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항구에 입항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유류를 선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유조선들이 최근 공해상에서 수상한 항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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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조선 련풍호가 러시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항에서 발견됐습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 따르면 련풍호는 현지 시각 18일 오후 3시 34분 보스토치니항에 모습을 드러낸 뒤 10여 분간 부두 쪽으로 접근했습니다.
이어 오후 3시 48분 부두를 약 150m 남겨둔 지점에서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했습니다.
해당 부두에는 대형 유류 탱크 3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 련풍호가 유조선인 점으로 볼 때 유류 선적을 위해 이 항구에 입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외부로 위치 신호를 드러내지 않던 련풍호는 18일 오전 1시경 보스토치니항에서 약 118km 떨어진 지점에 나타났습니다. 이후 오전 3시 18분경 또 다시 위치 신호를 끄고 지도에서 사라진 뒤 이날 오후 보스토치니 항구에 등장한 것입니다.
보스토치니 항구는 나홋카만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홋카항에선 동남쪽으로 약 18km 떨어져 있습니다.
북 유조선, 5개월 만에 러 항구 접안 장면 노출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3월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보스토치니항을 드나들었다고 보도했으며,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같은 항구에서 지난 4월 북한 유조선의 입항 장면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유조선이 직접 러시아 항구에서 접안 장면까지 노출한 것은 약 5개월 만입니다.
최근 북한 유조선이 이 일대에 자주 출몰하고 있지만, 항구를 100여km 앞둔 인근 해역에서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련풍호의 입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가능성 때문입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5월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습니다.
[녹취: 커비 보좌관] ”Russia has been shipping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Russian shipments have already pushed DPRK inputs above mandated by the UNSC. In March alone, Russia shipp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지난 3월에만 러시아가 북한에 16만 5천 배럴이 넘는 정제유를 보냈다”는 지적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3월 제공분을 포함해 이미 두 나라의 유류 거래가 한도를 넘었다는 게 커비 보좌관의 설명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브리핑이 이뤄진 5월 이후 북한에 유류를 공급한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협력을 강화하며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는 16일 VOA에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지난 1년간 분명히 깊어졌다”며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한에 석유 등 경제적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I think the relationship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has clearly deepened both in terms of the supply of North Korean weapons and ammunition to Russia, which we know from the evidence that's been collected on the battlefield in Ukraine and that includes the use of North Korean short range ballistic missiles as well as artillery.”
실제로 러시아는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량을 6개월째 유엔 안보리에 보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감독하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안에 반대표를 행사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대북제재 완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안산1호, 올 3월에도 러시아 유류 선적 의혹
이런 가운데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이 수상한 항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인 안산1호는 지난 11일 오전 중국 산둥반도 동쪽에서 약 20km 떨어진 지점을 항해하던 중 돌연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했습니다.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안산1호 등 27척의 북한 선박을 제재했습니다.
특히 이중 안산1호를 포함한 13척에 대해선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하도록 했습니다. 자산 동결이나 입항 금지 혹은 선적 취소 등을 명령한 다른 선박에 대한 제재보다 더 강도가 높은 조치였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 제재로 사실상 공해상 운항이 금지된 안산1호가 어떤 이유에서 중국 앞바다, 그것도 북한 남포항에서 약 300km나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에서 AIS 신호를 노출했는지 의문입니다.
앞서 안산1호는 올해 3월 러시아 나홋카항에서 유류를 선적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유조선입니다.
따라서 이 항로를 이용해 현재 러시아로 향하거나, 이미 러시아 항구에 도착한 것은 아닌지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그 밖에 또 다른 제재 유조선인 신평9호는 18일 오후 늦은 시각 한반도 동해에서 대한해협 방향을 향해 항해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 항로는 주로 러시아에서 유류를 선적한 북한 유조선이 북한 남포로 되돌아갈 때 이용합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안보리 결의 위반 의혹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지만 이들 두 나라는 제재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지난 5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은 전적으로 건설적이고 합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 (영어통역)] “I would like to begin by reiterating a few statements from my earlier statement, namely that the cooperation between Russia and the DPRK is exclusively constructive and lawful in nature. It does not threaten anyone or violate anyone, and it will continue.”
이어 “(북러 협력은) 어느 누구를 위협하거나 어떤 것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