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4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승리해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차기 영국 총리가 됐습니다. 이란에서 5일 개혁파 후보와 보수파 후보가 맞붙은 대선 결선 투표를 치렀습니다. 중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자국의 인권 기록을 옹호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으로 영국으로 가봅니다. 지난 14년 동안 이어졌던 영국 보수당 집권이 드디어 막을 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4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압승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노동당이 412석, 보수당 121석, 자유민주당(LD) 71석, 그리고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9석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로써 노동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키어 스타머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됐습니다.
진행자) 노동당이 이번에 얼마나 많은 의석을 추가했습니까?
기자) 네. BBC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총선 때보다 211석을 더 얻었습니다. 또 자유민주당이 63석을 추가했는데요. 반면 보수당은 250석, 그리고 SNP는 38석을 잃었습니다. 이번에 보수당이 그야말로 참패했는데요. 이전에 최악의 성적은 1906년에 156석이었습니다.
진행자) 스타머 총리가 5일 총리로서 처음으로 연설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5일) 관저 앞에서 연설했습니다. 그는 연설에서 “변화의 작업이 즉시 시작된다”고 선언했는데요. 하지만 이것이 “스위치를 움직이는 것”처럼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새로운 장을 열고, 변화 작업과 국가 일신, 그리고 국가 재건을 시작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영국에서는 총선이 끝나고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려면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지 않나요?
기자) 네. 의례적인 절차가 있습니다. 먼저 국왕이 전임 총리 사임을 수락하고, 다수당 대표에게 정부 구성을 요청하면 됩니다. 이에 따라 찰스 국왕은 이날(5일) 버킹검궁에서 스타머 총리를 만나 새 정부 구성을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수낙 전 총리가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국 실패했는데요. 개표 결과가 나온 뒤에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수낙 전 총리는 이날(5일) 관저 앞에서 한 고별 연설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스타머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면서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영국 총선에서 압승한 노동당 외에 또 눈길을 끈 정당이 있더군요?
기자) 네. 바로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영국개혁당(UK Reform)입니다. 영국개혁당은 패라지 대표가 지난 2018년에 만들었던 브렉시트당(Brexit Party)의 후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모두 4석을 얻었습니다. 브렉시트는 잘 아시다시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말하죠. 영국개혁당은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극우 성향 정당입니다. 그런데 페라지 당 대표가 8번째 시도 끝에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는데요. 그는 총선 결과가 나온 뒤 “기성체제에 대한 반란”이 시작됐다고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보기 드물게 참패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무엇보다 보수당 실정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결과입니다. 지난 2010년 보수당이 집권한 뒤로 지금까지 영국 경제가 장기간 침체됐습니다. 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로 생활비가 폭등했고요. 의료서비스나 교통서비스 같은 일반 생활서비스의 질이 많이 떨어져서 유권자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그런가 하면 불법이주민 문제를 보수당 정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고요. 설상가상으로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정부를 둘러싼 추문까지 불거지면서 보수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런 보수당 실정에 노동당이 반사이익을 봤다고 할 수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노동당도 그런 반사이익에만 기대지 않고 변신을 시도했는데요. 스타머 총리가 대표 시절 제러미 코빈 전 대표 시기에 보였던 노동당 이미지를 많이 바꿨습니다. 앞서 코빈 전 대표는 선명한 좌파 정책을 추진했는데요. 스타머 총리는 이런 색깔을 누그러뜨리고 유권자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온건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지지층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스타머 총리 정부가 국내외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향후 정책 방향은 선거 공약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앞서 노동당은 정부 재정 준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고요. 소득세 인상을 배제했습니다. 또 불법 거주자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중단하고, 에너지 회사들에 횡재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체가 심각한 보건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고요. 환경 분야에서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불법이민 문제도 심각한데 이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으로 예상됩니까?
기자) 네. 전 보수당 정부가 불법이주민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이송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는데요. 이 계획은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밖에 노동당은 영국해협을 통한 밀항을 주선하는 조직들을 뿌리뽑기 위해 특별조사관을 배치하겠다는 공약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대외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네.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팔레스타인 문제,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 등 중요 현안에서 이전 정부 정책이 대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앞서 스타머 총리가 프랑스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있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나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같이 일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계속해서 이번에는 이란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 소식 살펴보죠.
기자) 네. 이란에서 5일 대통령 보궐선거의 결선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투표는 현지 시각으로 이날(5일) 8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에 끝나는데요. 보통 자정까지 연장된다고 합니다. 이란 선거 당국은 저녁 8시까지로 이미 한 차례 연장했습니다. 최종 개표 결과는 6일에 발표됩니다.
진행자) 결선 투표에서 개혁파 후보와 보수파 후보가 맞붙었죠?
기자) 네.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1차 투표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와 보수파 사이드 잘릴리 후보가 결선 투표에 진출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는 개혁파 후보 1명, 그리고 보수파 후보 3명으로 모두 4명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1차 투표에서 투표율이 상당히 적게 나왔죠?
기자) 네. 약 40%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이란 유권자 10명 가운데 6명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최근 이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매우 낮았는데요. 2021년 대선에서는 48%, 그리고 지난 3월에 있었던 총선에서는 41%의 투표율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1차 투표에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개혁파 후보를 뽑지 말라고 촉구했는데, 여기에 반하는 결과가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메네이는 1차 투표 전에 연설에서 이슬람 혁명을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 표를 주지 말라고 촉구했는데요. 이건 개혁파인 페제시키안 후보를 겨냥한 말이었습니다. 한편 하메네이는 지난 3일 1차 투표에서 생각보다 적은 투표율이 나왔지만, 투표에서 기권한 사람들이 이슬람 통치에 반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많은 언론은 페제시키안 후보와 잘릴리 후보가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는 항목으로 대서방 관계를 들더군요?
기자) 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이란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황을 끝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반면 잘릴리 후보는 서방에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특히 효력이 중단된 이란 핵합의 복원 문제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해 서방 측과 건설적인 협상을 하자고 촉구해 왔습니다. 반대로 잘릴리 후보는 이란 핵합의가 이란이 설정한 ‘넘지 말아야 할 선(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면서 복원에 반대합니다.
진행자) 만일 페제시키안 후보가 당선되면 이란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요?
기자) 이란 안에서도 그렇고 밖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실질적인 통치 권한을 하메네이가 모두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통령이 몇몇 부문에서 고유 권한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요. 그렇지만 국가 운영이나 대외 정책에서 중요한 결정은 모두 최고지도자 몫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체제를 ‘신정체제’라고 하는데요. 개혁파 후보인 페제시키안 후보도 이런 신정체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이 소수 민족이 거주하는 신장이나 티베트 등지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중국이 유엔에서 자국의 인권 기록을 옹호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가 열렸는데요. 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인권 기록을 옹호하면서 그 같은 비판은 모략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참고로 유엔 인권이사회는 모든 유엔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토합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제기된 비판 내용 들어볼까요?
기자) 비판은 주로 중국 북서부에 거주하는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에 집중됐는데요. 마이클 테일러 유엔 인권이사회 미국 대표는 많은 위구르족이 살고 있는 신장 지역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량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신장 위구르족을 비롯한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강제 구금 등으로 국제 사회의 오랜 지탄을 받아 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미첼 바첼레트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2022년 9월 퇴임에 앞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처우와 인권 실태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보고서는 신장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으며,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의 임의적이고 차별적인 구금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적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여전히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 인권 기록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건 지난 2022년 해당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처음이었는데요. 이날(4일) 테일러 유엔 인권이사회 미국 대표는 "중국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라는 국제 사회의 일관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수많은 건설적 권고도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국제 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사이먼 맨리 유엔 인권이사회 영국 대표도 중국이 영국의 모든 권고를 다 거부했다고 지적했는데요. 맨리 대표는 이어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 정부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고, 또다시 (유엔의) 권위 있는 신장 평가를 소위 ‘불법적이고 무효’라고 주장하려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기자) 올해 순회 의장국인 모로코의 오마르 즈니버 의장은 중국이 유엔 회원국들이 제시한 400개 넘는 권고 가운데 70% 이상을 수용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그 같은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대표는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천쉬 제네바 유엔본부 주재 중국 대표는 중국이 거부한 권고들은 “허위 정보에 기반한 정치적 동기가 있고, 이념적으로 편향되거나 중국의 전통적인 주권에 대한 간섭”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것들은 중국을 모략하고 공격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