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한 '핵 억지력 강화' 과시...협상 여지 보여"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10일 자정을 기해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방사포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신형 무기를 선 보인 데 대해, 대선을 앞둔 미국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대선 이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했습니다. 핵 억지력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내결속용 의미가 강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역량을 키우고 있는 것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Of course we don’t know whether the missile they provided was real or whether it was a mock up, we don’t know until they resume testing.”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공개한 이번 ICBM의 성능과 진위는 시험발사 전에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미국에 보내려 한 주요 메시지는 핵 억지력과 방어력을 여전히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Kim Jong Un’s message, conveyed by both his speech and the display of nuclear firepower, is that the DPRK now has the ability to deter the United States and has no intention of giving up this deterrent. He also made clear that Pyongyang intends to strengthen it’s nuclear capability. Those are not new messages, but the fact that Kim conveyed them personally demonstrates Pyongyang’s commitment to this path.”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이제 북한은 미국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 같은 억지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또 북한이 핵 능력 강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 새로운 메시지는 아니지만,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직접 밝힌 점은 북한이 ‘핵 역량 강화’의 길로 가기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시험발사 등 도발에 나서지 않은 것은 한 달도 남지 않은 미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10일 자정을 기해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신형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무기가 등장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북한의 이번 신형 무기 공개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We shouldn’t be surprised with the messages. We knew he’s been working on his nuclear and missile program.”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목되는 건 북한이 군사력 개발과 관련해 핵 억지력 대신 전쟁 억지력이라는 표현을 쓰며 외부 공격에 대한 자위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험발사 등 도발은 자제하면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협상의 여지를 보인 강온 양면전략일 수 있다는 게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의 분석입니다.

디르타니 전 차석대표는 이어 결론은 간단하다며, 미-북 협상이 이어지지 않고, 북한이 일부 제재 해제를 얻어내지 못하며, 미국이 북한이 주장하는 `행동 대 행동’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 북한은 더 거대한 ICBM을 개발하고, 심지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e bottom line is very simply North Korea will continue to build bigger and possibly even test these ICBMS and even have another nuclear test unless we have another series of meetings, unless North Korea get some movement of lifting of sanctions and we get some movement on action for action.”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에서 대내결속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자신의 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오히려 제재와 코로나,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이 깊어진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북한의 강함을 과시하려 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열병식에서 전략무기들을 공개한 것은 북한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의도가 짙으며, 어느 정도는 미국에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힐 전 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미국 대선 의제가 신종 코로나 확산과 경제, 인종 문제 등 국내 문제에 쏠린 가운데 자신들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북한이 ICBM을 선 보이며 존재감을 알리려 했다는 겁니다.

헤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장은 VOA에 북한이 새로운 무기를 대거 선 보인 건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에서의 협상을 미국이 거부할 경우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면서도, 이번 열병식이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며 대선 전까지 관망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이번 노동당 창립 75주년 행사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북 정상회담이 재개될 수 있지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조치, 이른바 모라토리엄이 파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