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항구로 입항해 논란이 됐던 유엔 제재 유조선 천마산호가 이번엔 중국 근해에서 발견됐습니다. 선박 간 환적이 빈번한 바다를 항해 중인데, 제재 위반이 점점 노골화되는 양상입니다. 함지하 기자와 자세한 내용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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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천마산호, 이제는 굉장히 익숙한 이름인데요. 천마산호가 또다시 포착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조선인 천마산호는 유엔의 제재 대상 선박입니다.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 해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천마산호는 14일 새벽 4시 현재 타이완과 중국 사이, 즉 타이완 해협에 막 진입해 남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한 달만에 벌써 두 번째 운항입니다.
진행자) 타이완 해협은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데요. 목적지가 북한 동해나 러시아는 아니라는 의미군요?
기자) 네, 앞서 VOA는 천마산호가 지난달 20일 러시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천마산호가 또다시 러시아로 극동지역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됐지만, 이번엔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천마산호가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향할 때는 타이완 해협에서 훨씬 더 북쪽, 즉 한반도 서해에서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방향을 틉니다. 이후 대한해협을 지나 한반도 동해 바다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한반도 서해에서 계속 남하해 타이완 해협에 진입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엔 목적지가 러시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어디로 가는 걸까요?
기자) 물론 알 순 없습니다. 다만 타이완 해협과 그 주변 해역은 과거 북한 유조선 등이 제3국 선박과 유류를 환적하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북한 선박의 행적으로 볼 때 이번에도 선박 간 환적이 의심됩니다.
몇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천마산호가 제재 선박으로, 전 세계 어느 항구에도 입항할 수 없다는 점과 이 선박이 유류를 운반하는 유조선이라는 점입니다. 불법으로 유류를 선적하려는 게 아니라면 굳이 이 먼 곳까지 운항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말씀하신 것처럼 천마산호는 제재 유조선인데요. 어떻게 이렇게 자유롭게 다니고 있는 걸까요?
기자) 일부 나라들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마산호는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하면 곧바로 억류돼야 하지만, 지난달 러시아 항구를 다녀갔죠. 러시아가 제재 이행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또 천마산호는 그 어떤 나라로부터 유류를 건네받을 수 없지만, 공해상에서 다른 선박과 선체를 맞대고, 이후 남포로 유류를 하역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했습니다. 천마산호에 유류를 건네 선박을 관리하는 나라가 제재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천마산호가 유엔 안보리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은 건 2018년입니다. 그 이전부터 제재 위반 행위가 포착됐다는 의미인데요. 약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천마산호의 제재 위반은 계속되고 있고, 더 오히려 더 노골적이 돼 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천마산호를 저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일부 나라들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일대에서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호주 군이 한반도 인근에 자국 공군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보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감시 활동에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9월, 호주는 구축함을 파견했었죠. 그 밖에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도 같은 방식으로 해상 감시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나라들은 문제의 선박을 포착하고, 사진을 찍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주로 공해상 혹은 중국 영해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전문가들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VOA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대북제재 이행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만큼, 안보리를 통한 문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가 독자 제재 등의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각국의 제재 이행을 촉구하면서 한국, 일본 등 파트너들과 공동 제재를 내놓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과 6월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 영해에 진입한 대북제재 위반 선박 2척을 나포했는데요.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미국과 파트너 나라의 주요 협력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또다시 등장한 북한 제재 유조선 천마산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