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중국 권력 서열 3위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북중 간 고위급 교류 강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미일 정상이 동맹 업그레이드를 발표한 회담 결과가 북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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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당정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찾은 중국 공식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북 첫 날인 11일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자오 위원장은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 측과 함께 올해 양국 친선의 해를 기회로 삼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호혜적 협력을 심화하길 원한다”며 인적 문화적 교류 추진, 전략적 협조 강화, 북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오 위원장은 또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과 북한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시종일관 확고부동한 우리의 전략적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 “피로써 맺어진 양국 우의는 역사가 유구하고 뿌리가 깊다”며 양국이 공유하는 귀중한 유산이자 재산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전략적 영도 하에 양국 친선관계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며 “북한은 중국과 손잡고 양국 지도자의 영도에 따라 수교 75주년과 친선의 해를 계기로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심화하고 우호협력 관계를 부단히 발전시켜 나가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두 사람이 국제와 지역,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양국은 회담 후 외교와 공무 비자 상호 면제, 고전작품의 상호 번역과 출판, 세관 검역, TV 라디오방송, 우편 특송 등 분야의 협력 문건에 서명했습니다.
자오 위원장과 최 위원장은 중국 당정 대표단을 위해 북한이 만수대의사당에 마련한 환영만찬에 함께 참석했습니다.
자오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최 위원장의 영접을 받으며 방북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자오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북한을 방문한 중국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한국 정부는 자오 위원장의 방북으로 북중 관계 회복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의 12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김인애 부대변인] “한반도 주변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들의 북한과의 모든 교류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북중 양국은 올들어 고위급 면담 수위를 점차 높이는 양상입니다.
자오 위원장이 고위급 교류 강화 의지를 밝히면서 북중 정상 간 만남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10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결과가 북중 간 정상회담 개최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일 정상은 중국의 공세적 외교, 안보 행보 그리고 북한의 위협 등에 대응해 미일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내용을 담은 회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양국은 군 지휘통제 구조를 현대화하고 원활한 협력을 위한 군의 계획성과 상호운용성을 증대시키고 미사일 공동 개발 등을 위한 방위산업협력 협의체를 신설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중이 미일동맹 강화에 자극 받아 군사협력을 포함한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정상회담 필요성을 더 느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그 이전만 해도 북중 정상이 만나야 할 필요성이 높지 않은 그런 측면도 있었거든요. 이번에 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은 북중 간 정상회담을 더 촉발시키는 그런 내용들이 상당히 포함돼 있다고 보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도 중국이 미일동맹 강화를 상쇄시키기 위해 북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석좌연구위원은 다만 내부 경제가 어려운 현 시점에서 중국은 대북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며 북한을 돕기 보다는 제재의 구멍을 활용해 북한 경제를 일정 부분 떠 받쳐주고 대신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도발을 자제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중국은 ‘미한일 대 북중러’ 식의 신냉전 구도를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글로벌 G2로서의 국제사회 입지를 활용해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한일과의 관계도 3국 정상회의 재개 등을 통해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중국 입장에선 북한의 전략 도발, 판을 완전히 흔드는 그런 행동은 자제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북한에 요구해왔고 북한도 그 부분에선 중국 입장에 크게 반하지 않는 행동을 보였다는 거죠. 중국 입장에선 나름 한반도 정세에 안정적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의미가 있죠.”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개최 노력을 처음 공식 지지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일본과 교섭을 벌이는 상황에 대해 중국은 대북 영향력 축소를 우려할 수 있다며, 자오 위원장의 이번 방북엔 북한과의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중국 측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러 밀착, 기시다 정부와 북한 간 고위급 접촉은 중국으로선 그렇게 유쾌한 상황은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75주년 관계도 있지만 자오러지라고 하는 적어도 권력 3위 인사를 보냈다는 것은 어쨌든 북한을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고요.”
자오 위원장은 13일까지 북한에 머물며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이번 방문 기간 김정은 위원장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