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따우 결핵퇴치국제협력단 사무국장] “북한에 국제 치료 인력 없어…다제내성결핵약 부족”

지난해 7월 북한을 방문한 루치카 디띠우 유엔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 사무국장(왼쪽 4번째) 일행이 북한 보건성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제공: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응한 북한의 국경 폐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현지에서 결핵을 진단하고 치료할 국제 인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유엔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의 루치카 디띠우 사무국장이 말했습니다. 디띠우 사무국장은 16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디띠우 사무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결핵 등 기저질환 환자들이 더 취약한 전염병입니다. 북한은 지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결핵 퇴치 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입장에서 북한의 어떤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현재 북한 내 결핵 환자 치료 프로그램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어 큰 걱정입니다 . 유엔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은 지난 16년 동안 북한에서 결핵 퇴치 사업을 해왔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 유니세프) 평양사무소와 긴밀히 협조해 북한에 결핵약과 진단시약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여파로 지금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올해 2월 글로벌펀드가 중단했던 대북 지원사업을 재개하며서 지원 자금을 다시 풀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핵 치료제도 북한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외부 도움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내 결핵 치료 역량이 어느 수준인 지 알 수 없습니다.

기자: 글로벌펀드가 북한에 결핵 치료 지원을 재개한 이유는 바로 치료약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의 결핵 치료제 보유 상황은 어떤가요?

디뜨우 사무국장: 이달, 아니 적어도 8월이면 북한의 결핵약이 바닥날 겁니다. 다만 ‘1차 결핵약’은 앞서 세계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해 제조국인 인도의 지원을 받아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에 북한에 반입했습니다. 따라서 이 약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문제는 글로벌펀드의 자금 지원을 받는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입니다. 적어도 지난 봄에는 북한에 들어갔어야 합니다. 올해 이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의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 의료진이 지난해 7월 방북한 유엔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 관계자들에게 결핵 치료 현황을 브리핑했다. 사진 제공: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

기자: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구호 단체들의 결핵 환자 치료 활동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유엔 기구 측에서 피해를 막기 위해 추가로 하는 활동이 있나요?

디띠우 사무국장: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국경없는 의사회와 연락하면서 북한의 결핵 감염 실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지금 평양사무소의 유엔 직원 숫자가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3분의 1도 안되는 실정입니다. 아직도 인원이 충원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북한 밖에서 원격으로 일하고 있죠.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결핵 사업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실상 현지에서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할 국제 인력이 거의 없습니다. 국경이 열리고 다시 정상화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가 계속될 것을 감안해, 북한의 결핵 환자를 치료할 다른 조치나 계획은 없습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역시 국경이 언제 열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지금 당장이라도 치료약과 진단기 등을 북한에 보낼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를 통해 일부 지원품을 북한에 보낼 수 있었지만, 검역과 서류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들었습니다. 유니세프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핵 치료제를 북한에 들여가기 위해 북한 당국과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습니다. 사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저희도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모든 결핵 관련 지원 물자는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갑니다. 치료제 등 의약품을 구입해도 현재 해운사를 찾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신종 코로나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올해 북한의 농작물 수확 전망도 어둡습니다. 이런 만성적 식량난이 결핵에는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디띠우 사무국장: 영양 상태는 결핵 환자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결핵 환자 대부분은 저체중입니다. 첫 증상이 체중 감소이기도 하고요. 단백질 섭취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영양 부족 상태인 사람들이 더욱 취약합니다. 치료약도 부족한 상황에서 영양 부족에 코로나 노출 가능성까지 있다면 이보다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겁니다.

유엔이 지원한 결핵약에 지급될 북한 환자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사진 제공: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

기자: 1년 전 이맘 때, 방북해 북한 내 결핵 치료 실태를 점검하고 오셨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떤 부분이 시급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보셨나요?

디띠우 사무국장: 무엇보다도 ‘사라진 환자’를 찾는 게 시급합니다. 사실 이 점은 비단 북한 뿐 아니라 다른 결핵 고위험국에도 모두 해당됩니다. 결핵은 쉽고 빠르게 전염되는 질병인 만큼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 추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 부분이 쉽지 않습니다. 또, 기술적으로는 분자진단(molecular diagnosis)을 할 수 있는 기계 도입이 필요합니다. 현재 다제내성 결핵 양성 여부를 진단하는 기구, ‘진 엑스퍼트’와 인도에서 만들어진 기계, 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최신 진단기로 최대한 많은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은 수년 째 결핵 고위험군에 포함됐는데, 북한 당국 스스로는 결핵 발병율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디띠우 사무국장: 작년 북한에서 느낀 점은 북한 의료진의 결핵 치료에 대한 이해 수준이 다른 나라 못지 않게 높았다는 겁니다. 1차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결핵 발병율을 낮추려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환자들의 집 근처에 있어야 합니다. 도시와 외딴 지역의 편차를 줄여야 하고, 국제 인력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확한 정보 제공도 중요합니다. 북한 당국에 전하고 싶은 말은 평양에 상주하는 유능한 국제 기구 직원들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라는 겁니다. 북한이 해마다 ‘결핵 고위험군’에 포함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 부분에 있어서는 북한이 크게 숨기지 않고 감염 사례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도 이를 적용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유엔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의 루치카 디띠우 사무국장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 북한 내 결핵 상황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