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군 자산들이 국제해사기구 IMO의 등록 정보에서 속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잠수함 13척이 등록된 지 하루 만에 명단에서 삭제되자마자 이번엔 모든 군함 자료가 자취를 감춘 것인데, 해군력 정보에 갑작스레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전 세계 선박 등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국제해사기구 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 자료입니다.

VOA의 확인 결과 미국 동부 시각으로 29일 오전 11시경부터 북한 소속 선박 중 해군 함정이 전혀 검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부여된 IMO의 고유 식별번호를 따로 조회해도 없는 선박이라는 안내 문구만 나옵니다.

북한의 잠수함 13척이 자료에 등록됐다가 삭제된 지 하루 만에 북한의 기존 군함들도 선박 등록 자료에서 일제히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해군 소속이 아닌 일반 북한 상선은 여전히 자료에 남아 있는 것으로 미뤄, 해군 소속 함정만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VOA는 27일 북한 해군 소속 잠수함인 8.24 영웅함, 김군옥영웅함 등 총 13척이 IMO 자료에 새롭게 등재됐다고 전한 바 있는데, 이들 잠수함들은 VOA 보도 하루 만인 28일 오후 일제히 목록에서 사라졌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난 29일 남아있던 북한 해군 소속 함정까지 모두 사라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 자료에서 해군 함정 자료를 일괄 삭제한 당사자는 북한 당국이 유력해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IMO 대변인은 29일 북한이 직접 잠수함 13척을 삭제했느냐는 VOA의 서면 질의에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은 회원국이 제공한 정보를 기반으로 해운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온라인 허브라면서 회원국은 자국 관련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답해, 선박의 등록과 취소가 각 IMO 회원국의 결정에 달린 문제임을 시사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하루 간격으로 잠수함 등 해군 함정 자료를 잇따라 삭제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VOA의 보도로 촉발된 군사 자산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브루스 베넷 /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함정이 IMO에 등록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반응이 꽤 분명해 보입니다. 너무 급박하게 발생한 일인 만큼 단순히 우연히 벌어졌다고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국가 조직의 고위층 중 누군가가 보도를 접했을 것이며, 주목받는 것이 싫고 북한의 역량을 은폐하기를 원해서 선박 등록 자료에서 뺄 것을 명령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잠수함의 IMO 등록은 미국과 한국 정부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사안입니다.

앞서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VOA에 우리는 북한이 13척의 잠수함을 IMO에 등록했다는 보도를 알고 있다면서 한국, 일본 그리고 그 외 동맹, 파트너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28일 기자들에게 한국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