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리드 전 폴란드 대사]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한국 역할’ 있어”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가 9일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했다.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가 9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도 지낸 프리드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한국이 내릴 결정이라면서도 한국이 맡을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애틀랜틱 카운슬 특별연구원인 프리드 전 대사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 정상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 동안 나토와 협력 강화와 관련한 공동 문서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협력이 동북아에서 억지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까요?

프리드 전 대사) 우선 나토는 아시아 안보 기구가 아닙니다. 대서양 안보 조직이죠. 하지만 대서양 국가들에 대한 도전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위협이 증가하는 시점에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자유 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나토와 협력하는 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의 적들은 협력하고 있으며 우리도 협력해야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일본, 인도와의 양자 관계 뿐만 아니라 다자 관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미국 중심의 ‘중심축과 바큇살 구조’(hub and spoke)가 아니라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공동체죠. 나토 정상회의는 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자신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북러 협력은 얼마나 중요하게 논의될까요?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프리드 전 대사) 한국이 북한의 정책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이해를 높이고 싹트기 시작하는 북러 동맹의 중요성과 결과를 알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러 동맹은 중국도 지지하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동맹입니다. 한국은 아시아의 한 구석에 있는 변방 국가가 아닙니다. 주요 경제 대국이자 국제 안보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국가입니다. 한국은 자유 세계에 대한 진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정부가 참여해 의견과 조언을 주는 것을 환영합니다

기자) 나토 회원국들은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한국이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 도움이 될까요?

프리드 전 대사) 저는 군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군사적인 조언을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미 나토 국가에 군사 장비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에 탱크를 대량으로 판매한 것이 그 예입니다. 사실 폴란드 정부가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은 매우 좋은 움직임이었죠. 폴란드가 한국을 자유세계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죠. 자유세계의 군사력과 방위산업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우 빠르게 무장하고 있는 적들과 맞서고 있기 때문에 국방 생산을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이 여기에 참여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돈을 벌게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가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무기 지원은 한국이 결정할 사항입니다. 아마도 미국과 다른 핵심 나토 회원국들 그리고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과 협의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한국도 분명 맡을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자유 세계를 위해 좋은 일입니다.

기자) 국무부에서 재임하신 40여년 중 대부분을 소련 붕괴 이후 대유럽 정책을 입안하는데 집중하셨는데요. 최근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점을 가장 주목하셨습니까? 푸틴의 국제사회에 대한 KGB 식 정보전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프리드 전 대사) 제가 눈여겨 본 것은 이웃 국가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정상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결여된 러시아가 ‘왕따’(outcasts) 사이에서 동맹을 찾는 구소련의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련에겐 그렇게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는데, 러시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푸틴은 러시아 제국을 재건하고 싶어하며 가능한 모든 협력국들을 포함시킬 것입니다. 푸틴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돕기 위한 결의를 갖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푸틴의 수많은 실수 중 하나겠죠. 저는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서 푸틴이 스탈린주의 모델과 옛 러시아 제국주의 모델로 회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러시아가 정상 국가로서 국제 사회에 합류하는 방법을 찾기 보다는 말이죠.

기자) 러시아 당국자들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프리드 전 대사) 러시아 외무부에는 한국과의 관계를 희생하는 것이 러시아에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죠. 하지만 러시아가 한국 등에 대한 김정은의 위협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마도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에서 많은 신용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2013년에서 2017년 국무부 제재담당조정관을 지내셨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에 대해 나토와 아시아 태평양 4개국이 어떤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프리드 전 대사) 제재는 다자간 조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제 러시아는 러시아 제재체제와 대북 제재체제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을 해체시켰죠. 저는 자유세계 국가들이 제재와 수출 통제에 대해 협력하고, 구멍을 막고, 첨단 기술을 제3국에 판매한 뒤에는 러시아나 북한으로 환적하는 기업을 추적하는 일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기업 뿐 아니라 유럽 기업들도 제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더 잘 점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각도로 이 일을 해야 합니다. 누구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협력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대사로부터 한국과 나토 회원국들간 방산 협력과 러시아의 셈법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