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활용 방법을 두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견이 노출됐습니다,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비밀 범위를 넓히는 법안을 의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키스탄 새 연방 하원이 투표 조작 의혹 혼란 속에 개원한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28일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활용 방법을 두고 프랑스가 미국 측 제안을 반박하는 등 이견이 노출됐군요?
기자) 네. 이날(28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열렸는데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따로 모였습니다. 이 회의가 끝나고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장관은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처리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자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제안이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르메르 장관이 언급한 옐런 장관 제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앞서 옐런 장관은 27일 G7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해제할 접근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면서, 이런 접근법에는 동결된 자산을 몰수하거나 담보로 쓰는 것 등의 조처가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서방 측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은 거의 3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진행자) 동결돼 있는 러시아 자산을 아예 몰수하거나 아니면 이걸 담보로 국제시장에서 돈을 빌리자는 말인데요. 르메르 장관이 이런 방안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거로군?
기자) 그렇습니다. 르메르 장관은 자산 몰수가 국제법 위반이 될 것이고 강력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옐런 장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 옐런 장관은 동결 자산 처리가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27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자산을 사용하거나 몰수하기 위한 “국제법적, 경제적, 도덕적 근거가 탄탄하다”고 말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또 그런 조처가 국제법상 ‘대응조치 이론’을 통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옐런 장관이 언급한 ‘대응조치 이론’이라는 것이 뭔가요?
기자) 네. 국제법 위반 행위로 피해를 본 나라 대신 제3국이 법을 어긴 나라를 겨냥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르메르 장관은 옐런 장관이 언급한 대응조치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조처를 하려면 강력한 법적 근거뿐만 아니라 G20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국제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G7 안에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하자는 미국 측 제안에 찬성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기자) 네. 영국과 캐나다가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독일은 동결 자산 몰수 방안에 프랑스처럼 신중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진행자) 서방 측은 러시아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경제적,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들을 이미 검토하고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3가지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동결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를 활용하는 방안, 옐런 장관 제안처럼 해당 자산을 담보로 돈을 마련하는 방안, 그리고 러시아 자산을 처분한 돈을 우크라이나에 직접 주는 방안입니다.
진행자) 최근 EU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조처를 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최근 EU는 동결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처분하지 말고 별도 계정에 예치하도록 했는데요. EU는 이 조처로 향후 해당 수익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쓸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진행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28일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 방법에 대해서 언급했군요?
기자) 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28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러시아 자산으로부터 나온 수익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군사장비를 구입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궁극적으로 유럽이 자신의 안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자산에서 나온 수익을 우크라이나 재건뿐만 아니라 무기 구입에 쓰자는 제안까지 이제 나온 것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측 지원이 줄어들면서 전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옐런 장관도 3년 차로 접어든 전쟁에서 러시아에 점점 밀리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시급하게 도와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의회에서 연설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29일)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전쟁 종식과 나치즘 척결, 특별군사작전의 과업 달성, 그리고 러시아인들의 안보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서방 측에서 우크라이나 파병안이 제기됐는데요. 이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과거 러시아에 군대를 보냈던 나라들의 운명을 기억한다면서, 간섭하려는 이들에게 닥칠 결과는 훨씬 비극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국가비밀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군요?
기자) 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개정된 국가비밀보호법을 29일 통과시켰고, 이 법이 오는 5월 1일부터 발효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해당 법안에 관해서 중국 정부는 어떻게 설명했습니까?
기자) 네. ‘신화통신’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가비밀국 관리를 인용해 개정된 법이 국가안보와 비밀과 관련된 법들의 체계화와 포괄성, 그리고 시너지 효과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리는 또 이번에 당의 비밀관리가 법에 명시됐다면서, 온라인 운영자들은 국가비밀 유출로 의심되는 사안들을 다루고 수사하는 데 있어 유관 기관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국가비밀에 대한 관리를 앞으로 강화하겠다는 말인데요. 개정된 법에서 눈길을 끄는 내용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네. 먼저 “업무상 비밀”로 알려진 정보 보호에 대한 항목이 추가됐습니다. 원래 업무상 비밀이라면 정부 내부 문건이나 정책 형성과 관련된 논의 등이 해당되는데요. 개정법은 국가비밀이 아니더라도 유출되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상 비밀도 국가비밀에 적용하는 주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진행자) 법 개정으로 국가비밀에 준해서 다뤄야 하는 업무상 비밀의 범위를 넓힌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개정된 국가비밀보호법은 또 법 적용 대상을 첨단기술산업으로도 확대하고, 군사시설 인근 지역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 정보 관련 항목도 눈에 띄는데요. 국가비밀보호국 대변인은 개정법이 온라인 정보의 생산이나 복사, 출판, 유포 등 모든 측면에서 법을 준수하도록 명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인터넷에 올라가는 정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말이죠?
기자) 맞습니다. 이 대변인은 “인터넷과 네트워크 운영자들은 국가기밀 유출이 의심되면 이를 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인터넷에서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고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최근 간첩 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로 인해 특히 중국 안에서 사업을 하거나 중국에 관해서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제약이 더 커졌습니다. 사업을 하거나 연구를 하려면 관련 자료나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간첩 행위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정보 수집이 어려워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국가비밀 규정이 적용되는 “업무상 비밀”의 범위도 확대되는 것이로군?
기자) 네. 이와 관련해 옌스 에스켈룬두 중국 주재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로이터’ 통신에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의 범위가 계속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중국 사업과 관련된 투자 결정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파키스탄 연방 하원이 개원했군요?
기자) 네. 이달 초 총선을 통해 새로 구성된 제16대 파키스탄 국회가 29일 개원했습니다. 지난 8일 총선에서 당선된 연방 하원의원들은 이날 낮, 퇴임하는 라자 페르베즈 아슈라프 국회의장 주재로 취임 선서를 하고 임기 5년의 의정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개원식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진행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날(28일)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국회에 입장하자 “투표 도둑”이라고 거듭 외쳤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샤리프 만세”라며 이들을 지지하는 구호도 울려 퍼졌습니다.
진행자) 이 두 사람은 형제죠?
기자) 맞습니다. 형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 2위를 차지한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당을 이끌고 있고요. 동생인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는 새로 구성될 연립정부의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한데요. PML-N은 3위를 차지한 ‘파키스탄인민당(PPP)’ 등과 연정 협상 중이고요. 셰바즈 전 총리가 새 정부 총리를 맡기로 합의된 상황입니다.
진행자) PML-N이 의석수 2위인데 연정 주도권을 갖는 겁니까?
기자) 네. 이번 총선에서는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당 지지자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요. 당선된 무소속 후보들의 수를 합치면 1위지만,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연정 구성 협상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PTI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유가 있죠?
기자) 네. 파키스탄 선거 당국이 PTI가 정당법을 위반했다면서 PTI를 상징하는 크리켓 방망이 그림 사용 금지 등의 제약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칸 전 총리는 파키스탄 크리켓 국가대표 출신인데요. 문맹률이 높은 파키스탄에서는 유권자가 후보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투표용지에 있는 정당의 상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도 무소속 진영이 의외로 선전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무소속 의원들은 PTI와 연대하기로 한 다른 군소 정당에 합류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PML-N과 PPP이 손을 잡았기 때문에 두 정당 연합이 의회의 다수 세력입니다. 칸 전 총리와 PTI 측은 선거 조작이 없었다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을 거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말인 3월 2일, 전국적으로 집회를 갖자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는 파키스탄 총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 국무부는 파키스탄 당국이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를 제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파키스탄 당국은 선거 당일, 이동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한한 바 있습니다. 유럽연합(EU)도 일부 파키스탄 정치 활동가들이 출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는데요. 하지만 파키스탄 외무부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선거가 진행됐다고 반발했습니다. 한편 투표 과정을 관찰했던 국제 참관인들 가운데서 광범위한 투표 조작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파키스탄의 정국 혼란 국면이 상당히 장기화하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지난 2022년 4월, 칸 전 총리가 의회 불신임 투표로 축출된 이래 극도의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칸 전 총리는 부패, 기밀문서 유출, 결혼법 위반 혐의로 각각 10년, 14년, 17년 형을 선고받고 지금 복역 중인데요. 이 밖에도 폭력 선동, 테러 등 약 170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칸 전 총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고요. 옥중에서 지지 세력을 규합하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