성 대변인 담화 등 이렇게 하면서 계속 톤을 높인 건데 이게 12월 들어서 좀 더 절정으로 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원회의에서 대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 그리고 여기서 좀 더 명확한 강 대 강, 정면 승부 이 부분을 좀 더 수위를 높여서 강조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당 전원회의에서 핵 능력 고도화를 재차 천명하면서 군축 요구, 윤석열 한국 정부와의 관계 단절 선언 등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