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제재 완화' 주장…미 "완화 시점 아냐" 분명한 입장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최근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대북 협상에서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성급히 제재를 완화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9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이후 북한 주민들의 식량 부족 상황이 악화됐다며, 일시적으로라도 국제사회가 특정 분야에 대한 제재 해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0일 퀸타나 보고관의 주장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기존의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The United States is committed to engaging the DPRK in meaningful negotiations so that North Koreans can realize a brighter future. That offer remains on the table. We are willing to take a flexible approach to reach a balanced agreement on all of the Singapore summit commitments.”

이 관계자는 그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유엔 관계자들이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제재가 전염병에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을 약화시킨다면서, 주요 20개국 G20 정상들에게 제재가 부과된 나라들에 대한 ‘제재 면제’를 호소했습니다.

또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같은 달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전 세계에 미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 쿠바 등에 대해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랄 엘버 유엔 식량권리 특별보고관은 지난 4월, 어떤 나라에 가해진 경제적 제재일지라도 전염병 상황에선 해제돼야 한다며, 해당 국가에 북한도 포함된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의 경우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를 요구하거나, 북한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재에 대한 완화를 주장했던 다른 유엔 당국자들과 달리 북한의 유류 등 특정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해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북한 주민들의 취약성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4월 북한 평양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특히 대북 제재가 북한의 민생을 겨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북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안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 면제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되면서, 국무부는 인도주의 지원이 애초부터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리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31일 기자회견에 나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입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When it comes to humanitarian assistance, medical devices, equipment, pharmaceuticals, things that people need in these difficult times. Those are not sanctioned anywhere at any time that I'm aware of.

의료기기와 장비, 의약품처럼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은 어디서든, 어느 때도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 31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폼페오 장관은 또 대북 제재가 미국이 아닌 안보리 결의에 따른 조치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북한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들은 인도주의 품목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지난달 21일,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크래프트 대사] “For those people who think that we are applying sanctions on humanitarian aid, absolutely we are not. And the President has made that very clear, the Secretary has made that clear. And we will continue to offer our help, in the form of medical supplies, to countries that have really rogue leadership."

크래프트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장관이 이런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미국은 “불량 지도자를 가진 나라들에도 의료용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계속 도움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