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 창건일 코앞…김정은 수해 현장서 “승리의 해 될 것”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김화군 수해복구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관영매체들이 2일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이 불과 일주일여 남은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수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당 창건 기념일에 내세울 업적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수해 복구를 자신의 성과로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김화군 수해복구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2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통상 김 위원장의 활동을 다음날 보도하는 점에 미뤄 추석 당일인 1일 현지 지도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김화군은 지난 8월 집중호우에 이어 지난달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김 위원장은 이 지역의 살림집과 농경지, 교통운수, 국토환경, 도시경영, 전력, 체신 등 부문별 피해 규모를 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주민들이 무너진 주택 신축 공사에 기뻐했다는 보고를 받고는 “정말 기쁘다”며 “설계와 시공에 이르는 건설 전 공정이 인민대중 제일주의, 인민 존중의 관점과 원칙에 의해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약 1천 세대의 김화군 살림집 복구 중 88%가 완료됐다는 보고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강원도 지역의 농사 작황을 둘러본 김 위원장은 “큰물 피해를 입은 당시에는 내다볼 수 없었던 좋은 작황이 펼쳐졌다”며 “올해는 정말 유례없이 힘든 해이지만 투쟁하는 보람도 특별히 큰 위대한 승리의 해로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수해를 입은 함경도에서 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여는가 하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에는 흙투성이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직접 몰고 가는 등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습을 부각해왔습니다.

또 오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수해 복구 기한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8일 앞으로 다가온 당 창건 기념일에 수해 복구의 완성을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전까지는 복구 현장에 가서 질책하는 모습들 그리고 어려움을 부각시켰다면 지금은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개선되고 업적으로 나서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차이점을 읽을 수 있을 것 같고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역대급 수해까지 겹치면서 수해 복구가 그나마 김 위원장의 성과가 될 만큼 이번 당 창건 기념일은 빈약한 행사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당 창건 기념일까지 수해 복구 마무리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탈북민 출신인 굿파머스 조충희 연구소장은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말을 빌어 수해 복구를 위한 자재 공급이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동선을 중심으로 편중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성과를 내곤 있지만 피해 지역 전체가 복구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지금처럼 김정은이 강원도 김화에 갔다, 황해북도 어디를 갔다 이렇게 되면 집중되는 쪽만 자재가 집중되고 나머지 지역은 자재 보장이 제대로 안 돼서 지금 되게 힘들어 하고 있고, 주민들이 기본적으로 힘들어 하는 게 어랑 쪽도 그렇고 홍원 쪽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평안도 쪽도 수도가 복구가 안돼서 질병 때문에 배 아파서 설사하고 죽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김 위원장의 치적 사업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건설 사업들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평양종합병원의 경우 지난달 중순 입원병동과 외래병동 건물의 외벽 타일 붙이기 공사 마감에 들어갔고 병원 내부에 잔디와 나무를 심는 조경 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 장기화로 의료장비 수입이 자유롭지 않은 탓에 정상적인 병원 기능은 커녕 태풍 피해 복구에 따른 공사 인력난으로 당 창건 기념일에 병원 외관이나마 마무리될지 불투명합니다.

당초 김일성 주석 생일인 지난 4월 15일에 맞춰 완성하려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관련 소식은 이미 관영매체에서 사라졌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원산 안쪽 내항에 해당하는 송도해수욕장에 수 십 년, 수 백 년 된 소나무들이 뿌리채 뽑혀나갔다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갈마해안관광지구는 원산 바깥 바다 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태풍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았을 겁니다. 그러면 원산을 지극히 사랑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누구보다 먼저 원산을 가야 되거든요. 근데 아직까지도 원산을 안 갔거든요. 그 얘기는 피해가 그만큼 심각하다 그리고 복구가 안됐다 이런 추론이 가능한거죠.”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현지 지도에는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수행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의 공개 행보는 지난 7월 말 전국노병대회 이후 두 달여만입니다.

김 제1부부장이 두 달 넘게 모습을 감추면서 11월 미국 대선 전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물밑접촉을 담당했다거나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