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위반 미 법원 기소 용의자 46명…최근 급증 양상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추적 중인 용의자가 5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용의자들은 상당수가 올해 기소되는 등 최근 들어 미 법무부 차원의 북한 관련 조치가 급증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일 미 법원은 2018년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 법원에 기소돼 현재까지 미 연방수사국(FBI)의 추적을 받고 있는 싱가포르 국적자 탄위벵과 관련한 새로운 명령을 내렸습니다.

탄위벵을 기소한 미 검찰이 매 60일마다 그의 현황과 관련한 서한을 재판부에 제출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2년 7개월간 아무런 변화 없이 법원에 계류 중이던 탄위벵 사건에 움직임이 관측된 겁니다.

어떤 배경에서 미 법원이 탄위벵의 현황을 알고자 했는지 알 순 없지만, 장기 계류 조짐이 보였던 대북제재 위반 사건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 탄위벵처럼 대북제재 위반을 비롯한 북한 관련 사건으로 미 연방법원에 기소돼 소환 대상이 된 용의자는 지난 몇 년간 크게 늘었습니다.

북한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체포됐던 리정철(가운데)이 지난 2017년 3월 쿠알라룸푸르 세팡 경찰서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있다. 리정철은 이 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일에는 북한 국적자 리정철과 리유경, 그리고 말레이시아인 간치림 등 3명이 대북제재 위반과 금융 사기, 자금세탁 공모 등의 혐의로 미 법원에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면서 물품을 구매해 북한으로 수송했고, 이 과정에서 미 달러로 결제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리정철은 이미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살해사건에 연루돼 북한으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이번 기소로 미 사법당국의 추적 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이에 앞선 지난 5월에는 북한 국적자 28명과 중국인 5명이 대거 기소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이들 용의자 33명은 모두 ‘조선무역은행’과 이 은행을 통해 운영된 위장회사 소속 직원들로, 미국의 ‘긴급경제권한법’과 ‘대북제재법’,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법’, ‘국제돈세탁’, ‘은행법’ 위반혐의 등이 적용됐습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밴쿠버 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집을 나서고 있다.

또 올해 2월에는 중국의 통신기업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에게 대북제재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 부회장은 현재 캐나다에 구금된 상태로, 미 검찰은 미국으로의 송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북한의 해킹그룹 ‘라자루스’가 절취한 암호화폐 돈세탁에 연루된 중국인 톈인인 (Tian Yinyin)과 리쟈동 (Li Jiadong), 그리고 북한 해커 박진혁, 중국의 ‘단둥훙샹실업발전’의 마샤오훙 대표와 회사 관계자 3명 등도 미 사법당국의 기소 대상입니다.

그 외에도 말레이시아에서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북한 국적자 문철명은 미국이 신병 인도를 요청한 것으로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처럼 미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는 용의자들은 46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수사당국이 현재 수사 중이거나 아직 미 법원이 공개를 허가하지 않은 사건까지 합치면 실제 미 정부가 추적 중인 용의자는 이보다도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미 정부의 추적을 받고 있는 용의자들은 모두 기소 시점이 2018년 이후이며, 대부분 올해 기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만큼 대북제재 위반 관련 사건에 대한 형사 기소가 최근 들어 급증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 트레이시 윌키슨 검사가 지난 2018년 9월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국적자 박진혁을 과거 소니 영화사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 재무부와 국무부 등의 북한 관련 제재 조치가 주춤한 상황에서, 미 검찰을 비롯한 FBI 등 수사기관들이 대북제재 위반 행위 등에 연루된 북한 국적자와 제 3국 국적자 등을 활발하게 수사하고 기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 법무부가 전통적으로 대통령으로부터 더 많은 독립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관여 정책을 추진할 때 재무부 등 관련 부처들은 이에 맞춰 움직이지만, 법무부는 이런 정치적 결정과 상관없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매튜 하 연구원은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재를 부과하는 것만큼 이를 집행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면서, 최근 법무부 차원의 조치가 기존 재무부의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하 연구원] “Overall I see the Department of Justice’s recent action in reinforcing already…”

법무부의 대북 몰수 소송과 형사 기소 등은 재무부에 북한의 해외 불법 활동과 금융망, 그리고 북한의 수익창출을 돕는 제 3국적자들에 대한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이후 이 같은 정보는 재무부 차원의 제재 관련 수사나 이후 제재 조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현재 대북제재 위반이나 북한 관련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 중인 나라는 미국 외에도 더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 살해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자 4명을 ‘인터폴’의 적색 수배 명단에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또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수배를 받고 있는 자국민 탄위벵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