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미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통해 양국의 일체형 확장억제 토대가 완성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재래식 전력에 기반을 뒀던 양국 동맹이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한국 국방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양자 회담에서 채택한 ‘미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과 관련해 “기존 미국 확장억제 공약이 북 핵 억제에 중점을 둔 선언적 수준이었다면, 이번 공동지침은 최초로 북 핵 대응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12일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미국 핵 전력의 존재를 통해 북한의 핵 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론 북한이 실제 핵을 사용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대비 태세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수십 쪽 분량으로 알려진 공동지침은 북 핵 위협 억제와 유사시 대응을 위해 미국 핵 자산에 한반도 임무가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배정될 것임을 확약했습니다.
미국 핵 전력 사용은 지금까진 ‘확장억제 제공’이라는 큰 틀의 약속에 따라 전략자산 전개 등을 미측이 결정하고 임박해서 한국에 통보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미 핵 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전시는 물론 평시에 배정키로 한 것은 앞으론 한반도의 특정 상황에서 미국의 어떤 핵 자산을 어떻게 운용한다는 내용을 미리 설정해두고 해당 자산 전개를 미한이 지속 협의해 나간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국방부는 “기존엔 미국이 시간이 임박해서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보하고 협의해왔는데 이제는 평시부터 24시간 공유하면서 전략자산 전개 필요성을 논의한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동지침은 또 미국 핵 전력이 한반도에 상시 배치되는 수준으로 미국 전략자산 전개의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고, 미 전략자산과 연계해 미한이 핵과 재래식 통합(CNI) 훈련을 도상훈련 방식으로 연례적으로 시행키로 했습니다.
국방부는 “북한이 가할 수 있는 다양한 핵 위협과 사용 시나리오를 고려해서 연합 훈련과 연습의 내용을 가다듬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작전계획의 형태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지속 검토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이번 공동지침을 통해 “한미가 함께하는 일체형 확장억제의 토대를 완성해 그간 재래식 전력에 기반을 뒀던 한미동맹이 확고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했다”며 “비핵국가로서 양자 차원에서 미국과 직접 핵 작전을 논의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미국이 비핵 동맹국에게 확장억제를 제공해주잖아요. 한국 외에도 50여 개국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제도화를 이룬 것은 맞아요.”
박 교수는 다만 미 핵 전력 사용 권한은 미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미한이 일체형 확장억제의 토대를 구축했지만 이는 공동 기획, 공동 지침 수준이지 실제 작전 계획까지 공동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이번 공동지침이 자체 핵무장이나 미국 핵무기 재배치 없이도 북 핵 위협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는 동맹의 핵과 재래식 통합 기반 체계를 확립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핵 위협 고도화와 국제 정세 변화 등에 따라 한국 국민은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대해 우려했고, 북 핵 위기 시 미국 확장억제의 실질적 작동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한국에서 갈수록 자체 핵 무장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다 그것을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에요.”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10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무대를 활용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강력한 경고음을 발신했습니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지속하고, 러시아와 군사 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하며 동북아는 물론 글로벌 안보에 긴장감을 높인 상황에서 이에 맞서기 위해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진영과 결속을 다졌다는 평가입니다.
윤 대통령은 11일 열린 나토와 인도 태평양 4개국(IP4)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북한과 같은 지원 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군사, 경제지원은 한반도와 인태지역의 안보 위협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러북 간 군사협력을 포함해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모든 협력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유럽 안보와 아시아 안보는 동전의 양면으로 나토와 인태지역 파트너 간 협력은 시대 요구라고 밝혔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윤 대통령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행보는 한국을 북중러 위협에 대항해 나토와 협력하는 IP4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여러 다자 양자 회의에 참석해 군사동맹에 준하는 새 조약을 체결하는 등의 북러 간 밀착을 연이어 비판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장용석 박사는 윤 대통령이 나토와의 협력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러시아를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은 북러의 향후 행보를 두고 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카드라는 것은 한 번 사용하면 그걸로 효력을 상실해버리는 카드로서 의미가 없어져버리는 이런 역설적인 게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움직임을 보면서 대응하려는 기본적인 입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보죠.”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바뀐 지원을 새롭게 하겠다고 발표하러 온 회의는 아니었다”며 “이미 우크라이나에 많은 것을 해왔고, 앞으로도 많은 것을 해갈 것이므로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절실하고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검토하면서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윤 대통령이 10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독일의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 가입 신청을 환영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올해 초 유엔사 가입 의사를 미한 양국에 알렸고 현재 유엔사 검토를 거쳐 미 국방부의 최종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가입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사 회원국은 유엔사에 참모와 병력을 파견해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에 상당한 위협을 표시하고 있다”며 “유럽의 대표적 군사 강국인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대북 억제 차원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역내 다자간 군사 통합기구로서 유엔사를 재활성화하려는 미국의 의도와도 부합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여기엔 북한에 대한 핵 억제도 있지만 이 유엔사 체제가 결과적으로 중국에 대한 다자 안보 대응체제 가능성이 있거든요. 따라서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그런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고요.”
독일은 지난 2019년에도 유엔사 가입을 시도했지만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 환수 등을 적극 추진했던 문재인 당시 정부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