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북한 식당 ‘성업 중’...‘대북제재 위반 현장’에 한국인 관광객 북적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북한 식당 '백두-한나관' 종업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본국 송환 시한이 약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동남아 국가에선 북한 종업원을 고용한 북한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부 북한 식당은 하루에만 100명이 넘는 한국인 단체 손님을 받으며 성업 중인데,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

시내의 한 고층 건물 1층에 들어서자 벽면 곳곳에 붙은 한글 상호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식당의 이름은 ‘백두-한나관.’

식당 이름 위에는 파란색 한반도 지도와 함께 ‘백두에서 한나까지’ 즉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라는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북한 식당 '백두-한나관' 뒤편 입구에 간판이 걸려있다.

이곳은 북한 종업원이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북한 식당입니다.

평양 말투를 구사하는 식당 종업원은 요리사를 비롯한 자신들이 평양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녹취: 북한 종업원] “(어느 지역 음식인가요?) 평양 음식입니다. (평양 분들이 만드는 거죠?) 네, 우리 평양 요리사들이 합니다.”

메뉴판에는 감자전이나 옥수수전과 같은 전채 요리가 약 10만 낍(Kip), 미화 약 5달러, 그리고 김치만두국이나 고사리볶음과 같은 메인 요리가 약 30만 낍, 약 15달러로 안내돼 있습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북한 식당 '백두-한나관' 메뉴판. 음식 값은 미화로 5달러에서 15달러 수준으로 현지 물가에 비해선 다소 높은 편이다.

현지 물가에 비해선 다소 비싼 편입니다.

식당 종업원은 추가로 주류까지 권합니다.

[녹취: 북한 종업원] “대동강 맥주, 안드십니까?”

일요일 저녁인 이날 ‘백두-한나관’에는 약 160명의 손님이 자리했습니다. 대부분 라오스 관광에 나선 한국인들입니다.

현지 주민 대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10명 단위로 동그란 테이블에 앉은 한국인들은 대동강 맥주는 물론 ‘개성고려인삼술’과 같은 고가의 술을 북한 요리와 함께 곁들이고 있었습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북한 식당 '백두-한나관' 내부.

이윽고 저녁 7시가 되자 방금 전까지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던 북한 종업원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녹취: 현장음] ““우리 식당을 찾아주신 손님 여러분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어 ‘반갑습니다’와 ‘아리랑’과 같은 한국인의 귀에 익숙한 노래와 더불어 팝송 그리고 ‘달려가자 미래로’와 같은 북한 선전가도 나옵니다.

일부 한국 관광객은 흥에 겨워 무대 앞까지 나가 춤을 춥니다.

[녹취: 현장음] “달려가자 미래로. 새 세기는 부른다. 내 나라 부강조국 락원으로 꾸리자”

식사 후 전달된 계산서에는 미국 달러가 적혀 있습니다. 메뉴판에는 현지 화폐로 가격이 안내됐지만 정작 최종 계산서는 미국 달러로 환산돼 있는 것입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북한 식당 '백두-한나관'에서 식사를 한 한국인 관광객이 미국 달러화로 식대를 지불하고 있다.

북한 국경 문이 열린 현 시점, 이제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종업원은 대답을 피합니다.

[녹취: 북한 종업원]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국경 문이 열려서 돌아가신다고?) 수고하십시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에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당시를 기준으로 2년 뒤인 2019년 12월까지 각국이 자국에 있는 모든 북한 노동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그 시한을 4년이나 넘긴 현재까지 북한 종업원이 버젓이 활동하는 이 식당은 사실상 대북제재 위반 현장인 것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도 라오스에서 북한 식당 4곳이 운영 중이라며 관련 내용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다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라오스 정부는 식당 4곳 중 2곳의 소유와 운영권이 라오스 국적자에게 넘어갔고, 이에 따라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반면 전문가패널은 라오스 정부가 정작 북한 식당 종업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식당의 소유나 운영권을 현지인으로 변경하는 것은 제재 회피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외교 소식통은 VOA에 “라오스 정부는 자국 내 북한 노동자가 아예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VOA는 라오스 정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15일 라오스에서 북한 식당이 운영되고 북한 노동자가 활동하는 것과 관련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유엔 회원국은 해당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regarding the DPRK remain in effect, and UN Member States are bound by their obligations under those resolutions. These sanctions are in place to restrict the DPRK’s unlawful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which threaten regional and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이어 “이러한 제재는 역내와 국제 평화,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특정 예외를 제외하고 자국에서 수입을 얻는 북한 국적자를 송환할 의무가 있다”며 “이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수입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Under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397, all UN Member States are obligated to repatriate DPRK nationals earning income in their jurisdictions, subject to certain exceptions, as revenue generated by overseas DPRK laborers is used to fund the DPRK's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The U.S. government regularly provides information on violations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regarding the DPRK to the UN 1718 Committee Panel of Experts to promote accountability for sanctions-evaders.”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제재 회피자에 대한 책임 추궁을 촉진하기 위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1718 위원회) 전문가패널에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에 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국무부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북한 식당 운영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비단 라오스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외교 소식통은 라오스의 이웃 나라인 베트남에서도 여전히 북한 식당이 운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선 하노이의 북한 식당인 ‘고려식당’의 영업 장면이 담긴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 앞서 VOA는 외교 소식통을 통해 북한이 수도인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다롄, 단둥, 선양, 훈춘, 투먼 등 중국 내 주요 도시 10여 곳에서 운영 중인 수십 개의 식당 목록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중국에서 영업 중인 북한 식당의 실체가 이처럼 한꺼번에 확인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와 관련해 류펑유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1일 VOA에 “구체적인 상황은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류펑유 대변인] “I am unaware of the specific situation. But China has been earnestly implementing the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 resolutions are not just about sanctions, but also stress the importance of dialogue. China maintains that the resolutions should be implemented in a comprehensive and balanced way. We oppose taking a selective, sanctions-only approach without due emphasis on promoting dialogues.”

이어 “안보리 결의는 제재뿐 아니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은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결의가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화 추진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은 채 선별적이고 제재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 방식을 취하는 데 반대한다”고 류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