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안 '강도' 혐의 벗어…"남은 5개 혐의로 신병인도 결정"

미 연방검찰이 제출한 반북 단체 '자유조선' 조직원들의 스페인 북한 대사관 진입 당시 상황. 출처=미 연방법원.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안 씨에게 적용됐던 ‘강도’ 혐의가 법원에 의해 기각됐습니다. 이에 따라 안 씨는 처벌 강도가 비교적 낮은 나머지 혐의들로 스페인 신병인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법원이 크리스토퍼 안 씨에 대한 `폭력과 위협이 수반된 강도' 혐의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안 씨의 신병인도 심리 이후 공개된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안 씨에 대한 혐의 중 ‘폭력과 위협이 수반된 강도’ 혐의를 기각했습니다.

이날 심리를 진행한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에게 적용된 ‘강도’ 혐의에 대해 “이윤을 목적으로 재산을 취했다는 어떤 증거도 미 검찰에 의해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폭력과 위협이 수반된 강도’ 혐의로 안 씨의 신병을 인도해 달라는 미 검찰의 요청을 거부한다고, 로젠블루스 판사는 밝혔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나머지 5개 혐의에 대해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와, 이를 인정할지, 또 안 씨의 주장을 고려해 최종 판결을 내릴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안 씨의 신병인도 여부를 판가름할 혐의는 불법 침입과 불법 감금, 위협, 부상 유발(causing injuries), 범죄조직 가담 등 5개가 됐습니다.

그동안 미 연방검찰은 안 씨에게 적용된 불법 침입과 감금 등 6개 혐의를 근거로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를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폭력과 위협이 수반된 강도’ 혐의가 심리에서 제외되면서 안 씨는 부담을 한결 덜게 됐습니다.

스페인 형사법은 폭력 등이 수반된 강도 혐의에 대해 사안에 따라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 혹은 3년 6개월에서 5년 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안 씨에게 적용된 다른 혐의는 대부분 1년 이하 징역형을 명시하고 있어 ‘강도’ 혐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범죄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의 혐의 관련 사안 외에도 범죄인 인도에 대해 ‘인도적’ 예외조항이 존재하는지, 또 이번 사건에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 씨는 지난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납치극을 벌인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에 체포됐으며, 현재 스페인 신병인도 여부를 놓고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안 씨의 변호인단은 지난 2월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 반박 문건’을 통해 습격사건이 실제로는 탈북을 희망하는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와의 협의 아래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특히 사건 당시 탈북을 요청했던 인물들이 공포에 휩싸여 당초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뿐, 안 씨 등은 미국 법이 규정한 어떤 범죄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달 중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안 씨 측 변호인과 검찰은 심리일인 25일 이후에도 추가 문건과 각종 증거를 제출하며 법적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안 씨 측 변호인은 27일 안 씨의 신병인도에 반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49쪽짜리 슬라이드를 공개했습니다.

이 슬라이드에는 북한대사관 직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집된 각종 증거의 신빙성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한편, 안 씨의 신병인도에 반대하는 북한 전문가들의 주장 등이 담겼습니다.

'자유조선'을 이끄는 에이드리언 홍 창 씨가 신고를 받고 북한 대사관에 출동한 스페인 경찰을 돌려보내는 장면. 출처=미 연방법원.

검찰도 26일 안 씨 외에 그와 함께 대사관에 침입한 에이드리언 홍 창 씨 등 반북단체 `자유조선' 조직원들의 당시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 등 57쪽 분량의 슬라이드를 제출했습니다.

특히 사건 당시 홍 창 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스페인 경찰을 직접 문 앞에서 응대하는 장면이 증거화면으로 제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슬라이드에는 북한대사관 직원들의 증언과 일부 직원들의 병원치료 기록, `자유조선' 조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무기와 결박 도구들을 촬영한 사진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