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무역 봉쇄를 풀자 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곡물과 휘발유 등 물가도 올라 주민들의 생활고가 한층 심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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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북한의 원-달러 환율이 1만4천200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5월 말 9천원대 초반이었던 게 이후 상승 폭을 키우면서 50%가량 급등한 겁니다.
중국 위안화와의 환율도 연초 1천200원대였던 게 지난달 21일 기준 1천900원까지 올랐다가 지난 12일 기준 1천800원으로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 제재로 북한이 광물이나 수산물 등 핵심 품목의 수출길이 막혀 무역적자가 누적되면서 외화 부족이 심화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막았던 무역 봉쇄가 풀리면서 달러 수요가 커진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 기간 동안 외부와 교역을 차단한 상태에서 시중에 있는 달러를 최대한 흡수하고 물가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 사용 금지 조치를 취해 환율이 정체된 상태로 유지됐지만 국경 봉쇄가 풀리면서 달러 가치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 당국이 소위 달러라이제션, 달러를 못 쓰게 하면서 강력하게 통제에 들어가니까 달러를 가진 사람들이 어차피 무역은 못 하고 돈은 써야 되니까 북한 당국이 정해 놓은 환율에 강제적으로 환전해서 생활해야 했거든요. 그러나 이제 국경이 개방되면서 달러 가치가 현실화됐거든요.”
북한 경제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외화 수요 부족 현상은 북중 접경 도시에서 더 심하다고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드러난 북한 경제 취약성 때문에 과거 북한 측과 후불 거래도 했던 중국 무역업자들이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새로운 현상이 생겼다며, 이 또한 북한 측의 달러 수요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중국 무역회사들이 코로나 이후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비관적으로 생각하니까 후불로 줬다가 잘못하면 다 떼일 수 있다는 그런 의구심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많이 작동해서 전체적으로 북한 내부와 북한을 둘러싼 환경들이 외화 수요가 증가하는 환경으로 변화했고요.”
환율 상승으로 장마당 물가도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휘발유의 경우 지난 4월 중순까지 1kg에 1만 3천원~1만4천원 정도였던 게 1만 7천원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쌀과 옥수수는 지난 연말 kg당 각각 5천원 안팎, 2천원 안팎하던 게 지난달 7천200원, 3천500원까지 올랐습니다.
지난 12일 기준으론 각각 6천500원, 3천원선을 기록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환율 급등이 휘발유와 디젤, 식용기름 등 주요 수입품목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곡물가 상승도 환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돈처럼 생각하는 물건들이 곡물하고 휘발유거든요. 이건 가지고 있으면 돈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잖아요. 그러면 곡물 등은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그러니까 지금 아마 9월까진 상승하는 추세에 있지 않을까.”
조한범 박사는 신종 코로나 기간 중 국경 봉쇄로 장마당이 위축됐고 이 때문에 장마당 경제에 생계를 의존했던 많은 북한 주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 인상은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대북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관광업에 새삼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6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찾아 내년 5월 개업을 목표로 운영 준비에 본격 돌입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4년 관광지구 조성을 시작해 2019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대북 제재에 따른 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완공 시점이 계속 미뤄지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백두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양강도 삼지연시 개발 현장도 방문해 대규모 스키 관광 휴양지 조성 구상을 논의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관광업은 북한의 외화 수입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이고 당장은 오히려 관련 시설 구축 때문에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을 전면화하고 있지만 경제 협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중국과의 경제교류 활성화가 절실하지만 북러 밀착 이후 중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결국은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돼야 관광객 유치도 하고 또 무역도 더 활성화시키면서 환율을 진정시킬 수 있는 그런 측면이 있는데 지금 이 환율 폭등은 북중 관계의 이상신호와도 연관이 있다고 보거든요.”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환율 급등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대북 제재를 상수로 본다면 중국이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활발한 교역을 위한 뒷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환율 고공행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