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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정부 "임현수 목사 북한 당국 선고에 경악"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지난 2007년 8월 북한에서 어린이들과 촬영한 사진. 임 목사는 북한에 역류된 후 지난 16일 국가 전복 음모 혐의로 종신형이 선고됐다. 사진 제공: 임 목사 가족.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지난 2007년 8월 북한에서 어린이들과 촬영한 사진. 임 목사는 북한에 역류된 후 지난 16일 국가 전복 음모 혐의로 종신형이 선고됐다. 사진 제공: 임 목사 가족.

캐나다 정부가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에 대한 북한의 무기 노동교화형 선고에 “경악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당국자는 ‘VOA’에 캐나다 외교관들이 직접 평양에서 임 목사 재판을 방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임 목사의 가족과 교회는 성명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임 목사의 사랑을 북한 정부가 기억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 외교부의 프랑수아 라살 대변인은 16일 ‘VOA’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캐나다는 북한 법원이 임현수 목사에게 과도하게 가혹한 선고를 내린 데 대해 경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라살 대변인은 “임 목사의 연령(60)과 허약한 건강 상태”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20년 가까이 북한을 드나들며 인도주의 구호활동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16일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년 가까이 북한을 드나들며 인도주의 구호활동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16일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어 “캐나다 관리들은 임 목사의 건강 상태 검증을 위해 (영사 면담을) 북한에 거듭 요청했지만 임 목사를 만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캐나다 당국이 임 목사를 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라살 대변인은 ‘VOA’에 보낸 별도 성명에서 “캐나다 관리들이 16일 평양에서 임 목사 재판을 직접 방청했다”며 “하지만 임 목사를 만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라살 대변인은 이런 북한 당국의 태도는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과 자국민에 대한 영사 접근 권리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북한 최고재판소가 16일 임현수 목사에게 무기 노동교화형을 언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임 목사에 대한 혐의가 `특대형 국가전복 음모 행위’라며, 임 목사가 심리 과정에서 북한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고 모독하는 등의 모든 범죄를 인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임 목사에 대한 종신형은 북한 당국이 억류 외국인에게 선고한 최고형입니다.

캐나다 외교부의 라살 대변인은 “캐나다 정부는 임 목사의 가족과 친구들처럼 임 목사의 권리와 건강에 대해 계속 우려하고 있으며 그가 캐나다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또 “캐나다는 계속해서 임 목사 문제가 해결되도록 (북한에) 영사 접근과 업무 (협력) 요청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현수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토론토 큰빛교회와 가족들도 16일 재판 결과와 관련해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임 목사의 사랑 (heart)을 북한 정부가 기억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비함과 긍정적 해결을 희망하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기도 후원에 감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큰빛교회 표인근 장로는 16일 ‘VOA’에 임 목사의 뜨거운 동족 사랑을 북한 당국이 기억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표인근 장로] “북한 당국은 오로지 동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난 18년 간 100회 이상의 방문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고난에 헌신적으로 참여한 임현수 목사님의 순수한 동기를 인정하고 참작하여 선처해 주기를 소망합니다.”

표 장로는 또 “캐나다 정부가 임 목사 석방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협상에 임해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큰빛교회는 캐나다 최대 한인 교회 가운데 하나로 신도 수가 3천 명에 달합니다.

임 목사는 북한에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을 방문해 충격을 받은 뒤 대대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특히 지난 20여 년 간 식량 지원 뿐아니라 농업, 수산업, 축산업, 비료공장, 육아원과 애육원 지원, 영어와 컴퓨터 강습소 지원, 선박 구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주도했었습니다.

임 목사는 북한 관련 집회 설교와 강연 때마다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현실을 자세히 설명하며 동족으로서 짐을 함께 져야 한다고 말했었습니다. 임 목사의 과거 집회 발언입니다.

[녹취: 임현수 목사] “백성이 다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모습들이고 북한의 산들이 저렇게 거의 다 민둥산입니다. 이런 현실을 다 눈으로 봤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임 목사는 올해 1월 말 라선에서 평양으로 향하던 중 억류됐고, 지난 7월 말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최고존엄을 모독하고 국가전복 음모 행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미 한인 기독교계 관계자들은 당시 ‘VOA’에 임 목사가 회견 중 계속 눈물을 닦았다며, 회견 내용은 북한 당국의 강요에 인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었습니다.

임 목사의 지인인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교회 김경식 목사입니다

[녹취:김경식 목사] “선의적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비정치적인, 인도주의적인 마음으로 오랫동안 변함없이 지원했던 것을 그 분들 (북한 정부)이 더 잘 알죠. 이런 식으로 억류시키고 강압적으로 위협해서 누가 들어도 임현수 목사가 스스로 만들어낸 내용이 아닌데, 그런 것에 대해 저렇게 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고요. 반북이 아니라 북한을 품고 불쌍히 여겨서 참 긍정적으로 그들의 문을 열고 통일이 선의적으로 되길 기대했던 것이지 우리가 전복하려는 의도는 없죠.”

임 목사 주변 관계자들은 임 목사에 대한 북한의 종신형 선고와 관련해, 임 목사가 북한의 3대 세습과 공포정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던 과거 발언들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임 목사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16일 ‘VOA’에 선고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석방 등을 위한 희망적 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캐나다 관리들이 직접 재판을 방청한 것은 석방을 위한 대화와 접촉이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며, 북한 당국이 요구하는 명분과 조건이 맞는다면 의외로 석방이 가시화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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