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진항 ‘무기 거래’ 부두에 대형 선박 입항… 컨테이너 선적

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알려진 라진항에서 4일 컨테이너와 함께 대형 선박(원 안)이 발견됐다. 사진=Planet Labs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된 북한 라진항에 대형 선박이 입항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북한이 컨테이너 1만8천 개에 달하는 군수품을 러시아로 보냈다고 밝혔는데 그 수가 계속 늘어나는 양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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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진항 ‘무기 거래’ 부두에 대형 선박 입항… 컨테이너 선적

북한 라진항에서 4일 대형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이날 라진항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는 ‘북한 전용’으로 분류된 부두에 125m 길이의 선박이 보입니다.

선박은 적재함을 개방한 채 부두에 선체를 바짝 밀착한 상태이며, 부두에는 컨테이너들이 약 120m 길이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다음 날인 5일에도 이 선박은 같은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는데, 다만 전날과 달리 적재함 문은 닫은 상태였고, 바로 앞 부두의 컨테이너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이곳의 컨테이너를 선박에 모두 실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러시아로 향하는 군수품과 관련 물자 지속 증가

앞서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가 넘는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라진항에 약 6m 표준 규격의 해상 운송 컨테이너300여 개가 적재된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컨테이너는 선박을 통해 러시아로 옮겨진 뒤 다시 열차로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로버트 우드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지난달 27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강력히 비난하며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은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해 군수품과 군수품 관련 자재를 담은 1만8천 개 이상의 컨테이너와 100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불법으로 이전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상 라진항이 러시아발 컨테이너가 선적되는 유일한 항구라는 점에서 이들 1만8천 개도 이곳을 통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우드 대사의 발언 이후에도 컨테이너 선적이 계속된다는 것은 러시아로 향하는 군수품과 관련 물자의 양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북한 전용 부두에 28척 정박

VOA는 지난해 8월 26일 이곳에서 대형 선박이 포착된 이후 이날까지 이 일대를 출입한 선박을 55척으로 추산했습니다.

다만 컨테이너를 하역하기 위해 인근 다른 부두에 정박한 선박을 제외하면, 순수 북한 전용 부두에 정박한 선박은 28척입니다.

통상 선박 한 척 당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가 대략 600개인 점으로 본다면, 실제로 러시아로 향한 컨테이너는 대략 1만6천800개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에 구름이 끼거나 위성사진이 미처 촬영되지 않은 날에 입항한 선박까지 고려하면 미국 정부가 추산한 1만8천 개와 비슷한 규모의 컨테이너가 라진항에서 선적됐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위성사진에 포착된 선박과 컨테이너 만으론 북러 간 무기 거래 여부를 알 순 없지만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지목한 곳에서 또다시 대형 선박이 출현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북러, 무기 거래설 부인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림무성 북한 외무성 국장은 지난 10월 유엔총회 1위원회 회의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에 대한 의혹 제기는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유엔 헌장에 따른 주권 국가 간 정당한 우호협력 관계를 훼손하기 위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림무성 국장] “The assertion of those member states is nothing more than groundless rumours aimed at tarnishing the image of DPRK and undermining the legitimate friendly and cooperative relations between sovereign states in accordance with the UN Charter.It is yet another smear campaign devised by Ukraine to seek for prolongation of Ukraine crisis and maintaining its political power by getting more weaponry and financial support from US and Western countries.”

이어 “미국과 서방 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무기와 재정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위기를 장기화하고 정치 권력을 유지하려는 우크라이나가 고안해 낸 또 다른 비방 캠페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도 7월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자리에서 “우리는 대북제재 체제를 위반하고 있지 않으며, 제기되는 모든 의혹은 물적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