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청진 석탄 항구에 선박 47척 입출항…제재 위반 여부 주목

지난 3월27일 에어버스가 촬영해 최근 구글어스에 공개된 위성사진. 북한 청진의 동편 석탄 취급 항구에서 적재함을 열고 있는 대형 선박 2척이 포착됐다. 자료 = 구글어스

올해 상반기 북한의 주요 석탄항 중 한 곳인 청진항에 드나든 선박이 최소 47척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했지만 나흘에 한 번 꼴로 선박이 드나들며 석탄 추정 물체를 실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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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청진 석탄 항구에 선박 47척 입출항…제재 위반 여부 주목

북한 청진의 동편 석탄 취급 항구를 촬영한 고화질 위성사진에 적재함을 열고 있는 대형 선박 2척이 보입니다.

지난 3월 말 에어버스가 촬영해 최근 구글어스에 공개된 위성사진에 나타난 이들 선박 두 척은 길이가 모두 100m로, 이 중 한 척에는 앞쪽 적재함에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 물체가 실려 있습니다.

또 선박 주변 공터와 부두 안쪽에 자리한 야적장에 석탄이 쌓인 듯 지대가 검게 물들어 있고, 선박 주변에도 검은색 물체가 가득 쌓여 있는 것이 선명하게 확인됩니다.

특히 선박에 달린 노란색 크레인이 해당 물체를 향해 뻗어 있는 것으로 미뤄, 이 선박에서 석탄 선적과 관련된 작업이 진행 중임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월27일 에어버스가 촬영해 최근 구글어스에 공개된 위성사진. 북한 청진의 서편 석탄 취급 항구에서 적재함을 열고 있는 대형 선박 2척이 포착됐다. 자료 = 구글어스

이 같은 모습은 건너편 서쪽에 위치한 석탄 취급 항구에서도 동일하게 포착됐습니다.

석탄 야적장과 맞닿은 항구에 각각 100m와 150m 길이의 대형 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에어버스의 고화질 위성사진에 찍힌 겁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 자료를 살펴본 결과,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상반기 동안에만 청진 석탄 항구 2곳에서 최소 47척의 선박이 드나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동편 석탄 항구에서 최소 34척, 서편에서 13척이 포착됐는데, 나흘에 한 척 꼴로 배들이 드나들며 무언가를 실어 나른 것입니다.

지난 6월18일 청진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선박이 입출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료 = Planet Labs

지난 2월7일 청진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도 선박이 입출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료 = Planet Labs

특히 지난 2월 7일과 6월 18일자 위성사진에는 선박이 입출항하는 모습이 확인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구름이 많이 낀 날이나 한밤중에 출입해 위성에 찍히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는 앞서 지난 1월 청진항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27척의 선박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는데, 올해는 6개월 만에 지난해의 2배 가까이 입출항 선박 수가 늘어났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1호를 통해 석탄과 모래 등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진항 등 북한의 주요 석탄 취급 항구는 움직임이 뜸해지거나 멈춰지는 대신 이처럼 여전히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청진 항구에서 선박이 발견된 것만으로 북한이 제재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과 민간 연구기관 등은 석탄 항구에서 포착된 선박이 이후 중국 근해 등으로 이동해 불법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석탄을 하역하는 사례를 지적하는 등 석탄 항구에서의 움직임을 제재 위반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특히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청진항에서 선적된 석탄이 중국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에서 환적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주로 남포와 송림항 등 대동강과 맞닿은 서해 인근 항구에서 선적한 석탄을 중국 등으로 실어 날랐지만 최근에는 청진항 인근 등 동해 지역에서 생산된 석탄도 불법 거래의 대상이 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월 북한 선적 ‘아시아 아너’호는 청진항에서 석탄을 선적한 뒤, 5월 한국과 일본 사이 대한해협을 지나갔습니다.

이후 선박은 중국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에 머물다 북한으로 복귀하면서 빈 선박으로 돌아왔다고 전문가패널은 지적했습니다.

유엔 전문가패널은 사실상 북한 석탄의 최종 목적지를 중국으로 보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북한 석탄 유입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전문가패널이 관련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북한 선박에서 금수품이 발견되지 않았다거나 자국 선박이 북한 선박과 환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등의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이번 사안과 관련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의 비협조적 태도로 이 같은 안보리 결의 위반 사례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박을 이용한 일부 나라의 제재 위반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가 안보리 특히 대북제재 1718 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만큼 더 이상의 (선박) 제재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So, that designation seems no longer possible, since the P5 can no longer agree at the Security Council, and specifically at the DPRK Committee, the 1718 Committee. So, when it comes to implementing the sanctions, it's left up to countries now and bloc such as the European Union...”

그러면서 “선박을 제재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은 각국 그리고 유럽연합과 같은 국가 연합체에 달려 있다”며 미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의 독자 제재를 제재 위반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제시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