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평양에서 이뤄진 미국 `CNN 방송'과 억류 중인 미국인 3명과 인터뷰와 관련해 사전에 엄격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억류 가능성을 위협했다는 겁니다. VOA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인터뷰 했던 `CNN 방송'의 윌 리플리 기자가 인터뷰 전후 사정을 자세히 밝혔습니다.
리플리 기자는 3일 방송에서 이번 인터뷰가 북한 당국의 갑작스런 통보로 성사됐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관광을 하고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북한 안내원들이 몸을 떨며 평양으로 바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평양의 한 건물에 도착해서야 억류 미국인들과 인터뷰를 하게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리플리 기자는 전했습니다.
리플리 기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인터뷰 시작 전에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1인 당 개별적으로 5분 씩만 주어지며, 내용은 범죄 혐의, 처우, 가족과 미국 정부에 전할 말만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만일 규칙을 어기고 사전에 합의된 내용을 벗어나 질문을 하면 심각한 후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CNN' 취재진이 다음 날로 예정된 베이징행 항공편을 타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습니다.
리플리 기자는 억류 미국인들도 인터뷰 전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주의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인터뷰와 관련한 규칙은 물론 지키지 않았을 경우 따를 후과에 대해서도 경고를 받았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리플리 기자에 따르면 우선 3 명의 미국인들이 하는 말의 요점이 동일했습니다. 모두들 자신들이 유죄이며 북한 당국에 사과한다고 말했고, 자신들이 인도주의적으로 대우 받고 있으며 고위급 특사를 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씨는 인터뷰 내내 긴장된 모습으로 자신이 미리 손글씨로 작성한 글을 참고해 가며 답변했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보였다고 리플리 기자가 전했습니다.
리플리 기자는 비록 케네스 배 씨는 살이 빠지고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다들 전반적으로 상태가 좋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쥐를 잡아먹고, 고문 당하며 처형 당하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같은 환경에는 놓여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리플리 기자는 북한이 현재 협상할 만한 거리가 없고, 미사일을 계속 발사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으며, 중국과도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인터뷰를 주선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