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핵 작전 지침’을 통해 미국과의 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켰다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핵 억제 태세를 상향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한반도에서 핵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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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방미 기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한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을 채택한 사실을 언급하며 두 나라 동맹이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이 지침을 통해 마침내 한미가 함께하는 일체형 확장 억제 시스템이 공고히 구축되었고 한미동맹은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되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미국의 핵 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특별 배정한다”며 “이제 우리는 어떤 종류의 북 핵 위협에도 기민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국방성은 앞서 지난 13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미한 정상의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에 대해 “도발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경고를 무시할 경우 치르게 될 대가는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국방성은 또 미한의 이같은 행동이 “핵 억제 태세를 보다 상향시키고 억제력 구성에 중요 요소들을 추가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활동들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14일 북한 측의 이 같은 담화에 대해 “적반하장식 위협”이라며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의 압도적인 대응으로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서 비롯된 핵 경쟁이 한반도에서 본격화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핵 작전 지침’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핵 전력 가동 과정에서 일정한 발언권을 갖게 됐다며, 북한으로선 미한동맹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을 언급할 때 그 핵심 수단이 핵무기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길 꺼렸다며, 북한은 그러나 이번 핵 작전 지침을 통해 미 핵 전력이 한반도에서 북 핵 대응의 상시적 수단이 됐다고 여기고 압박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핵무기 강국인 러시아와 최근 군사동맹 수준의 새 조약을 체결한 것도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핵 기반 동맹 필요성을 키웠고, 한반도에서의 핵 경쟁을 본격화시킨 요인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북러가, 두 핵을 가진 국가가 (한국) 정부가 보기엔 거의 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하고 있기 때문에 이 핵을 가진 두 국가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도 강력한 핵 기반 동맹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게 상당 부분 고려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야겠죠. 이게 정확하게 본다면 핵 경쟁인 거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억제 태세를 상향하고 억제력 구성에 중요 요소들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대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사용 문턱을 낮추는 언행을 한층 강한 톤으로 구사하면서 자신들의 핵무기 반격 능력 고도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객원연구위원] “핵 사용 문턱을 낮추면서 실제 사용될 수 있고 의지도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이런 말과 행태 이런 것들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고 공격 받았을 때, 대표적으로 SLBM 같은 거겠죠, 소위 북한 핵 전력의 생존 그리고 반격 이런 능력들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발을 가속화하지 않겠느냐 싶은 생각은 들죠.”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미국과의 군비경쟁 과정에서 소련 체제가 붕괴됐듯이 핵무기 경쟁은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가난한 쪽이 지게 돼 있다며,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핵 도발이 한국 내 자체 핵 무장론을 비등하게 하고 이 때문에 미 핵 전력의 한반도 투사가 강화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핵과 관련된 도발을 하면 대한민국 내에선 자체 핵 무장론이 더 커져야 되고요. 이번에 핵 작전 지침에도 불구하고 자체 핵 무장론은 지금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요. 오히려 핵 작전 지침이 미흡하다는 여론까지 나오고 있거든요. 이 상황에서 북한이 핵 관련 도발을 한다면 미국은 확장억제 체제를 강화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거든요.”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또 다시 한국 측의 대북 전단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과 일부 종심지대에서는 대한민국 쓰레기들이 날린 대형 풍선 29개가 또 발견됐다”며 “다시금 엄중히 경고한다.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철원군 등 전단이 발견된 지역을 열거하며 “많은 지역에서 해당 구역들이 봉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민들의 불편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앞서 지난 14일에도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이 발견됐다며 수거한 전단을 소각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김 부부장이 대북 전단에 대해 연달아 담화를 내고 전단 소각 장면을 매체를 통해 공개한 것은 자기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일부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한국 내부의 비판 여론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물리적 도발을 해서 한국에게 인명 또는 물리적 피해를 준다면 그걸로 인해서 받을 대가도 각오해야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얻은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그런 도발 카드를 선택하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말로 하는 선동카드를 우선 쓰는 것 같습니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 부부장이 ‘대응 방식 변화’를 언급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며, 종잇장 등을 담은 기존 오물 풍선 대신 대북 전단에 맞선 내용을 담은 대남 전단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4년엔 대북 전단 살포에 고사총 발사로 대응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