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번 방중이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 대선을 앞둔 이번 미중 간 고위급 소통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한국 측 반응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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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중 결과 브리핑을 통해 중국 측에 미국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강조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한국에선 어떤 해석이 나오나요?
기자) 설리번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자신이 베이징에서 참석한 모든 회의에서 “타이완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권 도전 출정식이었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당 강령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언급이 삭제돼 논란이 된 가운데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이 모두 당 강령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를 담지 않아 마치 미국이 이 목표를 저버린 듯 보인 데 대해 조 바이든 현 행정부의 외교안보 최고위 인사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함으로써 오해를 불식시키려 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가 미국의 압박에 따른 자위적 행동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거부하는 미국의 의지를 재차 환기시킨 발언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국은 이미 비핵화 얘기 안 한 지 꽤 오래됐기 때문에 중국에 가서는 그 얘기를 오히려 더 할 필요가 있다라는 거죠. 왜냐하면 여기서 만약 설리번까지 침묵을 했다면 그러면 미중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고 암묵적 합의가 되지 않았느냐라고까지 해석을 할 사람들도 나타날 수 있으니까 좀 선을 그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진행자) 미국은 북한 비핵화 반대라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도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공식 인정할 경우 그 파장을 우려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기자) 한국 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미국이나 중국 모두 북한 비핵화의 현실성 여부를 떠나 이를 공식 인정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진 한국과 핵 강국인 중국과 버겁게 맞서고 있는 타이완 등으로 핵 도미노 현상이 펼쳐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중국은 북한 핵 보유를 자위적 행동이라고 두둔하면서 그렇다고 한국까지 핵을 보유해선 안 된다는 편향된 입장인데, 설리번 보좌관은 남북한 모두가 핵을 가져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진행자) 설리번 보좌관은 이번 방중이 미 대선을 앞둔 상황관리 노력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설리번 보좌관의 방중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어떤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설리번 보좌관은 이번 방중 기간 중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중국 군 2인자’인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만났습니다. 또 시진핑 주석과의 ‘깜짝’ 만남도 성사됐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자들이 미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책임있는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설리번 보좌관의 브리핑 내용으로 미뤄 타이완해협 문제를 넘어 북한이 7차 핵실험 같은 전략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지력을 행사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중국으로 하여금 타이완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잘 좀 관리해달라, 그게 우리 양국의 이해관계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닌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그런데 북중 관계가 냉랭해졌다는 신호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의 행동을 막으려고 할까요?
기자) 북중 간 이상기류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북한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비핵화가 언급됐다는 이유로 중국 총리가 참석한 회의의 결과물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최근엔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2018년 설치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발자국 기념물이 제거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인 7월 27일 저녁 평양체육관 광장에서 진행된 기념행진 행사에 북한 주재 외교관들이 다수 참석한 것과 달리 왕야쥔 중국대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유환 명예교수는 북한이 북중러 연대 강화를 원하지만 중국은 북러와 묶여 서방과 대립하는 구도를 국익과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명예교수는 중국 당국이 공식 입장 표명은 안 하지만 자국 학자들을 통해 7차 핵실험이 북한이 넘어선 안될 레드라인이라며 간접적인 압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 교수] “이제는 중국이 대국으로서 북한을 바라보는 거지 과거 전통적인 동맹이나 이념적 관계로서만 보지 않고 있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북한이 내부적으로 사상이론적인 조정을 좀 하고 풀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훨씬 북한식 보수주의로 나아가고 있다는 게 문제죠.”
진행자) 그렇다면 이제 두 달여 남은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전망이 나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기 체제의 약점인 북한 주민 인권 강화를 부각시킨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최근 미한 연합군사훈련에도 이례적으로 거의 대응하지 않은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장용석 박사는 북중 관계가 냉랭해졌지만 양국은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북한이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킬 전략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과 근본적인 갈등 국면 이런 건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북한 입장에서도 당연히 중국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나름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을 어느 정도는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점에서 예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좀 조용한 모습을 보이는 측면이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은 들어요.”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를 포함해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보고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국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외부의 위협이나 자극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기습적으로 도발에 나선 선례 때문에 지금 시기 또한 방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견해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