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대 150만t 유류 저장…1년 이상 경제 운영 가능”

북한 남포항 주변의 유류 저장시설. Maxar Technologies/Google Earth.

북한의 유류 저장 용량이 100만t에서 150만t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북한이 1년 혹은 그 이상 경제를 운영하기엔 충분한 양이라는 평가입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노틸러스연구소는 북한이 최대 150만t의 정제유 등 유류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연구소는 최근 발행한 ‘북한의 유류 저장 능력 추정’이란 보고서에서, 위성사진 분석과 미 중앙정보국(CIA)이 과거 북한의 지하∙지상 유류 시설에 관해 발간한 자료 등을 기반으로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위성사진 분석을 기반으로 활성화 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내 유류 저장소의 용량이 약 110만 입방미터(m3)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는 북한이 90만t에서 100만t의 유류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과거 CIA가 1982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목한 유류 저장시설 중 위성사진 등을 통해 존재와 활성화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었던 지하시설 등은 제외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CIA에 의해 보고됐었지만 직접 확인 불가능한 50만 입방미터 용량의 저장시설까지 합치면, 북한의 유류 저장 용량이 약 160만 입방미터에 근접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이 최대 150만t의 원유와 정제유 등을 수용할 수 있는 유류 저장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150만t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생산하는 정제유 양과 최근 몇 년 간의 정제유 수입량을 합친 추정치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유류 저장용량은 최근 북한의 정제유(oil products) 소비량의 1년치 이상에 해당하는 양이지만 2년 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의 저자인 노틸러스연구소의 데이비드 폰 히펠 연구원은 31일 VOA에, 위성사진만으로는 정확한 추정이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보고서는 저장시설에 원유가 완전히 혹은 비슷한 수준으로 채워져 있다면 수개월, 1년 혹은 그 이상으로 북한 경제를 운영하기에 충분한 양이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폰 히펠 연구원] “So overall, we are just pointing out that the total volume of oil storage is enough to keep the DPRK economy running for quite some months, perhaps a year or more if it was full or if it was nearly full.”

북한 남포 유류 항구 일대를 촬영한 지난 6월 22일자 위성사진. 유류 부두와 해상 유류 하역시설에 선박들이 보인다.

보고서는 하지만 이러한 유류 저장소 중에 어떤 부분들이 어느 정도 채워져 있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유류 탱크의 용량과 활성화 정도의 추정치에 관해 ‘상당한 불확실성 (substantial uncertainties)’이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런 추정에 대한 한계점을 인정하면서도 유류 저장시설 용량에 관한 추정치와 북한 내 수십 개의 장소에서 발견된 명백한 유류 저장 탱크가 제시하는 함의를 강조했습니다.

원유, 정제유 등 유류 수입이 ‘완전히 차단’ 되는 경우에도, 북한은 수개월(many months)간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정제유 재고량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의 지하 유류 저장 시설을 평가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보유 가능한 유류 재고량이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유류 수입의 완전히 차단되는 상황에서도 중국과 북한 신의주 간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은 정치적 이유뿐 아니라 기술적인 요인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송유관을 통해 공급되는 점도가 높은 원유는 특히 겨울철에 응고가 잘 되는데, 원유 흐름이 한번 중단되면 재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대북 제재 하에서 국가∙지방 정부 단위뿐 아니라 기업∙개인 차원에서도 정제유 공급 감소에 대한 대응력 증진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에너지 상황이 향후 핵 협상에서 북한의 입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폰 히펠 연구원은 이런 측면에서 이번 연구의 의도는 북한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폰 히펠 연구원] “The design of our report is to simply provide some information on the energy sector in the DPRK and to provide it to everyone so that so they have an idea … because we feel that understanding the energy situation in the DPRK is a real key to understanding the DPRK's motivations for negotiations on its nuclear weapons program and on other issues.”

폰 히펠 연구원은 북한의 유류 공급량, 저장 용량 등 에너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과 기타 사안에 대해 협상에 임하는 동기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