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서 열린 NPT 평가 준비회의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촉구하는 의장요약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폐막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의장요약문 채택이 무산됐는데, 러시아는 각국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2026년 열릴 예정인 핵확산금지조약(NPT) 11차 평가회의 제2차 준비위원회가 2일 종료된 가운데 북핵 문제 등을 지적한 ‘의장요약문(Factual Summary)’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이번 준비위원회의 의장을 맡은 카자흐스탄의 아칸 라흐메툴린 대사는 2일 “이번 의장요약문 채택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라흐메툴린 대사] “We regret that once again we were not able to reach consensus on a factual summary. Undeniably, this Preparatory Committee took place in extremely difficult, challenging circumstances. What happens outside these walls fundamentally affects our work.”
라흐메툴린 대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회원국이 의장요약문 채택에 반대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 준비위원회가 매우 어려운 도전적인 상황에서 개최됐다”며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의 임무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NPT 회원국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제네바에서 제2차 준비위원회를 열고 핵군축과 핵비확산, 역내 사안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공유하고 그 결과를 종합한 의장요약문을 심의하고 채택할 예정이었습니다.
의장요약문 채택 심의 중에 발언한 러시아 측 대표는 “이번 초안에는 정치적인 이유와 입장 차이로 모든 국가들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러시아 대표] “It is clear that you were not able to include the views of all states, both because of political reasons and because there are quite significant differences in the positions of states.”
이번에 채택이 무산된 의장요약문 초안에는 북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의장요약문 초안] “ States Parties expressed unwavering support for the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reiterated their deep concern over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mes, which undermine the global nuclear non-proliferation regime. States Parties reaffirmed the importance of the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their full implementation.
States Parties, stressing that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must comply with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and recalling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condemned the six nuclear tests conducted by that State and stressed that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must not conduct any further nuclear tests.”
초안은 “회원국들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하고, 국제 핵비확산 체제를 약화하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우려를 재확인했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회원국들은 관련 안보리 결의 및 이에 대한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전하고 “회원국들은 북한이 국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관련 안보리 결의를 상기하며 북한이 실시한 핵실험 6차례를 규탄하는 한편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북한은 NPT에 따라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음을 상기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NPT에 복귀하고 IAEA 안전조치를 완전히 준수하며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핵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1985년 NPT에 가입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개되지 않은 두 곳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며 1993년 3월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NPT 탈퇴를 유보했지만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2003년 1월 또다시 일방적으로 NPT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 자위권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북한의 주용철 제네바 주재 참사관은 “공화국의 국방력 강화 조치는 유엔 헌장과 그 외 국제법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면서 “모두 미국과 동맹국들의 직접적인 위협에 따른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NPT 평가회의는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들이 조약 이행상황 점검을 위해 개최하는 국제회의로 5년마다 개최됩니다.
제11차 NPT 평가회의는 2026년 개최될 예정이며, 이에 앞서 세 차례의 준비위원회가 열립니다.
앞서 지난해 7월 31일부터 8월 11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차 준비위원회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을 지적한 의장요약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폐막됐습니다..
제3차 준비위원회는 오는 2025년 4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뉴욕에서 열립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