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군축회의에서 국방력 강화 조치가 자위권 차원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미국과 동맹에게 돌렸습니다. 미한일 3국은 북한이 허위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28일 열린 군축회의 고위급회기 사흘째 회의에서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미한일 3국이 공동으로 이를 반박했습니다.
주용철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및 대러시아 군사 지원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녹취: 주용철 참사관] “It is not surprising to hear the stereotyped charges time and time again but we categorically reject such accusations as an intolerable provocation and serious encroachment upon our sovereignty. In this regard, I would like to make a clear position of the DPRK as follows. First, the DPRK's measure to enhance national defense capability is a legitimate exercise of self-defense right, which fully accords with the UN Charter and the other international laws.”
주 참사관은 “우리는 그러한 비난을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자 우리의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화국의 국방력 강화 조치는 유엔 헌장과 그 외 국제법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최근 미사일 시험 발사는 주변국의 안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역내 정세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조치는 모두 미국과 동맹국들의 직접적인 위협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주용철 참사관] “The DPRK self-defense measures is aimed at ensuring its national security and fundamental interests against a direct threat from the United States and its vessel forces. There is no country, no country such country like the DPRK on this planet, which is exposed to constant threat of war for several decades by a nuclear armed state. The reckless confrontation and military provocations of the U S and its allies is driving the situ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nto unpredictable and uncontrollable crisis.”
“핵무장국가에 의해 수십년간 끊임없는 전쟁 위협에 노출돼 있는 북한과 같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의 무분별한 대결과 군사적 도발은 한반도 정세를 예측과 통제 불능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이 북한 정권의 종말과 대규모 핵 전략자산 배치를 언급하고 연합훈련과 미한일 협력 등을 통해 자신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결코 핵 포기나 비핵화는 있을 수 없으며, 이를 위한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러시아 무기 이전 의혹에 대해서도 ‘미국이 조작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서,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제공하는 것은 유럽연합(EU)과 서방국가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국과 한국, 일본이 공동으로 대응했습니다.
미한일 3국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윤성미 제네바주재 한국대표부 차석대사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허위 정보를 계속 퍼뜨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성미 차석대사] “In response to the statement by the DPRK, it is indeed regrettable that the DPRK continues to spread false information about its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Over the past two years, the DPRK has continued its escalatory actions through the launching of around 100 ballistic missiles, including at least 10 ICBMs, all in direct violation of releva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It has also continued its irresponsible and destabilizing nuclear rhetoric, openly threatening the preemptive use of nuclear weapons against the Republic of Korea.”
윤 차석대사는 “북한이 지난 2년간 안보리 관련 결의를 위반하며 최소 10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1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 고조 행위를 계속해왔다”고 지적하고 “또한 한국을 향한 핵 선제사용을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등 무책임하고 불안정한 핵 수사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계속 수출하고 있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자체적인 계획에 따라 개발돼 온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잠재적 확산은 역내 및 국제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성미 차석대사] “The DPRK's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which have been developed based on its own playbook for decades as well as the potential proliferation of these weapons and systems, constitute a clear and grave threat to regional and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and undermine the global nuclear nonproliferation regime, which needs to be addressed urgently.”
한국의 이 같은 반박에 북한 주용철 참사관은 재반론권을 요청해 “핵무기가 존재하고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핵무력 건설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한 양국이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국제법에 따른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자위적 조치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한다며, “뻔뻔하다”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군축회의 고위급회기 사흘째에도 다수의 회원국들은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해 규탄 입장을 이어갔습니다.
일본 대표로 참석한 요이치 후카자와 외무성 외무대신 정무관은 러시아의 북한 탄도미사일 조달과 우크라이나전 사용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요이치 정무관] “Russia's procurement of North Korea's ballistic missile is a direct violation of releva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their use against Ukraine is absolutely unacceptable. Japan expresses grave concern about potential transfer in return of nuclear or ballistic missile technology from Russia to North Korea which would seriously undermine the nonproliferation regime that we all value.”
특히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핵이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전하면서 국제 비확산 체제가 훼손될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일본은 북한의 반복적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사용에 대한 고조되는 수사 등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 전개에 대해 여전히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영국 대표로 발언에 나선 타리크 아흐마드 외무부 중동·북아프리카·남아시아·유엔·연방 담당 국무상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과시켰을 때 이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아흐마드 국무상] “It is important when the UN Security Council has passed resolutions that these are adhered to. We therefore call upon North Korea to halt its illegal launches and refrain from conducting further nuclear tests. Return to talks now. Take credible steps now to denuclearization. Until then, the United Kingdom has levers it can use and we have used them. We will continue to enforce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이어 북한에 대화 복귀와 신뢰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면서 “영국은 대북제재를 계속해서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날 회의에서 중동 지역 내 북한의 무기 제공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메이라브 에일론 샤하르 제네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침공에 따른) 학살 이후 이란과 북한, 기타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로부터 밀수입된 무기를 포함해 하마스 테러 조직의 소유물에서 대량의 불법 양도된 재래식 무기가 발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샤하르 대사] “Following the October 7th massacre, large quantities of illicit transferred conventional arms were found in the possessions of the terrorist organizations Hamas, including arsenals smuggled from Iran, DPRK and other states and nonstate actors. These arms were used in the brutal terror attack that was committed against the citizens of Israel. DPRK has been deeply involved in nuclear and missile proliferation also throughout the Middle East.”
샤하르 대사는 해당 무기들은 이스라엘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잔혹한 테러 공격에 사용됐다면서 “북한은 중동 전역에서 핵과 미사일 확산에 깊이 관여해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을 포함해 65개 회원국의 제네바 군축회의는 1979년 설립된 세계 유일의 다자 군축 협상 포럼으로 핵무기와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무기 등의 군축과 국제안보, 신뢰구축 등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