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위반' 중국·싱가포르 기업 자금 230만 달러 몰수 앞둬

미국 워싱턴의 연방 법무부 건물.

2년 전 미국 검찰로부터 몰수 소송을 당한 대북제재 위반 기업의 자금 약 230만 달러가 최종 몰수를 위한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미 법무부가 몰수한 북한 관련 금액이 1천만 달러가 넘는 가운데 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둔 소송도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워싱턴 DC 연방검찰은 싱가포르와 중국 기업 3곳의 자금이 대북제재 위반에 이용됐다며 미 법원에 몰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피소된 금액은 익명의 싱가포르 기업의 약 60만 달러와 홍콩소재 중국 기업인 ‘위안이우드’와 ‘에이펙스 초이스’가 각각 172만 달러와 84만 달러였습니다.

이들 자금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FTB)이 만든 위장회사가 석탄을 수출하거나 정유를 구입할 때 사용된 것으로, 문제의 회사들은 이들 자금을 전달받아 다른 회사들에 송금하는 등의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6개월 후인 지난 5일 미 검찰이 이중 싱가포르 기업과 중국의 ‘위안이우드’ 등 두 기업의 피소 금액 232만 달러에 대해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문건을 미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결정이 내려지는 ‘궐석 판결’을 요청하는 이 문건에서, 소송 관련 내용을 규정에 따라 공시하고 피소 기업에도 보냈지만 이중 ‘에이펙스 초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2개 기업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인 ‘에이펙스 초이스’ 외 2개 기업의 232만 달러에 대해 다음 단계인 ‘궐석 판결’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현재로선 232만 달러의 향방은 ‘궐석 판결’을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이며, 이변이 없는 한 미국 정부에 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미 법무부를 주축으로 대북제재 위반 자금 등에 대한 몰수 소송을 가속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FBI의 추적을 받고 있는 궈기셍 씨의 수배전단지.

가장 최근인 지난달 23일에는 싱가포르 사업가 궈기셍을 형사 기소하면서, 그가 대북제재 위반에 이용한 2천734t급 유조선 ‘커리저스’ 호에 대해 몰수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3일에는 중국의 통신기업 ‘ZTE’와 북한 간 거래를 주선한 중국업체와 업체 운영자의 자산 등 95만 달러에 대해 미 검찰이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법원에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미국 검찰이 대북제재 위반자금과 북한의 불법 해킹 수익금으로 추정되는 자금 등을 상대로 몰수 소송을 진행 중인 사건은 최소 6건입니다.

여기에 자금이 중국 등에 예치돼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소송까지 합치면 10건이 넘는 북한 관련 민사 몰수 소송이 미국 법원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이들 소송 상당 수는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본격 시작된 2017년 이후에 제기된 것들로,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소송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몰수 소송은 이미 최종 몰수 판결이 나온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자산을 몰수당한 기업과 개인은 총 4개이며, 액수는 약 1천158만3천 달러로 추산됩니다.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인 소송 6건을 통해 추가 몰수가 이뤄질 경우 전체 몰수액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전망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대북제재를 위반한 기업들이 미국 검찰로부터 피소를 당하기 전, 미리 거액의 벌금에 합의하는 경우도 최근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VOA가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7월 이후 총 5개 기업이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총 299만6천 달러의 벌금에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액수는 공개된 벌금액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수사나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까지 합칠 경우 벌금 액수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재무부나 국무부 등을 통한 대북제재 관련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 등을 내세운 법무부가 다양한 법적 수단을 활용해 대북제재 이행에 나서고 있는 점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존 디머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

이에 대해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북한의 불법 행위 근절 도구의 하나로 법무부의 조치가 활용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녹취: 디머스 차관보] “The big change is the shift from counter terrorism work to the nation state trheats..."

법무부 내 국가안보 부서가 테러 대응에 초점을 맞췄던 2006년 설립 초기와 달리 현재는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 등 4개 적대국이 야기하는 위협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미국의 전문가들도 법무부가 행정부의 정책적 방향에 있어 다른 부처들보다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관련 증거가 포착되면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법적인 조치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