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정치·사회' 양극화 심화…"새 대통령, 단합·통합 비전 제시해야"

5일 오하이오주 카토바의 플레전트 타운십 소방서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본인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정치, 사회적 분열과 양극화가 심한 가운데 치러졌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특히 정치적 대립을 넘어 진영, 성별, 인종, 종교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 뚜렷해졌는데, 전문가들은 새 대통령이 단합과 통합의 비전 제시를 통해 하나의 미국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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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정치·사회’ 양극화 심화…”새 대통령, 단합·통합 비전 제시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오른쪽 귀에 총상을 입었습니다.

[녹취: 효과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러한 폭력적 행동을 부추겼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자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극단적 폭력 행위를 규탄하면서도 트럼프의 분열적 언행이 폭력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등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는 미국 정치와 사회가 처한 심각한 분열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대선 과정에서 미국의 정치적, 이념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리스크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올해 초 발표한 ‘2024 주요 위험’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최대 위험 요인으로 대선을 앞둔 미국을 꼽으면서 “올해 대선이 정치적 분열 심화하고, 지난 150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정도로 민주주의의 신뢰도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떤 쪽이 승리해도 미국의 정치 사회 제도에서 분열과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었습니다.

민주·공화 지지자 “상대가 민주주의 위협”

이처럼이 양극화가 심해지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변화가 꼽힙니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의 3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5%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일반 시민들의 견해를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75%는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밴더빌트대의 지난 6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현재 민주주의 기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모두 상대 진영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울러 럿거스대학의 지난 1일 조사에 의하면 미국 유권자의 80%는 앞으로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양극화는 정치 세력 간 이념 갈등을 넘어 지지자 간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대 정당에 대해 매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한 민주당 지지자 비율은 1994년 21%에서 2022년 62%로 크게 늘었고, 공화당 역시 17%에서 54%로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또 ‘AP’통신과 시카고대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8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번째 임기가 미국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고, 공화당원의 82%는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가 민주주의를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영 간 대립 심화, 극명한 ‘정책과 이념’ 차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 내 광범위한 이념적 분열을 반영하듯 극명하게 반대되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각 진영 간 지지자들의 정책 선호도를 다룬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두드러지게 확인됩니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9월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경제(93%), 이민(82%), 폭력 범죄 해결(76%)이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답했습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 있는 선거 운동본부를 방문해 선거 운동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국경 문제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11월 대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This November the American people are going to compare these records….”

이들 중 인종적, 민족적 불평등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18%와 11%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은 의료 문제 해결(76%), 대법관 임명(73%), 낙태 문제(73%) 등이 주요 이슈라고 답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5일 워싱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본부에서 유권자들에게 전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 권리에 대한 지지가 대선 투표에서 중요할 것으로 보고 선거 기간 중 이 문제를 직접 제기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부통령] “We believe in reproductive freedom, we will stop Donald Trump’s extreme abortion…”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 중 경제가 주요 현안이라고 답한 비율은 68%로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낮았으며, 이민 문제도 39%만이 동의했습니다.

‘인종·계층·지역’에 따라 양극화 심해져

올해 대선 과정에서 미국이 두 개의 극단으로 나뉘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또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이 3일 발표한 7개 경합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 유권자(87%)와 30세 이하의 젊은 유권자(57%), 대학 학위를 가진 백인 유권자(55%)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농촌 지역 유권자(75%), 백인 유권자(56%),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64%) 사이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결과는 해리스 부통령이 도시 지역과 진보적 유권자층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적 성향의 농촌 지역 및 백인 노동자 계층에서 뚜렷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 내 지역과 계층 간 분열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 지지자들의 이념 대립이 일반 대중들의 분열을 부추기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고, 정치인들도 이에 편승하거나 조장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프 새도우 루이지애나주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선거 과정에서 유력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와 같은 현상 또는 상대방에 대한 극단적 언행은 각 국가의 민주적 구조를 더 위협할 수 있고, 정치인과 지지자들의 악의적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새도우 교수] “Basically like an assassination attempt on a leading candidate might be more threatening in terms of the democratic structures of those states and might attempt other more unscrupulous political figures and supporters to engage maybe in some nefarious behaviors. We unfortunately see it all the time in a number of countries around the world.”

그러면서 대선 결과에 따라 상대방을 인정하고 승복하는 자세를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보이는 것부터가 민주주의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버라 페리 버지니아대 밀러 센터 정치학 교수도 이날 VOA에 “이번 대선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등 충격적 사건으로 가득했다”면서 이것이 미국 유권자들의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페리 교수] “This US presidential election race, you know, seems to be full of shocks including the President Biden's resignation and from the candidacy and the assassination attempt on former President Trump. I would say that we haven't had the best look in the last few weeks or even the last few months but I think the United States remember, we are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re isn't anything we can't do if we stick together. I hope that we can make a case to Americans who would like to get off that road and get back on a more united footing.”

그러면서 새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분열이 아닌 단합과 통합의 비전을 미국인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