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김현숙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레바논에 근거를 둔 이슬람 무장 조직 헤즈볼라가 새로운 수장을 뽑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의회가 유엔 구호 기관의 활동을 크게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서 막판 유세에 나섰습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 사고 이후 가동이 멈췄던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가 13년 만에 재가동에 들어갔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청문회에 출석해 재임 기간 벌인 ‘마약과의 전쟁’에 관해 증언했는데요. 이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중동 소식입니다. 헤즈볼라가 새로운 지도자를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헤즈볼라는 나임 카셈 사무차장을 새 수장으로 선출했습니다. 헤즈볼라 슈라위원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셰이크 나임 카셈을 사무총장으로 뽑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슈라위원회는 헤즈볼라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입니다.
진행자) 앞서 헤즈볼라 수장이 연이어 목숨을 잃었죠?
기자) 네. 헤즈볼라 사무총장이었던 하산 나스랄라가 지난 9월 27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했습니다. 또 나스랄라 후임자로 알려졌던 하셈 사피에딘도 나스랄라가 숨지고 얼마 되지 않아 베이루트 남부 근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진행자) 새로 헤즈볼라를 이끌 카셈 사무총장이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네. 나이가 71세로 1982년에 조직된 헤즈볼라의 창립자 가운데 1명입니다. 그는 최근 사망한 나스랄라가 헤즈볼라 수장이 되기 일 년 전인 1991년부터 사무차장직을 맡아 왔습니다.
진행자) 카셈 사무총장은 TV 연설 등으로 자주 모습을 볼 수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카셈 사무총장이 외국 매체들과 회견하는 등 오랫동안 헤즈볼라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AFP통신은 카셈 사무총장이 나스랄라가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잠적한 뒤부터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고위급 헤즈볼라 관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나스랄라가 사망한 후에도 세 차례 TV 연설을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의회가 유엔 기구인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활동을 크게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서 논란이 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의회가 28일 법안 2개를 통과시켰습니다. 하나는 점령지 동예루살렘과 이스라엘 안에서 UNRWA 활동을 금지했습니다. 다른 법안은 UNRWA 직원과 이스라엘 관리들 접촉을 금지했습니다. 이 조처는 가자지구와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에서 UNWRA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UNRWA가 팔레스타인 구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죠?
기자) 맞습니다. UNRWA는 팔레스타인 지역과 다른 곳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필수적인 구호와 교육, 그리고 보건 서비스를 70년 이상 제공해 왔습니다. 현재 이 기구가 1년이 넘는 전쟁으로 생활 환경이 최악인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의 중심인데요. 구호물자를 반입하려면 국경 검문소를 모두 통제하는 이스라엘군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구호를 제한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일부 UNRWA 직원이 미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와 연관됐다는 이유에서 그런 조처를 하는 것입니다. 이번 법안을 발의한 사람 가운데 1명인 율리 에델스타인 의원은 “테러분자 조직(하마스)과 UNRWA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고, 이스라엘은 이를 참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은 3개월 내에 시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진행자) 앞서 이스라엘이 UNRWA 직원이 하마스 활동에 참여했다고 비난하자 UNRWA가 감찰에 나서기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내부 감찰을 통해 지난해 10월 7일에 있었던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무급 휴가 조처를 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을 두고 외부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비판과 우려가 나왔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고, UNRWA가 필수적인 임무를 계속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영국과 독일,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등도 이번 조처를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나요?
기자) 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UNRWA가 가자지구 내 인도적 구호 배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위기 중에 당장 UNRWA를 대체할 기구가 없다고 밀러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계속 구호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어서 미국 대선 소식입니다. 대선이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8일 막바지 유세에 나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28일)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그리고 트럼프 후보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유세했습니다. 두 사람은 유세에서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서 승리하자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두 후보가 유세에서 또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먼저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후보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경고했습니다. 해리스 후보 말을 들어보죠.
"I do believe Donald Trump to be an unserious man. But the consequences of him ever being president again are brutally serious. Brutally serious. Consider on the topic we were just discussing. Donald Trump still refuses to acknowledge the pain and suffering he has caused. He insists that, quote, everyone wanted for Roe v Wade to be overturned."
기자) 네. 트럼프 후보가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또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잔인하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자신이 불러온 고통과 아픔을 인정하기를 여전히 거부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그가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뒤집히기를 모든 사람이 원한다고 강변했다고 해리스 후보는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낙태권을 인정한 판결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973년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낙태권)를 인정한 판결입니다. 하지만 2022년에 대법원은 낙태 문제가 각 주 소관이라고 결정하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실질적으로 폐기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 유세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이번 선거로 미국을 다시 강력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후보 말을 들어보죠.
"We stand on the verge of the four greatest years in American history. With your help from now until Election Day. We will restore America's promise. And we will take back the nation that we love. We will never give in. We will never give up. We will never back down. And we will never, ever surrender. Together we will fight, fight, fight. And we will win, win, win.”
기자) 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4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지금부터 선거 날까지 여러분 도움으로 미국의 꿈을 복원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는 절대로 포기하지도, 물러나지도, 항복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함께 싸우고 이길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안에서 영향력이 큰 매체인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독자들이 대거 구독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무슨 일입니까?
기자) 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소식통을 인용해 20만 명 이상의 워싱턴포스트 독자가 28일 구독을 취소했다고 이날(28일) 보도했습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 같은 유력 매체가 보통 선거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발표합니다.
진행자) 지지 후보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구독자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모양인데, 지금 워싱턴포스트를 제프 베이조스 씨가 가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베이조스 씨는 거대 인터넷 유통 업체인 아마존을 창업한 사람으로 몇 년 전에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베이조스 씨가 내린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 신문이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다는 논설을 준비했는데, 베이조스 씨 결정으로 사설이 나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 결정이 논란을 불러오자 베이조스 씨가 입을 열었군요?
기자) 네. 베이조스 씨는 28일 신문 의견란에 본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해당 결정이 사업상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매체 신뢰가 약화하는 상황에서 워싱턴포스트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NPR은 이번 조처로 2명이 더 이상 칼럼을 쓰지 않겠다고 했고, 편집진에서 2명이 사직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일본으로 갑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멈춰 섰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한 곳이 재가동에 들어가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도호쿠전력이 후쿠시마현 인근 미야기현에 있는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 2호기 원자로를 13년 만에 재가동했습니다. 도호쿠전력은 29일 발전소가 다시 재가동에 들어갔으며 11월 초에 발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원전이 재가동이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동일본 대지진 때 일부 원자로가 폭발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재가동에 들어가는 오나가와 발전소도 당시 폭발 사고가 났던 원전인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에 규모 9.0의 지진과 높이 13m에 달하는 쓰나미가 덮쳤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는 전원이 끊긴 원자로 3기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오나가와 발전소는 다행히 후쿠시마 원전처럼 폭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3개의 원자로 모두 주요 냉각시스템이 돌아가면서 안전하게 작동을 중지시켰습니다.
진행자) 대지진 때 피해를 보지 않았는데 10년 넘게 작동을 못 하고 있었네요?
기자) 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가 국내 원자로 54기의 작동을 모두 중지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과 개선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지난 2015년이 돼서야 가고시마현 센다이 원전이 재가동에 들어갔고요. 이번에 오나가와 원전 2호기가 가동에 들어가면서 재가동 원자로는 모두 13기가 됐습니다. 도호쿠전력 측은 이번 오나가와 원전의 재가동은 이 지역이 재해로부터 회복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오나가와 원전이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 일본의 에너지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고요?
기자) 네, 일본 정부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 그러니까 탄소 방출이 없는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하고, 노후 원전의 가동 수명을 연장하며,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하는 등 원자력 발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탈탄소를 위해 중요한 전력원”이라며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최대한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나가와 원전이 재가동에 들어가는 데 대한 비판은 없습니까?
기자)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나가와 원전 주변 지역에서는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호쿠전력 측은 오나가와 원전 재가동을 위해 지난 2013년, 쓰나미와 지진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공사를 했고요. 또 해발 29m 높이의 방조제를 건설했습니다. 오나가와 2호기는 지난 2020년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안전 승인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작동을 멈춘 다른 원전들도 차차 재가동에 들어가겠군요?
기자) 네, NHK에 따르면 니카타현과 이바라키현의 원자력 발전소 등 일본 전역의 원전들도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은 후 재가동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반면, 완전히 문을 닫는 원전들도 있습니다. 후쿠시마 제1 원전 6기와 오나가와 원전 1기를 포함한 일본의 원자로 21기가 퇴역하는데요. 운영 전력사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엄격해진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장비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신 해당 원자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은 필리핀으로 갑니다. 전 필리핀 대통령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이 28일 필리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재임 기간 벌인 ‘마약과의 전쟁’에 관해 증언했습니다. 지난 2022년 퇴임 이후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에 관해 의회에서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날 청문회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청문회에서 뭐라고 증언했습니까?
기자) 79세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자신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사과도, 변명도 하지 않겠으니 내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지 말라”고 말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나는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마약을 싫어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이렇게 자신의 정책을 옹호했지만, 마약과의 전쟁이 비판도 많이 받았죠?
기자) 네, 필리핀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6천 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지만, 인권 단체들은 수만 명이 살해됐다고 주장합니다. 또 마약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경찰과 자경단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이 있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가난한 남자들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마약과의 전쟁이 어떤 정책이었습니까?
기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취임 직후 시행한 마약 퇴치 운동입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경찰에게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하면 용의자를 사살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후 많은 사람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마약 용의자를 살해한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필리핀 경찰은 9명뿐입니다. 이러한 가혹한 단속 조치에 대해 국제적인 조사도 시작됐는데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1년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국가가 허가한 ‘반인륜 범죄’ 행위가 벌어졌다는 혐의에 관해 정식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마약과의 전쟁은 마무리됐나요?
기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후임자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마약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방과 재활에 좀 더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과 전임 두테르테 대통령 사이에 불화가 있긴 했지만, 마르코스 대통령은 ICC 조사에 필리핀 정부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ICC가 마약과의 전쟁에 관한 예비 조사에 들어가자, 두테르테 정부는 2019년 ICC에서 전격 탈퇴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부당하게 사람들을 살인했다는 비판에 어떤 입장을 밝혔습니까?
기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마약 용의자들에 대해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는 사살을 허용했다는 지적을 부인하며 “국가가 후원하는 살인”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되기 전 다바오 시장이었을 당시 범죄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조직 폭력 대원으로 구성된 “죽음의 분대(death squad)”를 조직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국제적인 조사까지 시작됐음에도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입장인 거 같네요.
기자) 맞습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오히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약상과 범죄자를 “모두 없애버리겠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청문회에는 마약 소탕 작전 중 경찰에 의해 무고하게 살해됐다고 주장하는 희생자 유족들도 참석했는데요. 살해된 조카에 관해 증언한 랜디 델로스 산토스 씨는 AP 통신에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며,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다시 총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칩니다.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