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 외교장관 회의를 결산한 의장성명이 나흘 만에 공식 채택됐습니다. 북한의 핵 활동과 도발 가능성에 대해 예년보다 강하고 분명한 우려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10일 발표된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 외교장관 회의 의장성명은 회의에 참가한 대부분 장관들이 북한에 대해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부분 장관들이 당사국들이 9·19 공동성명 상의 공약들을 이행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지난해 ARF 외교장관 회의 의장성명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조치와 유엔 안보리 결의, 9.19 공동성명 준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북한을 적시하진 않았습니다.
또 지난해 사용한 ‘강조했다 ’(stressed)는 표현 대신 이번엔 ‘촉구했다’ (called on)는 표현을 써 강도도 한층 세졌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ARF 의장성명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북한의 핵 활동과 도발 가능성을 경계하는 강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담겼다는 평가입니다.
한국의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입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 ARF 성명에서 구체적으로 북한을 적시함으로써 북한이 국제사회 특히 아시아에서의 외교적 입지가 상당히 더 약해졌다, 이렇게 볼 수가 있겠고요, 그만큼 북한으로선 외교적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ARF 의장성명은 아울러 참가한 장관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긴장을 완화하고 그 어떤 비생산적 행동 (any counter-productive moves)도 자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회의에 참여했던 한국 정부 당국자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비록 이 부분에서 북한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과 이상징후들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장성명은 이와 함께 지속적인 남북 대화와 협력 등을 통한 남북통일을 지지하고 인도적 우려 (humanitarian concerns)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도적 우려’는 북한을 포함한 당사국들의 인권 문제를 포괄한 개념으로 풀이됩니다.
ARF 외교장관 회의는 아세안 (ASEAN) 10개국을 비롯해 북 핵 6자회담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총 27개국으로 구성돼 있고,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이기도 합니다.
특히 아세안 10개 나라 중엔 북한과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온 나라들이 포함돼 있어 매년 ARF 의장성명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ARF 의장성명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핵 능력을 고도화하려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커진 경각심이 반영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특히 ARF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지난 4일 아세안 10개국만 참여한 가운데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북한을 명시해 안보리 결의 준수와 9.19 공동성명을 독려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점을 실례로 꼽았습니다.
한편 ARF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관심을 모았던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양자접촉은 끝내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RF 외교장관 회의 때 북-중 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악화된 양국 관계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