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쿠바를 방문합니다.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88년 만에 처음인데요, 미국과 쿠바가 외교관계를 회복한 뒤 두 나라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런 변화가 북한에 어떤 점을 시사하는지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오바마 + 카스트로] "영어+스페인어"
2014년 12월 17일. 미국의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동시 발표를 통해 두 나라 간 외교관계를 정상화 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수 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거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7월1일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녹취: 오바마 대통령] "Today, I can announce that...."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공식 발표 이후 두 나라 사이에는 상호 대사관 재개설을 포함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2015년 1월 15일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가 쿠바와의 무역과 금융거래, 그리고 여행 제한 조처를 일부 완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의 가족 방문과 공무상 목적으로 쿠바를 찾는 것이 허용됐고, 미국 기관들이 쿠바에 금융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허용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취해 왔던 각종 제재를 2015년 들어 속속 해제했습니다.
[녹취: 미 국무부 논평] "Cuba has not provided..."
2015년 5월, 미국 국무부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쿠바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진 것은 33년 만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50년 넘게 끊어졌던 두 나라 간 우편 업무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또 새해 들어 지난 2월 16일 앤서니 폭스 미국 교통부 장관이 쿠바를 방문해 쿠바 정부와 항공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 비행기가 하루 최대 110편까지 쿠바를 운항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미국이 속속 제재를 완화하자 쿠바를 찾는 미국인들의 수가 껑충 뛰는 등 특히 경제 부문에서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2015년에 쿠바를 방문한 미국인의 수가 4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관계 정상화로 미국과 쿠바의 연간 교역량이 200억 달러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쿠바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북한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쿠바처럼 든든한 후원자였던 옛 소련이 붕괴한 뒤에 어려움을 겪었던 북한에 쿠바의 상황이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경제를 재건하고 고립에서 탈피하려면 북한도 쿠바처럼 먼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쿠바와 달리 북한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 외교관 출신으로 쿠바 전문가인 게리 메이바덕 박사는 북한의 강력한 대미 적대정책을 예로 들었습니다.
[녹취: 메이바덕 박사]"I don't think...."
북한은 김 씨 가족이 통치하는 세습체제로 미국을 상대로 강력한 적대시 정책을 오랫동안 펼치고 있지만, 쿠바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메이바덕 박사는 쿠바도 피델 카스트로 집권 시절에는 북한처럼 미국에 적대적이었지만,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한 뒤에 좀 더 유화적인 자세를 보여 쿠바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한다고 해도 북한이 쿠바처럼 되기에는 북한 자체가 너무 폐쇄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체제를 좀 더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최진욱 원장은 지난해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개방 차원에서 북한과 쿠바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진욱 원장] "쿠바는 비행기가 거의 안 들어가는 곳이 없을 정도더군요. 그런데 북한은 사실 해외 비행기 노선이 북경 하나 밖에 없지요. 쿠바는 어느 정도 개방돼 있어서 관광산업 등을 충분히 개발할 여지가 많고 유통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너무 폐쇄돼 있어서 일단 개방 자체가 더 급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쿠바를 방문한 외국인 수는 2014년 기준 300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관광객이 늘면서 쿠바가 벌어들이는 돈도 수 십 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런 모습은 북한과 대비됩니다. 북한도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부심하고 있지만 쿠바와는 달리 개방이 덜 돼 있고 제약이 많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쿠바 사이에는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쿠바 전문가인 메이바덕 박사는 쿠바가 결국 대미정책을 바꾼 건 심각한 경제난 때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메이바덕 박사]"When the economic crisis came..."
옛 소련 붕괴 이후 쿠바가 북한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과 같은 기간을 겪으면서 쿠바에 암시장 같은 민간경제가 커졌고, 중앙정부가 경제 부문에서 통제력을 잃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메이바덕 박사는 쿠바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해외여행 자유화 등 경제자유를 확대하는 조처를 속속 도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산당 독재는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개혁해 정부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것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원장은 북한 역시 든든한 후원자였던 중국과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있다면서, 쿠바를 본보기로 삼아 과감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