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통해 한반도 정책을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주요 이유인데요,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에서는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국 외교가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미-한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 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대북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우선 긴밀한 소통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를 위해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미국 새 행정부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한반도 정책과 대북정책을 공동으로 만들기 위한 전방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연구기획본부장은 고위급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요 의제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과 전략을 명확히 수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상현 연구기획본부장] “한-미 관계와 대북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만들어지기 전에 한국의 대북정책을 인풋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 핵 문제의 해결 방안이나 용납할 수 있는 레드 라인 등 우리의 입장을 미국의 새 행정부 측에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고위급 회담 개최와 같은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될 다양한 대북정책 구상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북한 문제의 정책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데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사실상 ‘백지 상태’인 만큼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북정책의 원칙과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입니다.
[녹취: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정책 조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동의 목표와 수단에 대해 잘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잘 조율이 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북 핵 문제에 있어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크므로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한 동맹과 관련해 방위비 분담금과 자유무역협정, FTA를 비롯한 다양한 안건에 대한 협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비롯해 미-한 동맹에서 한국에게 더 많은 비용과 책임 분담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한국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한편, 관철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약 10억 달러, 한국 돈으로는 2조원으로 한국은 이 가운데 50%를 분담하고 있습니다.
미-한 FTA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실패한 협정’으로 규정하고 이로 인해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대거 없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 해인 내년에 FTA 문제에 이어 오는 2018년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한 미-한 동맹에 관련된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17일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세종국가전략포럼에 참석한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입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실질적으로 가장 급한 것은 통상 문제로, 그 동안 계속 제기돼 왔던 사안인 만큼 내년에 통상 부문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어 2018년 한국의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전작권 전환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한-미 동맹 운용과 관련된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되 한국이 기여하는 만큼 최대한 실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미 동맹은 유지되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전략적 이해가 아닌 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한-미 동맹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고 방위비 분담 문제 역시 우리가 기여하는 만큼 핵 재처리 시설 등을 요구하는 ‘주고 받기 식’의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등 지혜롭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중 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이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황지환 교수입니다.
[녹취: 황지환 교수] “트럼프의 경우 중국과의 외교 안보 현안보다 경제 문제, 즉 환율 조작국 지정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문제, 중국과의 무역 문제 둥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여온 만큼 경제 부문에서 중국과 갈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일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 정부로서는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본격적으로 양국이 싸울 경우 한국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입지도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역 마찰 등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북 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를 자국의 사활적 이해관계에서 제외시킬 경우 미국의 관여를 전제로 대응 전략을 펴온 한국이 심각한 안보 공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비선실세’ 파문으로 인한 한국의 국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새 행정부와의 정책 조율이나 협력은 피상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의 경우 외교안보라인의 인선과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결정 권한 분담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향후 인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차분하고 정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