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28일) 시험발사한 미사일이 새로 개발한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미사일 비행시간 등 북한의 발표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사업을 둘러봤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전했습니다.
불화살-3-31형은 북한이 지난 24일 처음 발사한 신형 순항미사일로 당시 북한은 “개발 중에 있다”며 “첫 시험발사”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한국 합참 “기존 기종 성능 개량”북한 매체들은 28일 발사한 미사일들이 각각 7천421초, 7천445초 간 동해 상공에서 비행해 섬 목표를 명중 타격했다고 전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2발로 추정됩니다.
북한 매체들은 비행거리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미사일은 비스듬한 각도로 수면 위로 떠올라 수직발사관(VLS)이 아닌 어뢰발사관 등을 통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사일 동체는 무늬 없이 흰색으로만 도색돼 어두운색의 ‘화살-1형’ 그리고 탄두부가 흰색과 검은색 체크무늬인 ‘화살-2형’ 등 북한의 기존 순항미사일들과 구분됐습니다.
또 사진에 따르면 불화살-3-31형이 뿜어낸 자욱한 연기 때문에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인지, 아니면 미사일 시험발사용 바지선에서 발사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앞서 28일 북한이 오전 8시께 잠수함 관련 시설이 밀집한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나흘 만에 또 순항미사일 발사무기체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표한 비행시간으로 미뤄 아음속의 속도를 내는 순항미사일의 최고 속도를 감안하면 비행거리가 2천km 정도로 추산된다며 주일미군까지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주장한 비행시간 등이 과장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추가적인 사항은 미한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무기체계 전문가들은 순항미사일이 신형이 맞다면 지상과 수중 바지선 등에서 수차례 시험발사를 거쳐야 잠수함에서의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공보실장은 이 때문에 신형 미사일을 첫 시험발사한 뒤 불과 나흘 만에 수중 발사를 한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취:이성준 공보실장] “동일한 미사일도 어디에서 쏘느냐에 따라서 상당한 기술적 보완이나 발전이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짧은 기간에 발사 플랫폼을 바꿨다는 것은 제가 아까 말씀드린 과장 가능성에서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잠수함에서 쏜 것이라면 북한이 작년 9월 핵 공격이 가능한 첫 전술핵공격 잠수함이라며 공개한 ‘김군옥영웅함’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 로미오급을 개조한 3천t급 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에선 탄도마시일과 순항미사일을 모두 발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보다 앞서 지난해 3월 12일 신포급(고래급. 2천200t 추정) 잠수함인 ‘8.24 영웅함'에서 비행거리 1천500km급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이번에 사진에 공개된 미사일 외형은 북한의 기존 ‘화살-1형’ 순항미사일과 비슷하고 순항미사일의 비행속도를 최대 속도가 아닌 통상 속도인 마하 0.6 수준으로 계산하면 사거리도 1천500km로 화살-1형과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박사는 따라서 북한이 화살-1형과 별 차이가 없는 미사일을 전술핵미사일임을 강조한 신형 불화살 3-31형으로 포장해 자신들의 무기 개발 능력을 과장해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양욱 박사] “만약 김군옥영웅함에서 쐈다면 잠수함 꺼내놓고 그 자리에서 난리를 쳤을 거에요. 그래서 결국 이 말은 뭐냐 하면 그냥 기존처럼 8.24 영웅함에서 쐈거나 아니면 수중바지선에서 쏘고 난 다음에, 그러니까 북한도 뭔가 긴장을 지속해야 하는데 수단이 없으니까 이제까지 공개한 것을 재포장해서 내놓는 거죠.”
북한은 지난해 3월 22일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4발을 쏘면서 처음으로 해당 미사일이 화살-1형과 2형이라고 공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최근 2년 새 공개는 물론 비공개로도 수차례 지상과 함정 그리고 잠수함 등에서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화살 1형과 2형을 기본 모델로 해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분화된 모델을 시험하는 단계라고 분석했습니다.
홍 박사는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을 어디서 발사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조만간 추가 시험발사를 통해 잠수함 발사 장면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홍민 박사] “화살-1형이나 2형은 기초가 되는 발사나 모델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함정에서 또는 잠수함에서 쏠 수 있는, 모델을 일종의 분화시키고 정착시키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오늘 보도한 내용은 SLCM을 위한 모델 여기에 포커스를 맞춘 시험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북한은 올 들어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국제사회 대북 제재망에서 벗어나 있는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빈도를 높이는 양상입니다.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되는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정밀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까지 확보해 미사일 무기고를 다양화함으로써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방어망에 과부하를 초래하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특히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은 발사 원점을 숨기거나 기만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박원곤 교수] “한국과 일본, 괌까지로 집중해서 실제 타격 능력을 갖도록 하고 특히 플랫폼을 이렇게 다양화해서 결국 한미가 막을 수 없다는 그 상황까지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SLCM 발사 현장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과 관련한 지시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해당 사업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며 “핵동력 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수행할 당면 과업과 국가적 대책안들을 밝히면서 집행 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할 당시 핵추진 체계를 적용한 진정한 의미의 핵잠수함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홍민 박사는 원자로 소형화와 신규 선박 건조 등에 엄청난 기술과 비용,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자체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완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권용수 한국 국방대 명예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북러 간 군사협력의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러시아로부터의 관련 기술 이전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녹취:권용수 명예교수] “북한 독자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했고 이걸 통해서 러시아와 북한이 아주 밀접한 관계가 된 거죠. 러시아가 코너로 몰리면 몰릴수록 이것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돼요.”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SLCM 시험발사 발표와 핵잠수함 개발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이 부족한 재원을 무기 개발과 도발에 허비하는 한 민생 개선은 10년이 지나도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