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이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을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피소 사실을 전달받은 북한이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은 만큼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이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공식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소송 사실을 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승조원 측 변호인은 20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 재판부에 제출한 문건에서 지난 12월 18일 소송에 대한 정식 고지가 이뤄졌다며 북한에 전달된 문건이 첨부된 웹사이트 주소를 공개했습니다.
해당 웹사이트에는 이번 소송 내용을 담은 소장과 소환장 그리고 각각의 한글 번역본 등이 담겼습니다.
승조원 측 변호인은 조선중앙통신의 엑스 계정과 별도로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2개의 이메일 주소로도 소장 등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이메일이 지난해 12월 30일과 1월 13일, 27일 그리고 이달 10일 등 매 14일에 한 번 꼴로 보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승조원 측은 북한이 엑스 계정을 통해 최초 소장을 전달받은 날로부터 60일이 지난 시점은 이달 16일이고, 이 때까지 북한은 법적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만큼 이는 ‘궐석(default)’에 해당한다며 법원 서기관실이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피고가 소장을 전달받은 지 60일 이내에 공식 대응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원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 즉 ‘자동 패소’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앞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 110여명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당시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1월 31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제소했습니다.
이들은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기존 푸에블로호 원고와는 다른 소송인단입니다.
이후 이들은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으로 소장 전달을 시도했지만 DHL을 비롯한 국제 우편 서비스 업체가 북한으로의 우편물 송달을 중단하면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또 북한 외무성 소속 외교관들이 모여 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도 소장을 보냈지만 우편물이 반송되면서 이들의 소송은 오랜 기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방법원이 소셜미디어인 엑스를 통해 북한에 소송 내용을 고지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 난항을 거듭하던 이번 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앞서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이 북한의 엑스 계정에 소송 내용을 고지할 수 있도록 허가한 데 이어,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에게도 같은 방식을 이용해 소송을 고지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도 동일한 방식을 이용해 소송 내용을 고지했고, 이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서를 이날 제출한 것입니다.
만약 법원 서기관실이 북한의 ‘궐석’을 공식 확인하고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면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은 승소 판결을 받게 됩니다.
미 연방법원은 지난 2006년 최초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윌리엄 토마스 매시 등 승조원 4명에게 9천700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 2021년엔 또 다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1명의 소송에 대해 북한의 23억 달러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3차 소송인단 역시 비슷한 규모의 배상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23일 원산 앞바다에서 임무 수행 중 북한 해군에 의해 나포됐습니다.
북한 정권은 약 11개월이 지난 1968년 12월 23일 승조원 82명과 유해 1구를 미군에 송환했지만 선박은 돌려주지 않은 채 현재까지 반미 선전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