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위급 군 지휘관 양성기관을 찾아 전쟁 준비 태세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국을 겨냥한 군 행보에 집중하면서 충성심과 결속을 강화시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최고위급 군 지휘관을 양성하는 김정일군정대학을 현지 지도했다고 11일 보도했습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적이 만약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 적들을 우리 수중의 모든 수단을 주저 없이 동원하여 필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전쟁 준비에 더욱 철저해야 할 때”라며 “단순히 있을 수 있는 전쟁이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전쟁에 보다 확고하게, 완벽하게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적의 수적, 군사기술적 우세를 사상과 전법의 우세로 타승하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전승의 법칙”이라며 “당 중앙의 영도에 절대충성, 절대복종”을 주문했습니다.
김정일군정대학은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대학으로 군의 고위 지휘관 교육기관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곳을 ‘북한 군사교육의 최고 전당’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1973년 3월 7일부터 50여년 간 “군대의 핵심 지위 성원들을 수많이 키워냈다”고 밝혀 과거부터 있던 군정대학이 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미한 연합연습 ‘프리덤실드’가 실시될 즈음부터 군사 행보에 집중하는 양상이라며, 내부 결속과 충성심을 고취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김정은이 지금 제일 고민하고 어렵게 느끼는 게 내부 문제라고 생각해요.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사상 통제도 어렵고. 그런 상황에서 뭔가 다잡아야 되는데 그러려면 김정은이 말한 대로 교전국 관계, 주적 이런 얘기를 반복 강조함으로써 내부를 결속시키는 명분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위원장은 대학 내 강의실과 숙소, 식당 등을 돌아보며 학생들의 생활을 일일이 살피고 “더 좋은 교육환경과 생활 조건을 조성해 주기 위해 당에서 개건현대화사업을 조직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직접 가져온 음식들로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노동신문’에 보도된 식당 사진에는 단체식사가 준비된 모습이 담겼는데 식탁마다 휴대용 가스버너와 고기 불판이 준비돼 있고, 쌈 채소와 양념한 고기로 추정되는 음식 재료가 그릇에 담겨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군대를 격려하고 충성과 결집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사진으로 공개된, 작전연구실로 추정되는 공간엔 “괴뢰한국 지역 주요 도로”라고 적힌 대형 한국 지도가 걸려있고, “서울 중심부”라고 쓰인 지형도 모형이 설치돼 한국을 상대로 작전을 준비하는 곳임을 추정케 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이후 전쟁 준비 태세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이 최근 영토 조항 등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헌법 개정을 예고했기 때문에 그런 개정이 이뤄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영해상에서의 긴장적 요소 등 이런 부분들을 대비해서 언제든 전쟁 가능한 체제를 갖고 있다, 또 거기에 대한 간부 자질 등 육성 이런 부분도 신경쓰고 있다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홍 박사는 북한이 한국의 도로 지도와 서울 모형도를 사진으로 노출한 것은 한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위협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 그리고 타이완해협을 둘러싼 중국과의 대결 구도 속에 놓인 미국을 향해 한반도도 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함으로써 미국의 행동 폭을 위축시키려 한다는 겁니다.
한국을 겨냥한 김 위원장의 잇단 군사 행보가 한국과 미일 사이를 갈라치기하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 위원장은 프리덤실드 기간 중인 지난달 6일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기지를 찾은 데 이어 7일엔 대연합부대 포사격 훈련, 13일엔 근위 서울류경수제105탱크사단 등이 참가한 탱크병 대련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 15일엔 항공육전병부대, 그리고 18일엔 서부지구 포병부대 사격훈련을 지도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남한을 향해서 모든 군사적 공격적 모습들이 맞춰져 있다, 지난 연합훈련 때부터 북한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미국과 일본에 대해선 거친 얘기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일종의 갈라치기도 있는 거죠. 한국을 겨냥해서 가겠다는 그런 모습이 이 정도면 김정은의 노선 전환과 정책 방향이 수립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무기 개발 현장과 군 부대를 두루 시찰하고 있지만 결국 핵 무력을 작전화하고 실제 가동시키는 일은 지휘관들의 몫이라며, 이번 군정대학 현지 지도는 그런 측면에서 전쟁 준비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김정은이 강조하는 핵 무력 실행이나 군사력 실행 과정 실제 전면전 작전을 하게 되면 그걸 주도하고 집행하는 지휘관을 양성하는 대학이니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좀 더 강한 메시지를 내고자 하는 의도도 보입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김정일군정대학 방문에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강순남 국방상,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과 함께 황병서 국방성 총고문이 수행했습니다.
과거 군 총정치국장을 지내는 등 군부 실세였던 황병서가 ‘국방성 총고문’이라는 직책으로 소개된 건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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