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어제(14일)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며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에 이른바 ‘국경선’을 그어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시험을 지도했다”고 15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발사된 미사일이 23분 20여초 간 비행해 목표선을 명중 타격했고, 검수 사격시험 결과에 김 위원장이 크게 만족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4일 오전 9시께 강원도 원산 동북방 해상에서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바다수리-6형의 사거리는 비행시간을 고려할 때 약 200㎞로 추정됩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바다수리-6형 발사 사진을 보면 해당 미사일은 옛 소련의 아음속 순항미사일 ‘우란’(kh-35)을 모델로 삼은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보입니다.
바다수리-6형과 이를 발사하는데 사용된 이동식 발사대는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등장한 것과 동일한 형태입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공개한 대함미사일은 과거의 열병식 때 그 외형이 공개된 적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다수리-6형은 서해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등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 해군 함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아음속 미사일인 바다수리-6은 레이더로 표적을 추적하다가 아군 함정이 레이더 재밍을 하면 적외선 광학시커로 표적을 찾아가는 다중모드 탐색기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사진을 보면 레이더가 재밍되더라도 광학탐색기로 함정을 조준해서 쫓아갈 수 있는 그런 다중탐색기를 적용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결국은 북한의 지대함 미사일 능력이 늘어날수록 북한의 신형 대함미사일에 맞춘 방어태세들을 서북도서 인근에서 활동하는 해군 함정에 다 탑재해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의 바다수리-6형이 “미군 항공모함을 비롯한 한미 해군 전력에 대한 봉쇄, 차단, 대응이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 박사는 “비행거리로 볼 때 해안뿐만 아니라 내륙에도 배치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사전 식별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해상 타격 이외에 지상에 대한 타격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바다수리-6형이 “2017년 KN-19로 알려진 지대함 미사일을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검수 사격, 즉 양산과 실전배치 수준으로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대 사거리가 200㎞인 KN-19는 탐지와 요격을 어렵게 하기 위해 발사 뒤 종말단계에서 고도 50m 이하로 비행하는 시스키밍(Sea Skimming)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현지 지도를 하면서 “이제는 해상주권을 그 무슨 수사적 표현이나 성명, 발표문으로 지킬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 행사로, 행동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한국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인 ‘북방한계선’을 고수하며 3국 어선과 선박 단속, 해상순찰 등을 구실로 전투함선들을 북한 수역에 침범시키며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땐 주권 침해로, 무력 도발로 간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며 NLL 수호 의지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성준 공보실장] “NLL은 우리 군의 변치 않는 해상경계선이며 우리 군은 대비태세를 완비한 가운데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해상국경선’이라는 표현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겁니다.
북한은 과거 남북한 간 해상 경계와 관련해 그 용도에 따라 ‘해상경계선’, ‘해상분계선’, ‘해상경비계선’ 등을 주장해왔습니다.
북한의 ‘국경선’ 언급은 올들어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한국이나 미국이 그어놓은 NLL에 대해서 반발은 했지만 여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북한이 사실상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그래서 아예 헌법을 통해서 국경선을 명확하게 해상과 지상에 함으로써 국가 대 국가 그리고 영토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만들겠다는 게 북한의 지금 행보거든요.”
김 위원장이 말한 ‘국경선’이 북한이 과거 서해 NLL을 무시하면서 꺼내 들었던 ‘서해 해상경계선’이나 ‘서해 경비계선’ 등과 일치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김 위원장이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을 말한 만큼 국경선도 NLL처럼 연평도와 백령도의 북쪽에 그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기존 경비계선 등이 연평도와 백령도 사이 수역에서는 NLL보다 남쪽으로 크게 내려와 있는 만큼 해당 수역에서는 북한이 NLL을 무력화하는 새로운 선을 그으려 하면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상대적으로 자신들에게 피해가 적은 방식의 공격을 북한은 이미 성공한 바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반복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유의하고 대응해야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중요 군수공장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현지 지도 장소와 일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사진을 보면 포탄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