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1년 6개월여의 논의 끝에 방위비 분담금 문구에 합의했습니다. 이번 협정에는 한국 측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고, 한국 근로자의 무급휴직에 대한 방지책 등이 포함됐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이번 합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볼까요?
기자) 네, 미국과 한국이 공식 발표한 대로 두 나라는 2020년 1월 시작해 2025년 말에 끝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문구에 지난 7일 합의했습니다. 문구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2020년의 인상은 없는 것으로 처리하고, 올해는 13.9%의 인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또 남아 있는 2025년까지는 매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분담금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금액으로 한 번 짚어주시죠.
기자) 한국의 지난 2019년 분담금은 총 1조 389억원, 미화 9억 1천 600만 달러였습니다. 이에 따라 인상률이 0%인 2020년의 분담금도 같은 금액으로 정해지만, 13.9%가 오른 올해는 10억 7천 570만 달러입니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10일 VOA를 비롯한 일부 언론을 대상으로 전화브리핑을 진행했는데요. 이 관리는 이번 협정 기간인 6년 동안 한국이 부담하게 될 비용이 약 70억 달러가 넘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13%의 인상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보다 인상률이 소폭 오른 점이 주목되는데요.
기자) 네, 국무부 관리는 실제로 2021년의 한국 측 분담금이 2004년 이후 가장 큰 인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최초 제안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국무부 관리는 두 나라 국민들이 이해할 만한 수준에서 협상이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부분을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우선 국무부 관리는 미군의 전체 주둔 비용에서 한국 측이 부담하는 비율이 과거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통상 한국은 40~45%를 분담해 왔는데, 이번 분담 비중은 44%를 약간 넘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물가인상률 9~10%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지난해의 경우 추가 인상 없이 2019년 수준을 유지한 것도 한국 측엔 유리한 내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내년부터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분담금이 오른다는 부분도 흥미로운데요. 이 내용도 좀 더 설명해 주시죠.
기자) 국무부에 따르면 양측은 2022년부터 그 해 이전의 한국 국방비 증가율을 분담금 인상비율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올해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이 5.4%인데요. 이 비율이 2022년의 분담금 인상률로 반영될 예정입니다. 이런 식으로 2022년의 국방비 증가율은 2023년의 분담금 인상비율로, 2023년의 국방비 증가율은 2024년 분담금 인상률로 책정됩니다.
진행자) 한국의 국방비 인상분을 기준으로 한다면, 국방비가 오르지 않을 경우 분담금 인상도 없다는 의미인가요? 혹시 인상의 최소 기준을 정하진 않았나요?
기자)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인상률의 최저치는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방비 변화폭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인상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매년 분담금도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 밖에 주목되는 합의 내용에는 어떤 게 있나요?
기자) 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영향으로 무급휴직에 처해지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분담금 협정이 깨지거나 새로운 협상이 이뤄지는 상황이 생겨도 근로자의 임금에 대해선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해도 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한국 측 근로자들에게 이런 일이 발생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무급휴직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인건비를 선지급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면서 무급휴직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문제 해결까지 약 두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미국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합의, 협정 시작 얼마 만에 이뤄진 건가요?
기자) 네, 두 나라는 지난 2019년 9월 당시 10차 SMA 만료를 약 3개월 앞두고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3개월 동안 양측 협상단이 서울과 미국 호놀룰루, 워싱턴 등을 오가며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당시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과도한 인상을 요구한다는 언론보도 등이 나왔었죠?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무임승차, 즉 낮은 비용으로 미국의 안보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을 자주 해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를 5배 늘리기 원한다고 보도하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양측은 2020년에도 협상을 이어갔지만 큰 진전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큰 변화가 생긴 거군요?
기자)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동맹 재건’ 등을 대외 정책의 핵심요소로 강조해 왔는데요.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이번 합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만에 이뤄진 건데요. 국무부 고위 관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합리적 수준에서 신속히 체결될 수 있도록 큰 힘을 보탰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아직 양측이 최종 서명을 하진 않았는데요, 남아 있는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국무부 고위 관리는 미국과 한국 모두 내부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법적 부분에 대한 검토를 한 뒤 국무장관의 최종 결재를 받게 됩니다. 한국은 정부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좀 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이 관리는 이번 협정이 최종 효력을 갖기까지 2~3주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함께 미국과 한국이 합의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