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인들이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에 대거 합류하면서 소송 규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전사한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의 가족이 소송에 참여해 북한의 하마스 지원에 따른 배상 책임이 더욱 무거워질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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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인들이 기존의 대북 소송에 추가로 참여했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한 북한을 상대로 한 것으로, 이스라엘계 미국인 아옐렛 아르닌의 유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올해 7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소송인단의 변호인은 2일 새로운 원고가 포함된 소장 수정본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이번에 추가된 소송인들은 하마스 공격으로 희생된 미국인 군인 3명의 유가족과 부상자 3명 및 그 가족 등 약 20명입니다.
전사 아닌 ‘하마스의 살해’ 명시
희생자 3명은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작전 중 가자지구에 투입된 이스라엘 군인으로, 이들은 미국 국적을 보유한 채 이스라엘 군복을 입고 작전 중 전사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들의 전사에 대해 ‘하마스로부터 살해당했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부상자 3명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당시 다치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들입니다.
소송인단 규모 및 배상액 확대 전망
이번 소송에 미국인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소송인단 규모는 기존 약 90명에서 110명으로 늘었습니다.
또한, 같은 사건에 대해 또 다른 소송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계류 중이며, 이를 통해 전체 소송인단은 240명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전사자의 유가족이 새롭게 합류함에 따라 소송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마스의 공격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인뿐만 아니라 이후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군인들도 소송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스라엘계 미국인들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배상 책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의 닛사나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는 지난해 말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다샨-라이트너 변호사는 “안타깝게도 하마스는 10월 7일에 1천200명을 살해했으며, 그중에는 미국인도 포함돼 있다”며 “그들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다샨-라이트너 변호사] “Unfortunately, Hamas killed 1200 people in October 7th and they are some Americans who were killed and therefore they have a right to sue North Korea… So, they gave weapon to Hamas. They are responsible for the damages of Hamas carried out during this massacre.”
또한 “북한이 하마스에 무기를 제공했기 때문에, 하마스가 이번 학살 중에 초래한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라 북한, 이란, 시리아와 같은 ‘테러지원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88년 처음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후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하마스 지원, 소송의 핵심 근거
소송인단은 북한이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를 군사적으로 지원한 사실을 소송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으며, 특히 하마스가 북한산 유탄발사기인 F-7을 사용했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이스라엘 현장 취재를 통해 하마스가 북한산 유탄발사기를 살상력이 더 큰 대전차 무기로 개조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 F-7 내부 부품에 적힌 한글도 발견해 보도했는데, 이후 한국 국정원도 이 같은 VOA 보도가 사실이라고 밝혔었습니다.
미국 법원은 과거에도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해 배상 명령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1972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적군파 테러 희생자의 가족인 루스 칼데론 카도나 씨는 북한이 적군파 요원들에게 숙식과 통신 장비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2010년 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한 1968년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약 24억 달러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 밖에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환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제기한 소송과 대북제재를 위반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미 검찰의 몰수 소송 역시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법적 승소 사례로 꼽힙니다.
현재 미국 법원에는 김동식 목사의 부인과 딸이 제기한 소송과 적군파 사건과 관련된 2차 소송인단의 소송 등이 계류돼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