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라진항의 석탄 선적 부두에 이전보다 약 3배 많은 석탄이 쌓였습니다. 러시아산 석탄으로 추정되는데, 선박을 구하지 못해 외부로 반출되지 못하는 석탄만 가득한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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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라진항 일대를 촬영한 23일 자 위성사진에는 온통 검은색으로 물든 항구가 보입니다.
러시아가 제3국 수출을 위해 이용하는 ‘러시아 전용’ 석탄 부두인데, 적지 않은 양이 쌓인 듯 밝은 회색의 바닥보단 검은색으로 뒤덮인 지대의 면적이 훨씬 넓습니다.
실제로 이곳 부두와 공터 등 석탄이 쌓인 곳의 면적은 약 6만㎡에 이릅니다.
석탄이 얼마나 높이 쌓였는지 모르는 만큼 정확한 양을 추산할 순 없지만 최근 몇 개월 사이 검은색 면적이 넓어졌다는 것은 석탄의 양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VOA는 올해 4월 러시아 전용 항구의 부두와 공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석탄이 쌓였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석탄의 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활기찬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약 한 달 뒤인 5월부턴 검은색 지대가 더 많아졌는데, 이 때 이 면적의 넓이는 약 2만1천㎡였습니다.
약 6만㎡에 이르는 지금은 당시보다도 검은색 면적이 약 3배 더 넓어진 셈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산 석탄 수출 금지를 담은 결의를 채택하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으로 운영하는 ‘라진-하산’ 일대에서 선적되는 러시아산 석탄에 대해선 제재 ‘예외’가 인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기업이 라진항을 이용해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석탄 수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몇 차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일대에 많은 양의 석탄이 유입되고 있는 것은 자칫 러시아의 석탄 수출 활동이 원만하게 이뤄진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론 라진항에 유입되는 석탄만 많을 뿐 이곳을 출발해 제3국으로 향하는 석탄은 사실상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선박이 식별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VOA는 지난 4월 이곳 부두에서 석탄이 쌓이기 시작한 이후 약 4개월 동안 총 4척의 화물선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월 평균 1척 수준으로, 이곳에 쌓인 석탄의 양으로 볼 때 결코 많지 않습니다.
석탄은 계속 유입되는데 빠져나가는 석탄이 없다 보니 이 일대에 쌓인 석탄의 양만 크게 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라진항에서 선박 수배에 연일 실패한 러시아 회사의 상황과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앞서 VOA는 지난 6월 러시아 회사의 의뢰를 받은 선박 브로커가 북한 라진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석탄 총 1만5천t(최초 1만t)을 운송해 줄 선박을 찾는다며 배포한 공고문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공고문이 배포되면 전 세계 선박 회사나 선박을 빌려 운항하는 용선업자들은 해당 브로커에게 입찰하고, 이후 조건이 가장 좋은 선박에게 운송 기회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 브로커는 이후 공고문을 4번 더 배포했습니다. 또 공고문에는 러시아산 석탄 운송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점도 담겼습니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공고문이 배포된 것과 관련해 선박 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배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북한에서 석탄을 싣는다는 점이 선박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운송하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위해 북한에 기항했다가 자칫 미국 등 일부 나라의 독자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박 업계 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자국 입항을 일정 기간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선주들이 북한발 화물을 맡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로 이어졌다는 게 선박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종합하면 라진항을 통해 수출되는 러시아산 석탄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운송에 나서는 선박이 전혀 없고, 이런 상황에서 라진항엔 러시아발 석탄만 계속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된 맞은편 부두에선 조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곳 부두는 컨테이너가 100m 넘는 길이로 쌓였다가 선박의 입항과 함께 사라지고, 또다시 컨테이너가 쌓이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지점은 앞서 백악관이 지난해 10월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를 거래한다며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한 곳입니다.
그런데 올해 이곳을 드나든 대형 선박만 19척에 이릅니다.
물론 라진항에서 대형 선박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단정할 수 없지만 관련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이곳엔 작은 선박조차 접안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6월 맺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계기로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진단한 바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지난 6월 VOA에 “현재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를 거래하며 유류와 식량, 군사장비, 기술 지원 등의 형태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With North Korea, as far as I can tell, all the reports I'm seeing are, it's much more a barter thing, much more a barter thing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than it is payments for weapons. The payments are in the form of oil, food stuffs, military gear, technological support. That's what I'm seeing in all the reports I've seen.”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남혁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은 지난 2월에 열린 유엔 총회 회의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남혁 서기관] “We have never had arms dealings with the Russian Federation and we have no plan to do so in the future either. We strongly denounce the hostile forces for the rumor of arms dealings as a plot breeding story against the DPRK, as well as a part of hostile attempt to tarnish the image of the DPRK in the international arena by invoking the illegal sanctions resolution against the DPRK.”
그러면서 “무기 거래설은 북한에 대한 음해이며 불법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발동해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적대 세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변했습니다.
또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자리에서 “우리는 대북제재 체제를 위반하고 있지 않으며, 제기되는 모든 의혹은 물적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