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트럼프 2기, 한국에 대한 관세와 대중국 수출 규제 압박 거세질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막대한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양국 간 경제 관계에 긴장이 흐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조선과 반도체, 원자력 부문 등에서는 양국이 협력해 시장을 선점하고 확대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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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트럼프 2기, 한국에 대한 관세와 대중국 수출 규제 압박 거세질 것”

윌리엄 라인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

윌리엄 라인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반도체와 같은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라인쉬 석좌는 3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 미국과 한국 간의 경제 관계에 관한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미국이 양자 간 무역에서 적자를 크게 보는 국가를 표적으로 삼았다”면서 “한국도 여전히 그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계속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대미 제조업 투자가 상당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우려는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라인쉬 석좌] “In his first term Trump targeted countries with which the US has large bilateral trade deficits. ROK remains in that category, so I imagine the country will continue to be a target, although the significant Korean investment in manufacturing in the US may reduce Trump’s concern.”

라인쉬 석좌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며 “한국의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많은 것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처럼 한국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그런 조짐은 없고, 현재로서는 우선 순위 목록에 한국이 포함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대규모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그가 가진 유일한 수단은 관세”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역 적자로 미한 경제 관계에 긴장 흐를 것”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센터장.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센터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 파트너들이 미국을 대하는 방식과 무역 적자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한국 양국이 이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 양국 경제 관계에서 긴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센터장] “I would think we would have to expect that there will be tension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on economic relations as the two countries try to work through these issues.”

스탠거론 센터장은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25% 관세보다는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10~20%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집권 1기 때 철강이나 알루미늄처럼 특정 국가나 특정 품목을 표적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집권 2기 때는 보편적 관세를 통해 미국으로의 수출을 줄이거나 미국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유도하려 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도 이날 VOA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보는 국가들은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믿는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모종의 대책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버비 전 대표] “President Trump has been very clear that he believes countries with a surplus with the US are treating US unfairly.”

“미국, 대중국 수출 규제 준수 요구할 것”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보편적 관세나 특정 관세 부과 외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국의 경제 관계에는 여러 난관이 놓여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대중국 첨단 기술 수출에 대한 미국의 강화된 규제 준수를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2일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으로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추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굴기’를 차단하기 위해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수출 통제가 트럼프 2기에는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큰 한국으로서는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 (일명 ‘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지급해온 보조금 혜택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 법들을 통해 반도체, 태양광 패널,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세금 공제와 대출, 보조금 등의 혜택을 받아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는데 그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 자동차에 그렇게 열광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전기 자동차 산업은 현재 막대한 보조금이 필요한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 자동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And I'm pretty sure Trump administration, for example, they're not going to be so keen on electric cars. So the electric car industry requires at this point a great amount of subsidy and he's not going to want to be subsidizing electric cars so much some yes, but not so much so.”

“FTA 일부 재협상 추진 가능성도”

브라운 교수는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일부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주요 초점은 중국이 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처음 6개월여 동안은 레이더망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시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멕시코와의 남쪽 국경 문제와 중국과의 문제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한국이 조금 더 관대하게 대접받을 수는 있겠지만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며 “FTA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집권 6개월 이후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을 시도할 수 있고,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Korea might get a little bit be treated a little bit leniently but it can't do that for long.

It's got to sort of get ready for some renegotiations. (중략)

But after 6 months or later that the Trump administration could try to renegotiate and they could increase the tariffs on South Korea.”

“미국 중국에 막대한 관세 부과, 한국 경제에도 문제”

브라운 교수는 “미국의 문제는 여전히 중국과 한국 모두에 대해 막대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싶어하며 중국에 더 큰 관세를 부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로 인해 한국은 중국에서 수출 시장을 잃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는 매우 해로울 것”이라며 “이것은 한국에 큰 문제지만 좋은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Trump wants to do something about that you know and the focus is on China, on putting bigger tariffs on China and you know, that will probably work but it'll probably be very detrimental to the Korean economy because Korea is losing its export market in China. So that's a big, big problem for Korea again, I would, you know, I think I don't have a good solution to that either.”

“한국, 지난해 최대 대미 외국 투자국 강조 필요”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급격한 관세 인상을 피하려면 한국의 대미 투자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한국 정부는 지난해 한국이 미국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란 사실과 이런 투자 중 상당수가 중요한 신흥 분야에 대한 투자이며, 미국이 첨단 제조 역량을 회복하고 반도체 공급망의 탄력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인쉬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한국의 대미 투자이며, 이는 (경제적 압박의) 완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인쉬 석좌] “Although as I said above, Korean investment in the US is what he is looking for, and it will be a mitigating factor.”

“미국과 한국, 경제뿐 아니라 안보 동맹”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경제 관계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이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 모두에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양국 간 동맹이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고, 북한의 실제 위협에 대응해 동맹을 관리 가능한 형태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한국은 다른 중소득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다”면서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전 세계 다른 중소득 국가들과 비교해 훨씬 더 강력하고 다차원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미한 양국 관계는 여느 중소득 국가와 미국과의 관계와는 달리 안보 동맹 관계이기 때문에 경제만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가 어려우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So but I would say South Korea is in a very special place in relationship to the other middle income countries because of its, it's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which is much more intense than other middle income countries around the world and multi dimensional.”

“조선∙원자력∙반도체 등 협력 가능성”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미국 산업을 보호하려 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우리가 가지지 않은 전문 지식을 가진 한국과 같은 우방과 동맹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이밖에도 조선과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오버비 대표] “President trump will try to protect US industries like semiconductors and batteries but hopefully he will realize that the US needs our friends and allies like South Korea who have expertise that we do not have. Another key area for cooperation will be shipbuilding and civilian nuclear power.”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한국에 조선업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김태효 한국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앞서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는 지난달 ‘워싱턴 톡’에 출연해 “미국은 한국이 보유한 (선박) 유지와 수리, 정비 역량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한국이 LNG 운반선을 건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지원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제 경쟁에서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지렛대로 삼고자 한다”며 “한국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LNG 운반선 건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만큼, 이는 한국과 미국이 에너지와 동맹에서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석좌] “And we need Korea to build the kind of LNG carriers that will support Trump's energy policy because Trump wants to leverage America's energy independence for that economic competition with China. Korea needs energy. Korea is the best builder of LNG carriers. That's a win win win situation here for Korea and the United States for Energy and for the Alliance.”

스탠거론 센터장은 지난 6월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예를 들며 양국이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 협력에서 나아가 함정 건조까지 협력할 수 있다면 양국이 시장을 선점하고 확장해 나가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양국 협력은 “반도체 분야에서 자율주행차, AI 분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면서 “더 넓게는 한국은 글로벌 규칙 제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센터장] “More broadly, South Korea is taking to help set global rules and it's also a country that's at the forefront of AI and we're seeing a lot of private sector collaboration between us and Korean AI firms. And so all of these are areas where you can have potential coopera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going forward.”

그러면서 “한국은 AI 분야에서 선도적인 국가이며, 이미 한국의 AI 기업들과 많은 민간 부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 모든 분야는 미한 양국이 향후 협력 가능성이 있는 영역들”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