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트럭 몰린 가자 주민 100여 명 사망...이란 '히잡 시위' 후 첫 총선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시티에서 구호트럭에 몰려들었다가 부상당한 사람들을 이송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개 영상 캡쳐.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난달 29일 구호품을 받으려던 주민 1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이란이 지난 2022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이래 처음으로 총선거를 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10억 명 이상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최신 보고서 내용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2월 마지막 날인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큰 사고가 있었군요?

기자) 네. 이날(29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인근에서 많은 주민이 구호품을 실은 트럭들에 몰려들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영국 BBC방송은 이 사고로 적어도 112명이 숨지고 76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런데 현장에서 이스라엘군이 총을 쐈다고 해서 지금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날(29일)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네. 먼저 로이터통신이 전한 이스라엘군 측 설명을 들어보면요. 사고가 연이어 2건이 났다고 합니다. 첫 번째 사고는 구호품을 실은 트럭 30대가 인도적 통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 중이었는데, 가자시티 서쪽에서 많은 사람이 갑자기 트럭으로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몇몇 주민이 구호품을 탈취하고 다른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거나 짓밟으면서 사상자가 나왔는데요 그러면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자 당황한 트럭 운전사들이 차를 움직였는데, 이때 또 사람들이 차에 치이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처음 사고에서는 서로 짓밟거나 트럭에 치여서 사상자가 난 거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한 주민은 BBC 방송에 이때 대부분의 사망자가 차에 치인 사람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현장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인력들이 있었을 텐데, 사고를 막지 못한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차량 행렬을 호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어 위험해지자 탱크에서 경고 사격을 하면서 사람들을 해산시키려고 했는데요. 그래도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결국 물러났다고 이스라엘군 측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다음 두 번째 사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기자) 네. 첫 번째 사고 현장에서 몇백 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당시 군중들 가운데 일부가 근처에 있던 군인들에게 접근했는데, 이때 군인들이 위협을 느껴서 사람들에게 총을 쐈습니다. 이스라엘군 측은 이런 “제한적인 대응”으로 숫자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숨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쪽에서는 다른 설명을 내놓았더군요?

기자) 네. 하마스가 성명을 냈는데요.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을 직접 겨냥해서 총을 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마스 측은 당시 큰 위협이 없었는데, 이스라엘 점령군이 사람들을 직접 겨냥해 발포했고, 몇몇 주민이은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측 설명이 아주 다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 주민은 AP통신에 구호품을 받으려고 트럭으로 접근하는데, 이스라엘군이 총을 쏴서 트럭 밑으로 숨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총소리가 나지 않아서 트럭 밑에서 나왔는데, 이스라엘군이 다시 총을 쏘기 시작하면서 결국 다리에 총을 맞았다고 이 주민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에 관해 국제사회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먼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민감한 휴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현재 현장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긴급하게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 말처럼 이번 사건이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휴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하마스 측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휴전과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을 위해 카타르에서 진행 중인 협상이 이제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군 발포 여부를 언급하지 않는 등 일단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 발포를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회연결망서비스(SNS) X에 올린 글에서 민간인들의 죽음을 강하게 성토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군의 목표물이 됐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이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구호 제공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망한 것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효과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번 사건을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또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가자 주민들의 또 다른 학살 소식에 소름이 끼친다”고 밝혔습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일 테헤란에서 투표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란이 총선거를 치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이 1일, 의회 의원과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단을 뽑는 총선거를 실시했습니다. 이란 내무부는 앞서 투표가 현지 시각으로 1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고, 필요하면 투표 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부분적 결과는 2일쯤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의원 외에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단도 선출한다고 했는데, 이 국가지도자운영회의가 무슨 일을 하는 곳입니까?

기자) 네. 사회적 자유나 경제 상황같이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최고지도자’를 뽑고 감독하는 기관인데요. 남성 이슬람 학자 88명으로 구성됩니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가 선출하는 최고지도자는 신정 체제인 이란에서 가장 강한 권한을 가진 인물이자 군 총사령관이기도 한데요.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는 84세의 고령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입니다.

진행자) 이번에 의원과 위원단을 각각 몇 명이나 선출하는 건가요?

기자) 네. 의회 의원은 290명, 그리고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단은 88명을 선출합니다. 참고로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인구가 8천7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이 가운데 투표할 수 있는 사람 수는 6천100만 명이 넘습니다.

진행자) 이번 이란 총선이 특별하게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22년에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는데요.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총선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시위는 22세의 쿠르드계 여성인 마흐사 아미니 씨가 경찰에 구금돼 있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는데요. 폭력 시위가 장기간 이어지고 정부 당국이 시위에 가혹하게 대응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언론 보도로는 이번 총선 투표율이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되더군요?

기자) 네. 정부 쪽 기관 전망으로는 대략 41% 정도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건 기존 최저 기록을 경신하는 투표율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파가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보수파와 극보수파 진영이 232석을 얻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또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서도 보수 진영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가운데 야권 연대인 ‘개혁전선’ 측은 의미와 경쟁력, 효과가 없는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이란 총선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도 비슷한 논평을 내놓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기자들에게 이란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많은 이란인도 그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도 지난달 이란 선거가 자유롭고 경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한 노천 의자에 비만 여성이 앉아 있다.(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전문가 그룹이 전 세계 190개국 이상, 2억2천만 명 이상의 자료를 기반으로 비만 실태를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이 비만으로 간주됐습니다. 현재 세계 인구가 약 80억 명이니까, 8명 중 1명은 비만을 안고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생각보다 비만 인구가 상당히 많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비만이 너무 널리 퍼져 있어서, 영양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저소득, 중간 소득 국가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저체중보다 더 흔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많은 부유한 나라에서는 비만율이 정체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부자들이 비만이라는 통념을 깨는 이야기군요?

기자) 네. WHO의 프란체스코 브랑카 영양국장도 기자회견에서 그 점을 지적했는데요. “과거에는 비만을 부자들의 문제로 생각해 왔지만, 이제 비만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WHO의 비만 연구는 2017년 이후 처음 실시한 건데요. 연구 내용은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에도 실렸습니다.

진행자) 보고서 내용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기자) 2022년 기준,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990년과 비교해 성인은 2배 이상, 어린이와 청소년은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숫자로 치면, 성인은 8억9천만 명이 비만이었고요. 5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은 1억6천만 명이 비만이었는데요. 기준은 성인의 경우 키와 몸무게로 계산하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면 해당합니다.

진행자) 과체중 인구에 관한 자료도 있습니까?

기자) 네. 비만 인구까지 합쳐서 과체중 성인은 2022년 기준, 25억 명에 달했습니다. 18세 이상 성인의 43%가 과체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5세에서 19세 사이 과체중 청소년은 비만 포함 3억9천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진행자) 앞서 부유한 나라의 비만율이 정체 상태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기자) 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과 함께,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선별해 먹는 등 식습관 개선과 운동 등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유기농 식품 같은 것은 훨씬 비쌉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값싸고 영양학적으로 부족한 식품을 섭취하다 보니 비만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노보노디스크’ 같은 획기적인 비만치료제가 등장했지만, 너무 비싸 불평등을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부유한 나라의 비만율은 정체돼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어떤 나라는 저체중과 비만이라는 이중 부담을 겪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런 이중 부담의 증가는 카리브해와 중동 지역을 비롯해 저소득과 중간 소득 국가에서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내전 등을 겪는 나라에서 나타나는 저체중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는 덜 일반적이긴 하지만 영양실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전히 중요한 사안입니다.

진행자) 비만은 어떤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나요?

기자) 비만은 당뇨병, 심장, 신장 질환을 비롯해 여러 가지 심각한 질병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조기 사망과 장애 등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학교 급식 장려, 고과당 제품에 대한 세금 부과 등의 정책 시행과 함께, 민간 부문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