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실시된 유엔의 인권 심사에서 나온 권고 중 약 30%를 거부했습니다. 특히 정치범 수용소 해체와 억류자와 납북자 송환 등 미국, 한국, 일본의 권고는 모두 거부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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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진행된 북한 인권에 대한 네 번째 보편적 정례검토(UPR) 심사에서 나온 294개 권고안 가운데 북한은 88개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UPR 실무그룹이 11일 발표한 UPR 심사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 해체, 성분제에 따른 차별 철폐, 강제 송환된 사람들에 대한 고문 중지, 억류자와 납북자 송환 등 88개 권고안에 대해 ‘주목한다’는 표현을 써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UPR에서는 주목한다는 표현이 통상 사실상의 거부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미국, 한국, 일본이 낸 권고안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나머지 206개 권고안에 대해서는 내년 2월에 시작되는 제58차 인권이사회 전까지 답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즉각 해체 요구’ 거부
앞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7일 UPR 심사에서 “북한이 정치범수용소를 즉각 해체하고 부당하게 구금된 정치범을 석방하며, 공정한 재판과 기타 보호를 보장하는 등 자의적 구금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터너 특사] “We recommend that the DPRK immediately dismantle political prison camps, release unjustly detained political prisoners, and institute protections against arbitrary detention that guarantee respect for fair trials and other protections.”
터너 특사는 이 밖에 북한이 주민 통제 목적으로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폐지하라고 말했습니다.
또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의 중단,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납치에 대한 기록 제공과 이산가족의 상봉 촉진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거부한 88개 권고안 중에는 미국이 낸 권고안 5개가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이 낸 권고안 5개, 일본이 낸 권고안 3개도 모두 거부됐습니다.
‘억류자∙납북자 귀환’ 거부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7일 심사에서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윤 대사] “Immediately resolve the issues of abductees, detainees, and unrepatriated prisoners of war as well as the issue of separated families and particularly, promptly release six Korean nationals who are held against their will by the DPRK, including three Korean missionaries KIM Jung Wook, KIM Kook Kie and CHOI Chun Gil.”
윤 대사는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를 즉각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며 “특히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등 세 명의 선교사들을 비롯해 억류돼 있는 6명의 한국 국적자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제네바 일본대표부의 오이케 아츠유키 대사도 모든 납치 피해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위해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납치 문제는 기본적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면서 “납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계속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납치 문제는 긴급하고 심각한 인도주의적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전쟁 지원 중단’ 거부
이번 심사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러시아 전쟁수행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권고안이 나왔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라트비아 대표는 지난 7일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초래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녹취:라트비아 대표] “To stop providing support to Russia’s war of aggression against Ukraine.”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와의 공모를 즉각 중단하고, 국제법 준수로 복귀하라”고 촉구한 것도 북한은 거부했습니다.
“북한 ‘공개처형’ 인정… ‘정치범수용소’ 간접 인정”
한편 북한은 이번 UPR 심사에서 공개처형 관행을 인정했습니다.
박광호 중앙재판소 국장은 “사형은 원칙적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비공개로 집행된다”면서도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 국장] “In principle, the death penalty is executed behind closed doors as a designated place. However, there may be exceptions. Those are when the criminal committed repeated crimes in the past, causing serious harm to others and again committed heinous murder without repenting and the victims' family strongly requested the death penalty be executed in public to settle their old scores.”
“과거에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도 뉘우치지 않고 또다시 극악한 살인을 저지른 경우, 피해자의 가족이 묵은 원한을 풀기 위해 공개적으로 사형을 집행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경우 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 형법이나 형사 소송법에는 정치범이나 정치범 수용소와 같은 용어가 없다”면서도 “반국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와 개혁 기관은 있다”고 말하며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시인했습니다.
박 국장은 “반국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적대 세력이 파견한 간첩과 테러리스트, 사회주의 체제에 원한을 품고 전복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 이 범주에 속하는 수감자들은 그 수가 많지 않으며 일반 수감자들과는 별도로 개혁 기관에 수용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11 일 공개된 북한 UPR 보고서 초안은 오는 13일 채택될 예정입니다.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는 193개 유엔 회원국들이 4년 반마다 돌아가며 서로의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심사하는 제도입니다.
북한은 2019년 5월 실시된 제3차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에서 회원국들이 제시한 262개 권고 중 132개를 이행할 것을 약속했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