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지방 발전 건설 과제 확대…전문가 “대외 메시지 자제 속 내부결속용 무리수”

지난달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함주군 지방공업공장건설현장을 방문해 현황을 살폈다며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지방을 돌면서 연초에 제시한 지방 발전 정책 과제의 폭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대외 메시지는 거의 내지 않으면서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는 양상이지만 무리한 과제 제시가 오히려 정책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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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지방 발전 건설 과제 확대…전문가 “대외 메시지 자제 속 내부결속용 무리수”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민생 행보가 최근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함경남도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 현장을 찾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보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4~25일엔 각지의 지방공업공장 건설장을 현지 지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에도 지방 발전을 강조하며 신포를 방문해 바닷가 양식사업소 건설 준비사업을 지도했습니다.

지난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신포시 양식사업소 방문했다며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은 이전과는 달리 현장에서 다양한 이름의 협의회를 소집해 새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현장 밀착형 애민지도자상을 꾀하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김 위원장이 이번에 지방을 돌며 기존의 ‘지방 발전 20x10 정책’에 추가 과제를 제시했다고요?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지방공업공장 건설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보건 시설과 과학기술 보급거점, 양곡관리시설 등 3대 건설 과제를 추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부터 26일 간 지방공업공장건설장들을 현지지도 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또 지난달 31일 함주군 현지에서도 지방발전사업협의회를 소집해 이들 추가 건설 과제에서 견지해야 할 제반 원칙들을 내놨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해마다 20개 시와 군에 10년간 현대적인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지방발전 20x10 정책’ 사업을 제시하며 평양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국제사회 제재와 자연재해로 북한의 경제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인 데다 압록강 유역에 대규모 수해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새로운 건설 과제들이 다소 즉흥적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2020년 이후 북한에 코로나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경제적 취약성이 최대로 가시화되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 지금 오히려 예전보다 정책 과제를 줄인 게 아니고 민생 과제를 확 늘리다 보니까 내부적으로 다양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 박사는 북한이 이전에 설정했던 건설 과제나 탄소하나화학공업, 주체철 사업 등 내각이 추진했던 산업 분야 목표들이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건설 과제들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이렇게 추가 건설 과제들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급하게 건설 과제를 추가한 것은 기왕에 지방 발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발전정책을 ‘보건, 과학, 교육’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정책으로 완성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또 “최근 수해로 산업적 타격과 함께 민심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방발전 관련 건설계획을 ‘위민’ 차원에서 확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9~12월 사이 최고인민회의와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를 앞두고 성과를 최대화하려고 하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수해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 의주군 거주민들이 '대성백화점'의 이름이 새겨진 쇼핑백과 지원용으로 보이는 물품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인태 박사는 올해가 북한이 설정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4년 차로 사실상 목표 달성의 성패를 결정짓는 해라며, 특히 내년 노동당 창당 80주년을 앞두고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다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김 위원장이 이렇게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건설 과제를 확대한 배경엔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 아닐까요?

기자) 이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방 발전 정책은 일단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건물들을 지어 놓고 공장에 들어갈 생산설비나 병원에 들어갈 장비는 점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다소 불투명한 계획에 입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교류협력이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러시아와 일부 협력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해방기념탑에서의 헌화식에 앞서 함께 걷고 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기 하루 전에 `노동신문'에 실은 기고문이 있는데 그 기고문을 보면 북한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하겠다 이런 논조를 실었어요. 그렇기도 하고 실제로 교류협력 내용을 보면 농업 분야, 축산 분야 또 민생 향상과 관련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의료 부분에서도 러시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좀 활용하려는 그런 측면도 예상되거든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공업 부문이 취약한 러시아가 북한에 공장설비나 병원 의료장비 등을 공급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자금이 있더라도 중국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대부분 대북 제재 품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추가 건설 과제들은 재해 방지 등을 위한 토목 인프라 등에 써야 할 자원을 낭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함주군 지방공업공장건설현장을 방문해 현황을 살폈다며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진행자) 김 기자, 김 위원장이 이렇게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은 대외 현안에 대해선 메시지를 자제하는 양상인데요. 이에 대해선 어떤 분석이 나옵니까?

기자)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사실상 파국을 선언했고 미국에 대해선 11월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와의 교섭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남북관계는 이미 파국으로 규정했고 본인들이 더 이상 남북관계에 미련을 갖지 않겠다, 적어도 윤석열 정부 기간 중 남북관계 회복 가능성은 제로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그렇지만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여전히 문을 열어 놓고 있고 미국 역시 마찬가지거든요. 미국에 대한 자극은 이상하리만큼 지금 자제하고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임을출 교수도 북한은 미 대선 결과 전 대미 메시지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보고 내부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함주군 지방공업공장건설현장을 방문해 현황을 살폈다며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최근 굵직한 대외 현안들에 대해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개최한 미한 연합연습에 대해 예년과 달리 고강도 무력도발 또는 위협 발언 등 비난전을 펴지 않았습니다.

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 때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이나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한 언급도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