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임박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러 협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남북한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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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안에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10일 러시아 매체 ‘베도모스티’가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 이르면 6월에 이뤄질 수 있으며 북한을 방문한 직후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베도모스티’에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뤄질 것이며 현재 적극적으로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방문 초청을 수락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지난 3월엔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전화통화하면서 방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고 국제사회에서 고립 위기에 놓이자 역시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무기를 지원받고 다방면에서 밀착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국 등 서방 무기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러시아가 다시 점령지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러시아가 다시 수세로 몰리는 상황이거든요. 이 상황에서 북한의 중요성이 또 더 커진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점 정도에서 방북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6월 가능성도 있어 보이네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측은 빈번하게 고위급 교류를 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준비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의 북한과 베트남 방문 준비가 진전된 단계라고 밝혔던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10일 모스크바에서 신홍철 러시아주재 북한대사와 만나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푸틴 대통령의 북한과 베트남 순방 보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장기집권에 돌입한 상황에서 대미 전선 구축 차원에서 우호국들을 겨냥해 공세적인 외교전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을 기초로 외교적으로 확장된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맥락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고요. 북한 입장에선 언제든지 빨리 오면 올수록 사실 나쁜 건 아니니까 특히 푸틴이 들고 올 선물 보따리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게 보일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맥락에서 푸틴이 올 가능성이 상당히 있을 것 같고 주목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집권 5기를 공식 시작한 이후 첫 해외 일정으로 같은 달 15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공식 방문한 데 이어 벨라루스와 우즈베키스탄을 연달아 찾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의 11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우리 정부로서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교류와 협력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임 대변인은 ‘러시아 측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알린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과 러시아 간 한반도 문제 관련 소통을 긴밀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방북할 경우 대미 공동전선 차원에서 북러간 자동군사개입 등을 담은 보다 강화된 조약 체결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지난 1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북러 관계를 새로운 법률적 기초 위에 세우겠다고 언급했다며, 북러가 군사협력 수준을 강화하는 새로운 조약 체결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러 간 가장 민감하고 핵심적인, 국익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결국 군사 부문이라고 보는 것이고 푸틴 대통령도 더 이상 평양 방문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거에요.”
이런 가운데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한국 주재 러시아대사는 10일 러시아 매체 ‘RTVI’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끝나는 대로 아주 빨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한다고 전장 상황이 바뀌지 않으며 러시아와 관계만 해칠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나 “분쟁 지역에 대해 한국이 어떠한 무기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한국을 이례적으로 긍정 평가했습니다.
푸틴 대통령 방북을 앞두고 러시아가 남북한 사이에서 일종의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러시아가 한국이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러시아의 유화적 메시지는 (푸틴의) 방북으로 인해서 더욱 한러 관계가 악화되고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지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러시아의 견제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방북하더라도 한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북한과 제한적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