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 남포 유류 항구에 50척이 넘는 유조선이 드나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연간 허용치의 최대 3배가 넘는 정제유가 반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은 관련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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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 남포 유류 하역시설에서 모두 52척의 유조선이 포착됐습니다.
매주 유조선 최소 1척씩 입항
VOA가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류 하역 시설이 밀집한 남포항에서 일주일에 1척 꼴로 유조선이 정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유조선은 바다 쪽을 향해 길게 뻗은 하역 부두와 주변 하역 시설 등에 선체를 밀착했습니다. 짙은 구름이 낀 날이나 위성사진이 촬영되지 않은 날까지 감안하면 실제 정박한 유조선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포 유류 하역시설은 과거 유엔 안보리 등이 북한의 불법 유류 활동 현장으로 지목한 곳입니다. 북한 혹은 제3국 유조선이 이곳에서 유류를 하역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유조선 정박 횟수를 토대로 북한에 반입된 정제유 양을 추산하기도 했는데, 이를 근거로 매년 안보리의 허용치 50만 배럴이 초과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유조선 1척이 실을 수 있는 유류 양을 선박에 따라 1만에서 3만 배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남포에서 포착된 52척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북한에는 최소 52만에서 156만 배럴의 정제유가 반입됐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북한에 반입된 정제유가 이미 올해 한도를 초과했다는 입장입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북한에 반입되는 정제유와 관련한 VOA의 질의에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지난 3월에만 16만5천 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하면서 안보리가 부과한 50만 배럴 상한선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U.S. government assesses Russia deliver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this past March alone, pushing the DPRK past the 500,000-barrel cap imposed by the Security Council. Regarding Russia’s noncompliance with Security Council sanctions on the DPRK, the United States, in coordination with members of the UN Security Council, has repeatedly raised this issue. We have called on Russia, as well as the PRC, to stop obstructing and rejoin the rest of the Council in voicing a united and clear denunciation of the DPRK’s behavior.”
또한 “우리는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도 방해 행위를 중단하고, 북한의 행동을 단합되고 분명하게 규탄하는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에 다시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류 관련 활동 계속돼
그러나 북한 유조선의 불법 유류 획득 정황은 여전히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VOA는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분석해 이달 1일부터 10일 사이 공해상에서 포착된 북한 유조선이 최소 7척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미 올해 한도를 넘긴 상황이지만 유류를 실어나르는 유조선의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유조선 7척 중 2척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 이는 이들 유조선이 사실상 북한 해역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의 유류 관련 활동이 계속된다는 것은 남포 유류 항구의 최근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남포의 유류 시설 밀집 지역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류 하역 접안 시설을 1개 신설하고, 바로 옆 기존 접안 시설 끝부분에 직사각형 모양의 지대를 추가했습니다.
또 북한은 유류 시설 밀집 지역에 지름 15~20m에 달하는 유류 탱크를 꾸준히 건립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에 만들어진 것을 포함해 이 일대에는 모두 38개의 유류 탱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8년까지 약 20개였던 유류 탱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 5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연간 한도를 초과하는 모든 이전은 불법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Any transfer above the cap should be considered illegal… And so that designation seems no longer possible, since the P5 can no longer agree at the Security Council, and specifically at the DPRK Committee, the 1718 Committee.”
또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가 안보리 특히 대북제재 1718 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만큼 더 이상의 제재는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미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가 독자 제재 등의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