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재 유조선, 공해상 또 출현...러시아행 여부 주목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한반도 시각 15일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포착됐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선박의 움직임이 최근 크게 늘었습니다. 이 중에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어 북한 해역을 떠날 수 없는 유조선도 포함돼 있는데요. 함지하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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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재 유조선, 공해상 또 출현...러시아행 여부 주목

진행자) 북한 유조선의 수상한 움직임이 또 포착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는 현지 시각 15일 새벽 2시경 제주도 남쪽 약 145km 지점에서 대한해협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위치 신호가 포착됐습니다.

천마산호는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받아야 하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 선박입니다. 결국 다른 나라로의 운항이 금지돼 있지만 모항인 북한 남포에서 약 1천km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또 다른 제재 선박인 유선호는 11일 오전 7시 18분경 일본 오키 제도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유선호는 동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끝으로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했습니다. 유선호 역시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입니다.

11일 오전 7시 18분경 일본 오키 제도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신호를 보내고 잠적한 북한 유조선인 유선호. 자료=MarineTraffic

이들 두 선박이 발견된 곳은 모두 과거 북한 선박이 동해의 청진항이나 러시아 극동지역 항구로 이동할 때 이용했던 항로입니다.

진행자) 이들 선박의 운항이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 항구로의 입항 가능성 때문이겠죠?

기자) 맞습니다. 올해 초부터 북한 유조선, 그것도 제재를 받고 있는 유조선이 보스토치니항을 비롯한 러시아 극동지역 항구로 직접 입항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6월 러시아 나홋카항에서 대기 중인 천마산호를 발견해 보도했습니다. 또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도 북한 유조선이 올해 러시아 항구에서 유류를 선적했다고 전한 바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들 유조선이 안보리의 제재 선박인 만큼 러시아는 이들 선박의 입항을 최소한 금지했어야 합니다. 원칙대로라면 억류해야 했죠.

같이 보기: 제재 유조선 ‘천마산호’ 러시아 근해서 포착...러시아 유류 선적 여부 주목


진행자) 이들 유조선이 러시아가 아닌 북한 청진항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제재 위반은 아니겠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이 자국 선박에 대해 자산 동결이나 입항 금지 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북한 유조선이 북한 청진항으로 향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다만 몇 가지 의문은 제기해 볼 수 있습니다.

천마산호가 뱃길을 이용해 청진항으로 가기 위해선 한국 해역을 피해 중국 내륙 쪽으로 바짝 붙어 서해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 후 남해에서도 제주도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해상을 거쳐 동해로 진입해야 한 뒤, 동해에서도 울릉도와 독도 바깥 지대로 크게 도는 방식으로 이동합니다. 만약 내륙에서 열차나 트럭을 이용하면 이동 거리 면에서 훨씬 짧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유조선의 목적지가 청진항이 아닌 러시아 극동 항구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 유조선은 중국과 일본 해상 인근을 지날 때만 잠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켜곤 합니다. 이들 유조선의 최종 목적지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로 직접 입항하는 것은 과거에 쉽게 볼 수 없던 현상인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북한 무기가 러시아로 향하게 됐고, 반대로 러시아는 북한에 유류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유류를 운송할 유조선을 찾는다는 ‘선박 수배 공고문’을 선박 업계로부터 입수해 보도했는데요. 해당 공고문에 따르면 화주인 러시아 회사는 지난 6월 초 러시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 항구에서 유류 7~8천t을 선적해 북한 남포로 옮겨줄 유조선을 물색 중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가 선박 수배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과 러시아가 유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해석됐습니다.

같이 보기: [단독] 러시아, 북한 남포행 유조선 수배 중…6만 배럴 분량


진행자) 최근 북한 선박의 움직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동해 방향이 아닌 곳에서도 북한 선박이 발견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VOA는 북한 유조선 금진강3호의 수상한 항적을 포착해 보도했는데요. 지난 2018년 금진강3호는 유엔 안보리로부터 제재를 받았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선박 제재인 ‘자산 동결’보다는 한 단계 낮은 ‘선적 취소’와 ‘입항 금지’ 조치를 받았었는데요. 이는 여전히 다른 나라로의 운항이 사실상 금지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금진강3호는 중국 시각으로 7일 오후 4시경 타이완 해협에서 잠깐 위치 신호를 드러낸 뒤 사라졌습니다.

타이완 신주시와 중국 푸저우시 중간 해역인 이 지점은 과거 북한 선박 등이 제3국 선박과 유류를 환적하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금진강3호가 이처럼 먼 거리를 이동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재 유조선은 아니지만 지난 2021년 한국에서 불법 매각돼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부터 ‘제재 권고’를 받은 철봉산1호는 지난달 28일 중국 룽커우항 계선 장소에 도착해 2주 넘게 같은 장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으로의 유류 반입은 어느 정도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렇다면 제재 유조선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가요?

기자) 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따라서 수입 한도 내에서 이뤄지는 유류 거래는 합법입니다. 그런데 미국 백악관은 올해 3월 이 한도가 이미 넘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북한에 유류가 추가로 공급된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 유조선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오간다는 것은 이들 나라를 통한 북한의 유류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대북제재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이를 막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 5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연간 한도를 초과하는 모든 이전은 불법으로 간주돼야 한다”며 각국에 대한 북한 유조선의 입항은 제재 여부와 상관 없이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가 안보리 특히 대북제재 1718 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만큼 더 이상의 제재는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미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가 독자 제재 등의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각국의 제재 이행을 촉구하면서 한국, 일본 등 파트너들과 공동 제재를 내놓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함께 북한 선박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