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로호 승조원, 과거 판례 따른 손해배상금 제안…북한에 수억 달러 배상 명령 내려질 듯

지난 2022년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이 북한에 보낸 소장의 한글 번역본. 자료=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 (자료사진)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 측이 미 법원에 과거 판례에 근거한 손해배상금 책정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에 추가로 수억 달러의 배상 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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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블로호 승조원, 과거 판례 따른 손해배상금 제안…북한에 수억 달러 배상 명령 내려질 듯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이 21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구체적인 북한의 손해배상금 책정안을 제안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푸에블로호 3차 소송인단은 지난 2021년, 앞선 소송의 판결문과 북한에 책정된 배상금 관련 문건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앞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이들의 상속인 15명, 그리고 가족과 가족의 상속인 등 104명 등 119명(당초 116명)은 지난 1968년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1월 미국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06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9천700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은 푸에블로호 승조원 4명과 지난 2021년 약 2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승조원 171명에 이어 소송을 제기한 3차 소송인단입니다.

이들 3차 소송인단은 이번 문건을 통해 앞선 소송에서 특별관리인(special master)이 임명돼 원고의 손해 부분 산정 역할을 맡았고, 이번 손해배상금 책정에서도 이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만들어진 기준을 부록에 담은 뒤 재판부가 최종 판결에 이를 참고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2021년 북한에 2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이 내려질 당시 재판부는 특별관리인의 제안에 따라 북한은 승조원에게 1인당 1천310만 달러에서 2천380만 달러를, 가족과 유족에게는 각각 222만 달러와 578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금액을 책정한 바 있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북한에 대한 징벌적 배상액을 11억5천만 달러로 결정해 북한이 이를 피해자들에게 나눠서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내려진 최종 배상액은 약 23억1천만 달러로 결정됐는데, 이는 역대 미 법원이 명령한 북한의 배상액 중 가장 큰 액수였습니다.

당시 특별관리인은 승조원들의 북한 억류 기간인 335일 동안 입은 피해액을 1인당 하루 1만 달러씩 총 335만 달러로 계산했습니다. 또 최초 사건 발생 이후 50년 기간 동안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선 1년에 약 30만 달러 선에서 책정하고, 이와는 별도로 당시 사건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승조원 등에겐 배상액 규모를 늘렸습니다.

재판부가 이전 기준을 적용해 손해배상금을 산정할 경우 북한이 3차 소송인단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 역시 수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승조원 15명에게 약 2~3억 달러, 가족 등 104명에게 최대 4억 달러가 책정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징벌적 배상액까지 더해지면 북한의 배상책임액은 10억 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1968년 1월 23일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 당시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이다. (자료사진)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23일 원산 앞바다에서 임무 수행 중 북한 해군에 의해 나포됐습니다.

북한 정권은 약 11개월이 지난 1968년 12월 23일 승조원 82명과 유해 1구를 미군에 송환했지만 선박은 돌려주지 않은 채 현재까지 반미 선전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승조원 등은 소장에서 “북한은 승조원 82명을 납치해 334일 동안 끔찍하고 비인도적인 환경 아래 인질로 잡아 두고, 1968년 12월 23일 석방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문을 가했다”며 “결과적으로 가족들에도 상처를 입힌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미국 법원의 판결을 이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북한 정권은 배상액이 담긴 미국 법원의 판결문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등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다만 북한을 상대로 승소한 미국인 등은 제재 위반 기업들의 자금으로 조성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해 수령할 수 있습니다.

테러지원국 피해기금 웹사이트에 따르면 테러 피해를 입은 개인은 최대 2천만 달러를 보상받을 수 있으며, 피해자와 직계가족들이 함께 기금을 신청하는 경우 보상금은 최대 3천500만 달러까지 늘어납니다.

그 밖에 피해자들은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된 북한 자산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배상금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김동식 목사 부부.

실제로 북한 억류 피해자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김동식 목사의 유족은 지난 2019년 석탄 불법 운송에 관여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미국 정부에 의해 최종 몰수 판결을 받자 북한에 대한 승소 판결을 근거로 이 배의 소유권을 인정받았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웜비어의 부모는 미국 내에서 압류된 북한 관련 자산을 찾아내 이를 자신의 소유로 돌렸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